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여행 돌아오자마자, 장모상 중에도' 방역 뛰어든 공무원들
송고시간2020-03-05 16:12
대전시 유상희·곽명신 주무관…코로나19 확산 저지에 진력
(대전=연합뉴스) 김준호 기자 = "모든 시민이 힘을 모아 하루라도 빨리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해내야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으려는 대전시 공직자들의 피로도가 쌓이는 가운데 장모님 상을 치르는 중 출근하거나, 새신랑인 역학조사관이 20여일째 귀가하지 못하는 등 애환이 전해진다.
지난 2일 장모님 발인식을 치른 유상희(48) 대전시 주무관은 다음날인 3일 시청 재난상황실로 출근했다.
유 주무관이 조례로 보장된 경조사 휴가 일수인 5일도 채 보내지 않고 다시 출근하자 주변 동료들은 의아해했다.
유 주무관은 상을 치른 뒤 경조사 휴가 5일과 주말·휴일까지 가족과 지낸 뒤 오는 9일 출근해도 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장모님을 여읜 슬픔을 다스릴 새도 없이 유 주무관이 서둘러 출근한 이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지역 내 확산을 우려해서다.
유 주무관은 관광마케팅과 소속이지만 지난달 25일 코로나19 대응이 주 업무인 재난관리과 근무를 지시받았다. 대전시는 현재 상황을 비상 상황으로 보고, 코로나19 대응 인력을 늘렸다.
유 주무관 장모는 지역 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13명에 이르면서 비상 대응에 들어갔던 지난달 29일 별세했다.
상중임에도 서둘러 업무에 복귀한 유 주무관은 늦은 밤까지 격무에 시달리면서 코로나19에 대처하고 있다.
유 주무관은 "평소 사위를 아껴주시던 장모님께서 돌아가신 아픔이야 이루 말할 수 없다"면서도 "국가적 비상사태에 공무원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대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진자의 이동 경로와 접촉자 등 동선을 파악하는 역학조사관인 곽명신 주무관은 지난달 1일 결혼한 새신랑이다.
공중보건의인 곽 주무관은 신혼여행을 하고 온 지난달 12일 곧바로 업무에 복귀했다.
지역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올지 몰라 방역에 힘쓰던 시점이다.
결국 대전에서는 지난달 21일 지역 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이후 확진자 동선을 추적하고, 방역 상황 등을 챙기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곽 주무관은 신혼여행을 다녀와 복귀한 이후 20여일 동안 아내가 있는 대구 신혼집을 찾지 못했다. 부모님이 계신 세종에서 출퇴근을 하고 있다.
아내도 대구 지역 대학병원 인턴이라서 코로나19에 대응하느라 바쁘기는 마찬가지다.
곽 주무관은 "아내와 제대로 된 전화 통화조차 못 했다, 서로 연락을 못 한다"며 "혹시 시간이 나더라도 제가 대구에 내려가기도 아내가 대전으로 올라오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메신저로만 아내에게 하루 한두차례 안부를 묻고 있다"며 "하루빨리 코로나19가 진정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kjun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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