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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해 더는 못 살겠다" 대산단지 잇단 사고에 서산 주민 분통(종합)

송고시간2020-03-04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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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기자
김소연기자

"미사일 떨어진 줄 알았다…사고 날 때마다 대책은 그때뿐"

유리창 깨지고 건물 외장재 떨어져…"임신한 소 유산하면 어떡하나"

폭격 맞은 듯
폭격 맞은 듯

(서산=연합뉴스) 이은파 기자 = 4일 새벽 충남 서산시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에서 난 폭발 사고 여파로 인근 건물 창문이 부서져 있다. 2020.3.4 walden@yna.co.kr

(서산=연합뉴스) 이은파 김소연 기자 = "사고가 날 때마다 대책 회의를 하면 그때뿐, 바뀐 게 하나도 없는데 누가 여기서 살려고 하겠습니까".

4일 폭발 사고가 발생한 충남 서산시 대산읍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인근 독곶리 마을 이장 김종극씨는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주민들이 더 이상 못 살겠다고, 겁나서 밖에도 못 나가겠다고 한다"며 "대책 마련하겠다는 것도 못 믿겠고, 안전한 곳으로 이주시켜야 하는 거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오전 2시 59분께 김씨는 '쾅' 하는 폭발음에 놀라 잠에서 깼다.

순간 '미사일이 떨어졌나'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엄청난 굉음에 집까지 흔들렸다.

김씨가 불길이 치솟는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앞으로 달려가 보니 주변 건물 유리창이 깨지고 외장재가 떨어져 폭격을 맞은 듯했다.

놀란 주민들도 혼비백산해 공장 앞으로 나와 상황을 파악하는 한편 너도나도 울분을 토해냈다.

유튜브로 보기

https://youtu.be/PVi4oFXoFdw

폭발 충격에 깨진 유리창
폭발 충격에 깨진 유리창

(서산=연합뉴스) 이은파 기자 = 4일 오전 2시 59분께 충남 서산시 대산읍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에서 큰 폭발음과 함께 화재가 발생하면서 인근 음식점 창문이 깨져 있다. 2020.3.4 sw21@yna.co.kr

엄청난 충격에 맞은편 원룸 창문이 방 안으로 떨어지면서 조국제(54)씨는 어깨와 다리 등에 타박상까지 입었다.

조씨는 "잠을 자던 중 '웅∼하더니 꽝'하는 고성이 나면서 유리창이 떨어졌다"며 "이렇게 큰 사고가 나니 불안해서 어떻게 살겠느냐"고 호소했다.

굉음에 축사에 있던 소까지도 놀라 울었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공장에서 4㎞ 떨어진 대죽리 주민은 "'꽝'하는 소리에 자다가 놀라 밖으로 나와보니 키우는 소들도 놀라 울고,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며 "임신한 소가 여러 마리인데 놀라서 혹시나 유산이라도 할까 봐 검진을 따로 받아볼 생각"이라고 걱정했다.

국내 3대 석유화학단지 중 한 곳인 대산석유화학단지에서는 매년 크고 작은 화학사고가 반복된다.

분진이 날아드는 것 정도는 주민들이 '일상'이라고 말할 정도다.

주민들은 지난해 5월 한화토탈 유증기 유출 사고로 주민 수백명이 병원 신세를 졌던 악몽을 떠올리며 또다시 발생한 대형 사고에 "더는 못 살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 사고 후 충남도는 대산석유화학단지에 화학사고 예방·관리를 전담하는 '서북부권 환경관리단'을 배치하는 등 강도 높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깨진 창문
깨진 창문

(서산=연합뉴스) 이은파 기자 = 4일 충남 서산시 대산읍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인근 주민이 폭발 사고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2020.3.4

서산시도 재난 안전문자 발송 시스템을 정비하고 화학 사고에 대한 체계적 대응을 위해 환경안전팀을 신설했다.

롯데케미칼, 한화토탈, LG화학, 현대오일뱅크 등 대산 4개 회사는 앞으로 5년 동안 안전·환경 분야에 8천7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또다시 대형 사고가 터지고 말았다.

대죽리 이장 김기의 씨는 "매년 두세건 이상 크고 작은 사고가 터지니 불안해서 못살겠다"며 "날이 밝고 조사를 해보니 가옥에 금이 가고 70∼90대 고령의 주민들이 많이 놀라는 등 피해가 더 드러나고 있다"며 울분을 토했다.

이날 발생한 사고로 근로자와 인근 주민 등 36명이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이 중 일부는 화상이 심해 충남 천안 대형병원으로 옮겨졌다.

소방당국은 인접 소방서 가용 인력과 장비까지 출동하는 대응 광역 2단계를 발령하고, 240여명과 차량 38대를 동원해 6시간만인 오전 9시께 불을 모두 껐다.

경찰은 사고 원인 수사에 착수했고 서산시는 대산읍 행정복지센터 3층에 대책상황실을 설치하고 사고 수습과 피해 접수를 하고 있다.

유튜브로 보기

https://youtu.be/aoeRSCwLWAM

so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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