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연합시론] 문대통령·여야대표 회담서 대유행 맞설 초당적 협력 기대한다

송고시간2020-02-26 17:23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서울=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확진자가 26일 1천명을 훌쩍 넘어서는 등 그 기세가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가 오는 28일 대응 방안을 놓고 머리를 맞댄다. 문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청와대가 아닌 국회에서 처음 회동하는 것이나 형식ㆍ참석자 등을 놓고 별다른 잡음이나 '밀고 당기기'가 들리지 않는 것은 지금 상황의 엄중함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번 회동에서는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한 입법ㆍ예산 지원 방안이 집중적으로 다뤄질 것이라고 한다. 정파적 이익을 고려하지 않고 오직 국민의 생명과 안전 보호에 초점을 맞춰 초당적인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최근 미래통합당의 황교안 대표가 추경 등 정부의 방역 예산에 대한 협조 방침을 밝힌 것이나 국회가 본회의를 열어 감염병 예방·관리법, 검역법, 의료법 개정안 등 이른바 '코로나 3법'을 의결한 것은 이번 회동에 기대감을 갖게 하는 긍정적인 신호이다. 공중위생의 위기에 정치가 개입하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은 수없이 많은 경험을 통해 확인된 불변의 진리이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위기 극복보다는 정치적 이해를 염두에 둔 듯한 언행이 심심찮게 나와 국민을 실망하게 하는 일이 있었다. 4월 총선이 채 2개월도 남지 않은 만큼 유혹이 없을 수는 없겠으나 이런 일이 반복되면 '정권 심판론'이나 '야당 심판론'을 넘어 정치권 전체가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코로나19는 시간이 갈수록 개별 국가 차원이 아닌 인류 전체가 맞닥뜨린 중대한 도전으로 변모하고 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유럽 한복판의 이탈리아에서도 하루 100명에 육박하는 확진자가 나올 정도로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다. 이란에서는 15명이 사망했는데 치명률이 비정상적으로 높아 실제 환자가 공식 통계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우리의 진단검사 역량과는 달리 대다수 국가에서는 의심 환자에 대한 검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공식 통계 밖에 많은 환자가 있을 공산이 크다. 확진자 수가 57명으로 상대적으로 적은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코로나19의 지역사회 전파에 대해 "일어날 것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정확히 언제 일어날 것이냐의 문제"라고 밝힌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이 모든 징후는 일제히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가리키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자회사인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그 가능성을 종전의 20%에서 40%로 상향 조정했다. 뉴욕 증시의 연이틀 폭락이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공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전염병이 지역사회로 광범위하게 확산하면 방역 전략을 '봉쇄'에서 '완화'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봉쇄 전략'은 치료제와 백신을 개발할 수 있을 때까지 시간을 끌면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백신과 치료제는 세계 각국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상품화까지는 적어도 수개월이 소요된다. 따라서 우리가 가진 자원과 인력을 효율적으로 배분해 장기전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는 경ㆍ중증 환자의 선별 치료, 진단 검사 역량 확대, 음압 병상 등 격리 병상의 증설, 방역용품의 원활한 수급 등 자원 확보와 배분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최전선에서 분투하고 있는 방역ㆍ의료 인력이 과로로 쓰러지지 않게 세심하게 배려하는 것도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경제, 교육, 문화 등 사회 모든 분야의 충격을 완화하는 방안도 세심하게 검토해야 한다. 또 요양병원, 교도소 등 집단 격리 시설은 전염병에 취약해 한번 전파되면 큰 피해가 생길 수 있는 만큼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향후 7~10일을 코로나19 확산의 고비로 보고 있다. 중대 국면에 진입한 만큼 자원 배분 문제에 대해서는 방역 전문가들에게 결정을 맡기고 정치권은 이들의 활동을 법적, 제도적으로 지원하고 자원을 충분히 확보해 공급하는 '후방 병참 기지'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문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의 이번 회동에서도 과거의 잘잘못을 따지기보다는 향후 대책에 초점을 맞춘 건설적인 논의가 있어야 한다. 중국인 전면 입국 금지나 위기 경보 단계 격상 시기의 적절성 등에 관한 논란은 지금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산불이 마을 앞까지 들이닥쳤는데 불은 끄지 않고 화재 원인을 놓고 공방을 벌이는 것은 한가하고 무책임하다. 문제점을 꼼꼼히 따지고 그 책임을 물을 시기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신천지 교회에 대한 반감ㆍ혐오나 대구ㆍ경북 지역에 대한 지나친 경계도 사태를 꼬이게 만드는 일이다. 지금은 서로를 보듬어야 할 때이다. 비난과 혐오가 커지면 바이러스는 자꾸 보이지 않는 곳으로 숨어든다. 환자를 격려하고 응원하는 것이 위기 극복의 지름길이라는 점을 정치권을 포함한 우리 공동체 모두가 명심했으면 한다.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