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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살 소녀가 바꾼 폭력적 세상…소설 '와즈다'

송고시간2020-02-27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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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기자
이승우기자

조희연 "우리 현실에서도 수많은 도전과 응원 필요"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12살 넘은 여성은 남자들이 있는 공공장소에 혼자 출입할 수 없고 취직이나 중요한 계약 등을 할 때 보호자 남성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외출할 때는 전통의상으로 온몸을 꽁꽁 가려야 하고 이동권도 제한돼 있다. 교육, 계좌 개설, 병 치료 등을 하려고 해도 남성 보호자 없이는 많은 제약이 따른다. 이런 율법을 어긴 여성에게는 매우 가혹한 처벌과 제재가 기다린다.

21세기를 사는 우리나라 여성들은 믿을 수 없겠지만, 아랍권에서도 특히 보수적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여전히 이런 일들이 일어난다.

여성이 교육을 받을 기회는 1960대에 들어서야 주어졌고 여성 운전은 불과 약 2년 전에 허용됐다.

여성 운전 허용은 사실 여성이 혼자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 권리를 쟁취한다는 내용의 영화 '와즈다'에서 영향을 받은 측면이 크다. 이른바 '여성 이동권' 보장의 태동인 셈이다.

2012년 제작한 영화 극본을 바탕으로 한 동명 청소년 소설 '와즈다'가 국내에 출간됐다. 당시 영화가 나오자 사우디 사회에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천 년간 이어져 온 율법이 개정됐다. 실제로 여성들도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된 것이다.

열 살 소녀가 바꾼 폭력적 세상…소설 '와즈다' - 1

사우디 최초의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열혈 여성' 하이파 알 만수르가 처음으로 쓴 소설이다.

열 살 소녀 와즈다는 자전거를 타고 싶다는 소망을 이루려 애쓰다 문제아로 낙인찍힌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고 싸워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자유'를 쟁취했다.

이 과정에서 평생 차별당한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엄마는 남편의 의사에 반해 와즈다를 지지하고 응원한다.

출판사는 이 소설을 요즘 유행하는 '페미니즘 소설'로 한정했지만, 사실 이 소설의 독자들에게 주는 의미는 그보다 훨씬 더 크고 깊다. 와즈다 이야기는 인간과 인권, 그리고 쟁취하긴 어려우나 잃기는 쉬운 '자유'에 관한 소중한 담론이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추천사에서 "좌절하지 않고 해맑게 금기에 도전하는 와즈다에게 응원을 건넨 와즈다 엄마처럼, 우리 현실에서도 수많은 도전과 응원의 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상수리 펴냄. 김문주 옮김.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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