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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잘남·못남 없는 대등론으로 어우러져야"

송고시간2020-02-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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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일 서울대 명예교수 '대등한 화합' 출간

"동아시아, 잘남·못남 없는 대등론으로 어우러져야" - 1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쇠똥구리는 쇠똥 뭉치를 자기 나름대로 사랑하고, 검은 용의 여의주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검은 용 또한 여의주를 가지고 스스로 자랑하면서 저 쇠똥구리의 뭉치를 비웃지 말아야 하리라."

조선 후기 문장가 이덕무(1741∼1793)가 쓴 글이다. 동물에는 계급이 없다지만, 용은 인간이 권위를 부여한 존재이고 쇠똥구리는 미물이다. 그런데 쇠똥구리와 용은 서로를 인정할 뿐, 동경하거나 멸시하지 않는다.

조동일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는 신간 '대등한 화합'에서 쇠똥구리와 용 이야기를 인용하고는 '대등론'을 논한다. 대등론은 차등론이나 평등론과 다른 개념으로, 동아시아 화합을 위해 필요한 이론이라고 그는 주장한다.

차등론과 평등론은 극단에 있다. 귀천과 우열을 인정하는 견해가 차등론이고, 등급을 거부하고 모든 존재가 같은 위계에 있다고 보는 것이 평등론이다.

저자는 "차등론은 어느 문명권에나 있지만, 유럽 문명권은 평등론을 내세워 차등론을 부정하는 대전환을 선도했다"면서도 "평등론을 대안으로 삼으면 잘못을 분명하게 바로잡을 듯하지만, 공허한 이상론에 머문다"고 논한다.

그는 동아시아 문명에서 비롯한 대등론은 차등론은 물론 평등론과도 구별된다고 강조한다. 이어 대등론에 대해 "상극이 상생이고, 상생이 상극이라고 하는 생극론(生克論)을 인간관계에서 거론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대등론이 '무명론'(無名論)과도 연결된다고 주장한다. 그래야 잘남과 못남을 가리지 않고 서로 화합한다는 것이다.

"서방에서는 유명(有名)을 대단하게 여긴다. 명예를 드높이려고 목숨을 걸고 싸운다. 이름이 가장 높고 빛나는 영웅이 되고자 한다. 그것은 차등을 키운다. 동방에서는 무명(無名)을 으뜸으로 삼는다. 이름도 자취도 없는 은사를 높이 평가한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대등론에 기반한 화합을 동아시아 충돌을 해결할 핵심 사상으로 제시한다. 한국, 중국, 일본이 대등한 관계에서 원만하게 지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어 국가와 민족을 넘어서서 공유할 유산을 찾아 상생의 근거로 삼는 운동이 동아시아에서 일어나길 희망한다.

지식산업사. 268쪽. 1만9천원.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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