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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지옥 같았다"…경남 대안학교서 학생 성추행·은폐 의혹

송고시간2020-03-02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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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생,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에 폭로…의혹 잇따르자 학교 측 사과문 게재

경남도교육청
경남도교육청

[연합뉴스 자료사진]

(창원=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경남의 한 비인가 대안학교에서 수년 전 또래 남학생이 여학생을 성추행하고 학교 측은 이를 덮으려 했다는 의혹이 2일 제기됐다.

이런 의혹이 알려지자 유사한 내용의 폭로가 잇따라 나오고 급기야 이 학교 교장과 교사가 사과의 글을 올리는 등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 모양새다.

경남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최근 이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에 여자 졸업생 한 명이 'A 학교 규탄합니다'라는 제목으로 게시글을 올려 또래 남학생의 성추행과 학교 측의 미온적 대처를 비판했다.

이 졸업생은 "2016년 같이 여행을 했던 B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며 "학교에서 내게 해준 건 아무것도 없었고 내가 나를 지키는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 사건이 있었던 날 교사로부터 '원래 그 나이 또래 남자애들이 다 그렇다', '흔한 일이다', '별일 아니다' 등 말을 들어야 했다"며 "나를 비롯한 내 주변 사람들은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으나 아무도 우리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 글이 공개되자 졸업생들의 폭로가 댓글과 게시글 등을 통해 잇따라 올라왔다.

가해자로 지목된 B씨는 "당사자와 가족들, 같이 여행을 다녀왔던 분들 모두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너무 수치스러워서 용서를 구해야 하는 일임에도 용기를 내지 못하고 속으로만 담고 있었다"는 사과의 댓글을 달기도 했다.

다른 졸업생은 "잠을 자다 새벽 3시께 눈을 떴을 때 누가 나를 후레쉬로 비춰 바라보고 있었다"며 "교사에게 말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네가 이해해줘야 한다. 남자들은 본능적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것이었다"고 울분을 토했다.

또 이 학교 교사가 베를린 여행을 하던 중 공용샤워실에서 옆 칸 여성을 훔쳐보고 학생들에게 교묘히 가스라이팅(Gaslighting·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조작해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을 해왔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이 교사는 "규탄 글을 다 읽었고 저에 대한 내용이 모두 사실임을 인정하고 사과드린다"며 "저의 성 관념과 성 감수성에 문제가 있음을 인지하고 시간이 지나 공부를 통해 제 행동이 얼마나 잘못됐나 알게 되었다"는 사과문을 작성했다.

졸업생들의 이어지는 성토에 결국 이 학교 교장까지 사죄의 글을 올렸다.

현재 이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가해자들을 비난하고 피해자들을 응원하는 글과 댓글이 쇄도하고 있다.

이 학교 관계자는 "학교 전체가 큰 충격에 휩싸인 상태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몇 년 전 일들에 관한 글이 계속 올라와 내부에서 법적 대응 등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학교는 방과 후 수업을 하는 대안학교로 현재는 기수별로 학생을 모아 1년 동안 국내·외 여행을 떠나는 여행학교 기능을 하고 있다.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기수당 20여명이 등록하며 설립 당시 도교육청 인가 제안을 거부해 비인가 대안학교로 남게 됐다.

경남도교육청 관계자는 "해당 학교는 인가를 받지 않은 채 만들어져 관리 사각지대로 남았으며 우리에게 제재나 조사 권한이 없다"며 "피해자 보호 조처 등 해결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home12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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