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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건강한 사람은 마스크 안써도 된다?

송고시간2020-03-04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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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의심환자 돌보거나, 기침등 증상있는 사람만 쓸 필요"

국내전문가들 "감염자 많고 인구밀도 높은 한국에 적용하긴 어려워"

WHO 홈피의 마스크 사용 관련 동영상
WHO 홈피의 마스크 사용 관련 동영상

[WHO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는 가운데, 국내에서 마스크는 뜨거운 '이슈메이커'다.

마스크 수급을 둘러싼 논란 속에서 '마스크 만능론'을 경계하거나 더 나아가 마스크의 효과에 의구심을 갖는 쪽에서 자주 인용하는 것이 '건강한 사람은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의 세계보건기구(WHO) 권고다.

WHO 웹사이트의 코로나19 항목에 들어가면 '언제 어떻게 마스크를 써야 하나'는 제목의 권고 사항과 동영상이 나오는데, 실제로 그런 내용이 있다.

WHO는 "만약 당신이 건강하다면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되는 사람을 돌볼 때만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권고한다. 또 "기침이나 재채기를 한다면 마스크를 쓰라"고 조언하는 내용도 있다.

이와 함께 WHO 본부의 감염병 예방 및 통제 담당인 크리스틴 프란시스 고문은 WHO 홈피에 실린 동영상에서 "WHO는 특정한 상황에서만 마스크를 쓸 것을 권고한다"며 "만약 당신이 기침, 열, 그리고 호흡곤란이 있다면 마스크를 쓰고 치료를 받으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프란시스 고문은 "만약 이런 증상이 없다면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며 "왜냐하면 마스크가 환자가 아닌 사람을 보호한다는 어떤 증거도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프란시스 고문은 이어 "만약 당신이 건강하더라도 코로나19에 감염됐을 수 있는 사람을 돌본다면 그 사람과 같은 방에 있을 때 늘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WHO의 권고 내용을 글자 그대로 받아들이자면 기침, 발열 등 의심 증세가 없는 사람은 감염 의심자와 같은 공간에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견해에 대해 연합뉴스가 4일 국내 전문가들의 의견을 구한 결과, 한국의 특수성과 코로나19의 높은 감염력, 무증상 감염자의 존재 등을 고려하면 한국에 그대로 적용하긴 어렵다는 반응이 많았다.

한산한 대구 출근길 지하철
한산한 대구 출근길 지하철

[연합뉴스 자료사진] 2월20일 오전 대구 지하철 2호선 문양 방면 객차 안이 한산한 모습을 보인다. 승객들은 모두 마스크를 쓴 모습이다. 대구에서는 전날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오며 시민들이 지하철, 마트 등 다중 이용시설의 이용을 피하고 있다. 2020.2.20 mtkht@yna.co.kr

대구시의사회 임원으로서 코로나19 대책반을 지원하는 동산의료원 김대현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사스와 메르스에 비해 코로나19는 전염력이 높아서 밀폐된 공간에서 사람을 만날 경우 비말에 의한 감염을 막는 데는 마스크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또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정기석 한림대 호흡기내과 교수는 "WHO는 전 세계를 상대로 포괄적으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특수성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만원버스나 전철 상황을 보면 알지만 우리나라는 굉장히 도시화한 데다 도시지역의 인구밀집 현상이 있고 출퇴근 시간도 길기 때문에 건강한 사람이라도 마스크를 쓰고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사이에는 감염 확률 면에서 차이가 많이 난다"고 말했다.

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19 대책위원장인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는 "이상적으로 코로나 19 감염 환자가 모두 마스크를 쓴다면 건강한 사람은 쓰지 않아도 된다고 할 수 있지만 그런 보장이 없으면 어떻게 하느냐"며 "인구밀도가 높은 데다, 코로나19 환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우리 상황에서 '건강한 사람은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기 교수는 "또 감염자의 증상이 나타나기 전부터 전파가 된 사례들이 보이는 터에 자기 자신이 무증상 감염자일지 모르는 것 아니냐"고 부연했다. 당장 증상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무증상 감염자'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만큼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고 하긴 어렵다는 지적이었다.

WHO의 권고 내용과 그것에 내포된 목적을 '마스크 수급난'과 연결 짓는 시각도 있다.

정기석 교수는 "만약 WHO가 '일반적인 상황에서도 마스크가 필요하다'고 하면 전 세계적으로 마스크 대란이 일어나서 아프리카, 남미 등의 사회적 약자들이 마스크를 구하지 못할 수 있는데 그런 상황이 오면 WHO의 책임론이 거론될 수 있음을 WHO가 의식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기모란 교수는 "생산량이 한정된 마스크를 전 국민이 하루 한 개씩 다 쓸 수가 없고 국민들이 하루 5천만개의 마스크를 쓰고 버린다면 폐마스크를 처리하는 문제도 간단치 않다"며 "의료진과 취약계층들에게 보건용 마스크를 우선 순위로 보급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재사용이 가능한 마스크를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현 교수는 "2m 이상 거리를 두면 비말감염을 막을 수 있고 감염된 사람의 신체나 오염된 물건을 조심하면 접촉에 의한 감염을 예방할 수 있으므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전파 완화에 좋은 대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정부 공급 마스크, 금일 품절'
'정부 공급 마스크, 금일 품절'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4일 오후 서울 시내 약국에 공적 마스크 공급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다. 2020.3.4 ryousanta@yna.co.kr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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