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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피처] 中유학생 격리시설된 대학 기숙사…한국 학생들은 어디로?

송고시간2020-02-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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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ioYIh1a9ZVI

(서울=연합뉴스) 대학생들의 입사 준비로 한창이어야 할 기숙사가 격리소가 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하면서 대학에서 중국인 유학생을 관리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한 것인데요.

서울 시내 주요 대학들은 중국인 유학생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기숙사 건물 전체를 격리시설로 사용한다는 방침을 내놨습니다.

서울의 한 대학 관계자는 "정부에서 지침이 내려온 것에 부응해 제한된 공간 내에서 최대한 분리해 운영하려고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방침을 두고 많은 한국 학생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데요.

격리시설로 지정된 기숙사에 사는 한국 학생들에게 일방적인 퇴거를 통보했기 때문입니다.

'충무학사 퇴사 희망자는 퇴사 신청 후 행정팀 방문(잔여일에 따른 잔여금 모두 환불조치)'

지난 7일, 동국대학교 행정팀에서 보낸 문자입니다.

코로나19 확산 예방 차원에서 교외 기숙사인 충무학사를 외국인 전용 기숙사로 사용하겠다는 공지인데요.

충무학사 거주 인원을 교내 기숙사인 남산학사로 이전시키겠다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이로부터 4시간 후, 기숙사비 차액은 학생들이 부담해야 한다는 문자가 왔는데요.

문제는 기숙사비 차액이 무려 120만 원이 넘는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충무학사는 남산학사보다 저렴한 기숙사비로 저소득층 및 기초 생활수급 가정 학생들이 많이 이용하던 곳인데, 학교 측의 일방적인 통보로 인해 학생들은 100만 원이 넘는 거금을 25일까지 납부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동국대학교 재학생은 "추가 기숙사비를 더 내야 하는 상황이라 아르바이트 면접을 4군데나 돌아다니고 있다"며 "6개월이고 6인실이었는데 2인실로 가는 경우에는 최대 125만 원까지 나오고 있다. 차액이 많이 발생하는 학우는 기숙사 입사를 포기하거나 6개월 입사였던 것을 4개월로 줄이는 학생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피해 학생들은 이 사실을 학교 SNS 페이지, 교내 커뮤니티 사이트에 공론화했는데요

학생들의 비난이 거세지자 동국대 행정팀은 납부 기한을 25일에서 3월 3일로 연장했지만 아직 차액 부담에 대한 뚜렷한 대책은 없는 상황입니다.

동국대학교 관계자는 "심각한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이동조치가 이뤄진 것으로 학내의 공간도 부족한데 비용까지 학교가 보존하기에는 여력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다만 학내에서 분할납부 요청이 공식적으로 나와 공론화가 되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른 대학들도 비슷한 상황에 부닥쳤습니다.

연세대학교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신종 코로나 관련 긴급 안내문'입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발생 국가에서 온 학생들을 2주 동안 격리한다는 내용인데요.

따라서 방학 기간 동안 잔류하는 학생들에게 19일까지 퇴거할 것을 공지했습니다.

학생들은 학교가 공지한 1주 남짓한 퇴거 기간 안에 임시 거주지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

연세대학교 학생들은 이런 미흡한 행정 처리에 대해 불만을 표출했는데요.

퇴거 통보 이후 연세대학교 총학생회 홈페이지에는 "학교 측의 사과와 격리 기간 거주할 시설을 제공하라"는 내용의 청원이 등장했습니다.

학생들의 거센 항의에 연세대는 희망 학생들만 잔류 신청을 받겠다고 밝혔습니다.

중앙대학교도 일부 생활관을 이용하는 학생들에게 15~16일, 이틀 안에 퇴거할 것을 공지했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의 거센 반발로 바로 다음 날 사과문과 함께 퇴거 조치를 취소했습니다.

국내 중국인 유학생들이 약 7만 명을 넘기 때문에 기숙사에서 이 많은 인원을 격리수용하는 데 한계가 있지 않을까 염려하는 목소리도 있는데요.

무엇보다 기숙사가 아닌 학교 밖에서 자취하는 유학생들을 관리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일부 대학은 희망자들에게 기숙사 잔류를 허락했는데, 문제는 기숙사에 남을 경우 중국인 유학생들과 시설들을 공유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잔류를 허락해 학생들의 주거 문제는 해결됐지만, 이제는 한국 학생들의 안전이 위협을 받는 상황인데요.

중앙대학교 약학과 설대우 교수는 "대학이 중국에서 온 학생들을 2주간 격리 조치하면서 꼼꼼하게 체크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대학들이 지자체와 협력을 해서 혹시 지자체가 제공할 수 있는 시설을 받는 방안이나 국내 학생에게 양해를 구하고 기숙사 시설을 2주일 동안만 이용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국내 학생이 기숙사 시설을 이용하지 못하면서 생기는 금전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교육 당국이 대학에 재정 지원을 하고 대학이 학생들에게 재정지원을 해서 슬기롭게 해결을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3월 개강을 앞두고 많은 대학이 코로나 19 방역에 더욱 힘쓰고 있습니다.

거주지를 잃은 한국 학생들을 위한 대책 마련은 기본이고, 코로나 19 확산을 막는 정부와 학교, 지자체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해 보입니다.

왕지웅 기자 진민지·손인하 인턴기자 / 내레이션 송지영

jw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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