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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계속되는 '마스크 대란', 공평·섬세한 공급·전달체계 시급하다

송고시간2020-03-03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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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마스크 대란'이 좀처럼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6일 마스크 긴급 수급조정조치를 발동해 27일부터 약국, 읍면 소재 우체국, 농협 하나로마트 등 공적 판매처를 통해 마스크를 공급하기로 했지만, 물량 부족에다 수요 폭발까지 겹치면서 마스크 구하기는 여전히 하늘의 별 따기다. 우체국과 농협 하나로마트 주변의 마스크 구매 행렬은 일상이 되다시피 했고, 2∼3시간씩 줄을 서고도 구하지 못한 시민들은 "마스크 찾아 삼만리"라며 정부를 향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문재인 대통령은 3일 국무회의에서 국민에게 사과하고, 현장으로 나가라고 장관들을 질책하기에 이르렀다. 정부도 나름대로 마스크 수급 안정을 위해 총력을 쏟고 있지만, 현재 시행되는 대책이 제대로 먹히지 않는 만큼 특단의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우선 공급이 충분치 않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정부는 하루 1천만장의 마스크가 생산되고 있다고 하지만 5천만 인구 가운데 유아를 제외한 모든 국민에게 마스크가 필요하다고 봐야 한다. 골고루 배분된다고 해도 국민 1인당 4∼5일에 한 장꼴이다. 하지만 정부가 공적 판매처를 통해 공급하는 실제 물량은 하루 500만장 안팎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감염병특별관리지역이나 의료진, 농어촌 산간 주민에 대한 우선 배정분을 빼면 물량은 더욱 줄어든다. 공정한 전달 시스템이 없는 상황에서 가수요에 중복판매 등이 겹치면 일반 국민으로서는 마스크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따라서 우선은 국내 생산을 극대화해야 하지만 원료 수급 문제가 걸려 있는 데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급속히 확산하면서 각국이 마스크 부족 사태를 겪고 있어 수입마저도 여의치 않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나도 마스크 한 개로 3일씩 쓴다"고 한 발언은 이런 답답한 현실을 깔고 있다. 공급 부족을 근원적으로 해결할 길이 없다면 정부는 이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보건당국은 마스크를 재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안전하고 위생적인 방법을 국민에게 안내해야 한다.

한정된 마스크가 국민에게 골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전달체계를 섬세하게 재구축하는 것도 시급하다. 현재의 공급 시스템은 시장 자율도 아니고 행정기관을 통한 공적 배분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여서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정부는 공적 판매처를 통해 마스크를 배포한다지만 공평이 담보되지 않는다. 몇시간씩 줄을 설 수 없는 노약자, 자영업자, 직장인 등에겐 그림의 떡이다. 하루 100∼200장씩 돌아가는 판매처를 늘린다고 해봐야 이들에겐 희망 고문일 뿐이다. 장시간에 걸쳐 다닥다닥 줄을 서 마스크를 구하려다 되레 코로나19에 감염될 우려도 있다. 실제 지난 2일 대구에서는 코로나 확진자가 자가 격리 지침을 어기고 우체국에 마스크를 사러 나왔다가 보건 당국에 넘겨지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일각에서 제시한 약국·병원 간 의약품안전사용정보시스템(DUR)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만하다. 이 시스템을 통하면 주민등록번호로 소비자가 구매하는 마스크 수량 등을 관리할 수 있어 사재기나 중복 판매를 걸러낼 수 있다는 것이다. 부산 기장군의 사례도 벤치마킹할만하다. 기장군은 지난달 말부터 직접 마스크를 사들여 관내 7만 가구에 균등하게 5장씩 배부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마스크 때문에 겪는 국민의 불편과 고통이 너무 크다. 국민의 전폭적 협조를 바탕으로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반드시 조기에 승리해야 할 정부로서도 '마스크 리스크'로 정책의 신뢰성을 의심받는 사태는 피해야 한다. 국민 안전을 위해 마스크 착용이 필수라면 큰 틀에서 정부가 마스크를 일괄 구매해 국민에게 한시적으로 무료 배포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추가경정예산은 이런 데 쓰라고 편성하는 것 아닌가. 마스크 수급의 시장 기능은 이미 작동 불능이다. 국가 공권력과 행정력으로 마스크 공급 대란에 따른 국민의 불신과 불안을 털어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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