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가운·학사모에 마스크…코로나19가 바꾼 졸업사진 풍경
송고시간2020-02-26 11:22
대학 졸업식 취소에 일부 학생들 "사진 촬영만이라도"
(서울=연합뉴스) 정래원 기자 = 서울대학교 졸업식이 예정돼 있던 26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 캠퍼스에는 가운과 학사모를 쓴 졸업생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군데군데 모여 있었다.
서울대 정문과 중앙도서관, 단과대 앞 포토존 등에서는 졸업 가운과 학사모를 빌린 학생들이 가족들과 사진을 찍으며 졸업을 기념했지만, 그 밖의 캠퍼스 곳곳은 한산했다.
당초 졸업생 대표 66명만 참여해 간소하게라도 졸업식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졸업식이 전면 취소된 탓이다.
20년간 서울대 졸업식 행사에서 꽃 장사를 했다는 A(60)씨는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꽃을 좀 사기는 하지만, 평소 졸업식에 비해서는 반의반도 안 온 것"이라면서 "원래 졸업식 날에는 정문부터 차들이 꽉 들어찼는데, 오늘은 휑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꽃다발을 들고 활짝 웃으며 사진을 찍은 졸업생들도 사진 촬영을 마치고 이동을 할 때는 잊지 않고 다시 마스크를 쓰는 등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을 의식하는 분위기였다.
사학과 졸업생 이 모(29) 씨는 "졸업식은 취소됐지만, 가족들과 사진이라도 찍으면서 기분을 내기 위해 가운을 빌렸다"면서 "졸업 가운을 입은 사람들이 거의 마스크를 쓰고 있는 모습은 처음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컴퓨터공학부 대학원을 졸업한 장 혁(27) 씨는 "고향에서 올라오는 부모님 일정에 맞춰 졸업 사진을 찍었다"면서 "졸업식이 취소돼 후배·동기들과 함께 사진을 찍지 못해 아쉽지만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정도를 보면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양대·경희대·건국대 등은 졸업식 행사는 취소했지만, 졸업생들이 개별적으로 가운과 학사모를 빌려 사진 촬영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연세대·고려대·이화여대는 애초 졸업 가운은 대여할 수 있도록 했었지만, 코로나19 위기 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되면서 이마저도 중단했다.
성균관대·중앙대·국민대·성신여대에서도 캠퍼스 안에서의 감염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학위복 대여 서비스를 진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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