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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미아 종료 조건부 유예 100일…한일관계 '변곡점' 곳곳

송고시간2020-02-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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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대응 등에 우선순위 밀려…청와대 "협상 이어지고 있다"

"칼은 칼집에 있을 때 무서운 것"…폐기 결정에 신중 기류

3·1절 메시지·한미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 변수도 고려해야

인사 나누는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
인사 나누는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가 2019년 12월 24일(현지시간) 중국 쓰촨성 청두 세기성 샹그릴라호텔에서 악수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조건부로 유예한 지 29일로 정확히 100일째를 맞았다.

지난해 11월 22일 정부는 지소미아 협정 종료 통보의 효력을 정지시키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불만의 뜻으로 한국에 보복성 수출규제를 가한 일본과의 갈등이 극대화한 시점에서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조건부로 지소미아 종료를 연기하겠다는 뜻이었다.

지소미아 종료를 불과 몇 시간 앞두고 한일 정부가 합의한 결정을 발표한 것은 더 이상 관계가 악화하는 것을 방치할 수 없다는 데 한일 양국의 공감대에 따른 것으로 해석됐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미래지향적 관계 수립을 위해 대화의 손길을 내밀었음에도 일본의 태도가 변하지 않자, 같은 달 지소미아 종료를 결단했으나 파국을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통 큰 결단이었다.

청와대, '지소미아 종료 연기'
청와대, '지소미아 종료 연기'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이 2019년 11월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연기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소미아 종료의 조건부 유예를 결정한 뒤로 한일 양국은 조금씩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다.

한국의 산업통상자원부와 일본 경제산업성은 과장급과 국장급 준비회의를 거쳐 지난해 12월 한일 수출관리 정책대화를 일본 도쿄(東京)에서 개최했다.

'근본적 해결안으로 미흡하다'는 청와대의 반응이 있긴 했으나 일본은 같은 달 한국에 수출되는 일부 반도체 소재의 수출심사와 승인 방식을 개별허가에서 특정포괄허가로 변경하는 포괄허가취급요령 일부 개정령을 공시했다.

그러나 눈에 띌만한 진전은 없었다. 새해 들어 한국과 일본을 곤란에 빠트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탓에 수출규제 해결 논의도, 지소미아 종료 문제도 국정의 우선순위에서 자연스럽게 뒤로 밀렸다.

다만 양국은 지소미아 종료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채널을 열어놓고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청와대 내 강경파 사이에서 지소미아 폐기론이 나온다는 한 언론의 보도가 있었으나,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지난 12일 기자들과 만나 이를 부인하며 "일본과 계속 협상 중인 상황에서 결과는 도출되는 대로 말씀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소미아 폐기를 두고 청와대는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29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칼은 칼집에 있을 때 무서운 것"이라면서 "충분한 논의 없이 지소미아 종료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향후 협상 등에 있어서도 우리에게 득이 될 것이 없다"고 언급했다.

지리적 요인 탓에 한국보다 북한의 군사정보 수집 능력이 뒤지는 일본의 입장을 고려하면 지소미아는 대(對)한국 수출규제의 완전한 해제를 압박하는 중요한 카드로 쓰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지소미아 종료 여부는 향후 한일 간 외교 일정을 비롯해 양국 관계가 어떻게 흘러가느냐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3.1절 기념사 하는 문 대통령
3.1절 기념사 하는 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3월 1일 오전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제100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가장 가까운 변곡점으로는 3·1절에 나올 문 대통령의 메시지가 꼽힌다.

문 대통령이 가장 최근에 지소미아 문제를 언급한 것은 지난달 신년 기자회견이다.

문 대통령은 당시 "수출규제가 일본 기업에도 어려움을 주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수출규제나 지소미아 등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빨리 해결한다면 신뢰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3·1절 기념사가 향후 한일 관계의 기조나 큰 흐름을 제시하는 거시적 관점을 담았던 전례를 생각하면 문 대통령이 지소미아 종료 문제를 구체적으로 언급할 확률은 낮아 보인다.

다만 과거사 문제와 미래지향적 관계를 분리하는 투트랙 기조에 변함이 없었던 만큼 문 대통령은 일본에 여전히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지소미아 종료와 수출규제 문제의 원만한 해결 가능성을 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7월 열리는 도쿄올림픽은 또 다른 변곡점이 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평창동계올림픽 때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개막식에 참석했듯 도쿄올림픽에도 한국의 고위급 대표가 참석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도쿄올림픽이 한일 문제를 근본적으로 푸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로 지소미아 종료 여부와 관련한 한일 간 논의가 7월까지 장기화한다면 정부 고위급 대표의 도쿄올림픽 참석 계기에 이뤄질 한일 간 고위급 대화가 문제 해결의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물론, 한일 간 지속적인 대화와는 무관하게 일본이 성의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문 대통령은 최종적으로 지소미아 종료를 결심할 수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지소미아 종료의 조건부 유예를 발표하던 당일 "(일본이 수출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지난해) 7월 1일 이전 상황으로 복귀해야 지소미아를 연장할 수 있다"고 못 박은 바 있다.

공동기자회견하는 한미 국방장관
공동기자회견하는 한미 국방장관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이 2월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한미 국방장관회담을 개최,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지소미아 종료 여부를 두고 또 하나 주목해야 할 부분은 한미 간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다.

한미 국방장관은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만나 이 문제를 논의했지만 증액 폭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높은 수준의 정책 협의, 훈련, 정보공유 등 (한미일) 3국 간 3자 방위협력을 계속하겠다는 약속을 재확인했다"면서 사실상 지소미아를 연장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한미가 공식적으로 방위비 분담금 문제와 지소미아 연장 여부는 별개의 문제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으나 미국이 두 사안을 결부해 지소미아 연장을 압박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방위비 분담금 인상 폭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소미아 연장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는 것이다.

kj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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