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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지구촌 절반이 한국민 입국제한…역량 총동원해 과잉조치 막아야

송고시간2020-03-05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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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 세계 확산세가 지속해 나라 간 이동 제한에도 더욱 신경이 쓰인다. 특히 한국의 확진자 증가에 따라 우리나라를 대하는 외국의 시각도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다. 한국발 입국자를 통제하는 국가가 갈수록 늘어 5일 오전 기준으로 입국을 금지하거나 절차를 강화한 국가·지역은 96곳이 됐다. 유엔 회원국(193개국) 기준으로 치면 전 세계의 절반에 이르는 숫자다. 이중 한국 전역에 대해 입국 금지하는 곳이 36곳, 대구·청도를 중심으로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그리하는 나라가 4곳이라고 한다. 추세를 보면 당분간 이런 국가가 늘면 늘었지 줄지는 않을 것 같아서 걱정이다. 더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이 요구되는 이유다.

외교부는 강경화 장관의 전화를 포함한 외교 채널을 통해 입국 제한 나라를 상대로 설득 노력을 벌였다고 하지만 역부족이다. 강 장관에 따르면 자체 방역 능력이 없는 국가가 주로 입국 금지라는 투박한 조치를 하는 것이지 우리나라가 '왕따'를 당하거나 그런 현상은 아니라고 한다. 그렇다고 해도 한국인을 상대로 한 과도한 대응 사례가 이미 여럿 나타나는 등 '코리아 포비아'(한국 공포증)가 우려되는 비합리적인 일들이 벌어지는 게 현실이다. 모리셔스, 베트남 등에서 사전 통보 없이 한국인을 격리한 황당한 조치들이 그 예다. 한국에서 오는 사람들을 격리하는 국가·지역은 23곳에 이르고, 중국과 베트남 등에 한국민 1천100여명이 격리된 상황이다. 자국 이익 우선의 냉엄한 국제 현실을 드러내는 모습이지만, 어떤 나라든 과학과 객관에 기반하지 않는 과도한 조치는 온당치 않다.

한국을 상대로 한 과잉 대응이 이어지자 정부는 베트남에 신속대응팀을 파견했다. 베트남에서 격리된 한국인 270여명의 격리 해소와 귀국을 돕기 위한 비상조치다. 이런 노력이 좀 더 일찍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주지만, 이제라도 갔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현장을 발로 뛰는 노력이 긴요할 때다. 지난 두 달 간 경험에서 탁상행정으론 코로나19의 감염 속도와 위협을 이겨낼 수 없다는 교훈을 얻었기 때문이다. 외교부와 신속대응팀은 국가의 권익을 지키는 최전선에서 뛴다는 각오로 총력전을 펼치길 바란다. 이미 취해진 과잉 조치를 풀어야 할 뿐 아니라, 유사한 소란이 빚어지지 않도록 선제 대응하는 임무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이 큰 미국의 조치를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 정부는 한국의 능력과 투명성을 높이 평가하며 아직 과한 조치를 안 해 다행이지만, 강력 대응 가능성은 열어 둔 만큼 최악의 상황에 늘 대비하길 바란다. 중국의 경우 신규 확진자가 감소세를 보이자 역유입 대책을 강화하고 있어 역시 한국을 상대로 추가 과잉 조치가 더는 없도록 해야 한다.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최우선 과제는 국내 지역사회 감염 등 광범위한 확산을 막는 것이지만, 외교적 노력이 잘 뒷받침돼야 국제적 고립이란 더 큰 타격을 피할 수 있다. 지구촌의 외딴 섬이 되면, 인적 왕래의 차단은 물론 경제적으로도 막대한 피해를 본다. 아울러 전 세계적 확산이 극심해질 경우를 상정한 입국 관리 대책도 시나리오별로 잘 마련해 중국인 입국 제한 논란 같은 혼란이 더는 없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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