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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한참 늦은 신천지 총회장의 '협조 다짐'…어기면 존폐기로 설 것

송고시간2020-03-02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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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한복판에 서 있는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교주 이만희 총회장이 드디어 공개석상에 나타나 입을 열었다. 이 총회장은 2일 경기도 가평 신천지 연수원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정부에 협조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인적·물적 자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고의적인 건 아니지만 많은 감염자가 나와 죄송하고 뭐라고 사과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두 차례 큰절까지 했다. 국민에게 용서를 비는 듯한 모습도 보였지만 이날 입장 표명은 늦어도 한참 늦었다. 이 총회장은 4천 명이 넘는 국내 확진자의 절반 이상이 신천지와 관련된 것으로 드러났는데도 그동안 직접 사과는커녕 모습조차 드러내지 않았다. 대변인을 통해 두 차례 발표한 입장에서 신천지는 최대 피해자인데도 마녀사냥을 당하고 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을 뿐이다. 교주 잠적설이 돌고 체포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 것도 그래서다.

이 총회장이 뒤늦게나마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국민 앞에서 약속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국내 확진자의 60% 가까이가 신천지대구교회와 관련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전체 환자의 87%가 나온 대구·경북 지역의 경우 확진자 중 무려 73.1%(1일 기준)가 관련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슈퍼 전파자'라는 의심을 받았던 31번 환자를 시작으로 알려지게 된 신천지 집단감염 사태는 비슷한 시기 신천지 관련 환자들이 속출하면서 끝을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번진 상황이다. 여전히 베일에 가려진 신천지 감염 현황이 철두철미하게 파악되지 않는다면 어디까지 악화할지 장담할 수 없다. 신천지 관련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쏟아져 나오는 대구·경북 외 지역에서도 8천946명의 신도와 교육생이 코로나19 유증상자인 것으로 나타나 신천지발(發) 전파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는 게 무엇보다 시급하다. 이런데도 신천지 신도 가운데 4천여 명은 소재 불명 등으로 조사조차 못 하고 있어 추가 전파 우려도 크다. 기하급수적인 확산세를 끊고 상황을 안정적으로 통제할 수 있느냐는 신천지의 협조 여부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총회장은 정부에 적극적으로 협력해왔다고 주장했지만, 신천지가 명단 공개 과정 등에서 보인 태도는 전혀 그렇지 않다. 신천지 피해자 단체와 여러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잇따라 고발된 것도 이 때문이다.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는 이 총회장을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신천지가 위장교회와 비밀센터 429곳, 입교 대기자 7만명과 중요 인사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 등 역학조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도 이만희 총회장과 신천지 12개 지파의 장을 살인죄 등 혐의로 고발했다. 살인죄 성립 여부와는 별개로 신천지가 적극적인 조치를 했다면 다수의 국민이 사망에 이르거나 상해를 입는 일이 없었을 것이라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말은 공감이 가고도 남는다. 신천지는 피해자 단체로부터 고발당한 뒤에야 떠밀리듯 교육생 6만5천127명의 명단을 정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신천지는 최선을 다해 방역당국에 협조하겠다는 이 총회장의 다짐이 공수표에 그친다면 존폐 기로에 설 것이라는 점을 똑똑히 알아야 한다. 추가 감염 차단에 계속 미온적 태도를 보이면 강제수사 같은 압박 요구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이미 검찰에 고강도 수사를 주문해놓은 터다. 신천지 강제수사에 신중한 것처럼 보이는 검찰도 코로나19 관련 불법 행위에 단호히 대응한다는 게 기본 방침이다. 다만, 방역당국은 강제수사보다는 자발적 협조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인 만큼 유관기관 간에 유기적으로 협의해 방역 효과를 극대화하는 게 중요하다. 이제라도 신천지는 국민 안전에 심대한 피해를 준 코로나 사태를 하루라도 빨리 수습하는 데 동참해야 한다. 특히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 우한 지역에 대한 신도들의 방문 내역 등 모든 정보를 하나도 숨기지 말고 제공하고 추가 감염을 막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 그러지 않을 경우 감당하기 어려운 사회적 지탄을 받게 될 것은 불문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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