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일본 입국거부는 비우호적 외교조치"…강경대응 예고

이정진 기자 기자 페이지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홍유담 기자 = 외교부는 6일 일본 정부가 전날 발표한 한국인 입국규제 강화조치에 대해 방역 대책이 아닌 '비우호적 외교조치'로 보고 외교적으로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일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발표한 조치를 '비우호적이며 비과학적'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일본 조치의 이유를 국민 불안감이라고 했다"면서 "비과학적 조치라고 스스로 말한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WHO(세계보건기구) 등이 입국제한이 감염병 대응에 있어 과학적이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비우호적 조치'의 근거로는 한국은 일본 국민의 한국입국에 대해 제한을 하지 않았고 중국은 지방정부 차원에서 일본 국민들을 격리조치 하는 상황에서 일본이 이번에 입국규제 강화 조치를 한국과 중국에 모두 적용한 점을 꼽았다.

이 당국자는 일본과 함께 호주와 싱가포르 등도 방역 선진국이면서도 한국에 대해 입국제한을 두는 것이 '비우호적·비과학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청와대가 유독 일본에 대해서만 '상호주의에 입각한 조치'를 포함해 대응방안을 검토하기로 한 것과 관련, 이 당국자는 "기본적으로 한일관계와 한·호주관계가 같을 수가 없으며 양국의 코로나19 상황도 다르다"고 말했다.

강제징용 배상판결과 일본의 수출규제 등으로 냉랭한 한일관계 상황이 일본에 강경하게 대응하는 배경임을 시사한 것이다.

다른 외교부 관계자는 "일본이 조치를 발표하는 경과라든가 협의를 하는 과정도 비우호적"이라며 "결정이 되기 전에 중간단계에서 발표하고 발표한 내용도 뭔가 명확하지 않아서 불러서 설명하고 추궁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일본의 조치가 외교적 성격의 조치라고 보고 우리도 외교적 성격의 조치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교부가 이날 오전 기자들에게 배포한 메시지에서 일본의 조치 배경과 관련, "방역 외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방역의 목적이 아닌 정치적 목적으로 '한국 때리기'에 나섰다는 의미로, 일본인의 한국 입국 제한 등 고강도 조치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중국 대부분 지역에서 한국인을 14일간 격리하는 등 조처를 하고 있지만, 일본에 대해서와는 달리 상응조처를 검토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중국에 대해선 특별입국절차 등 다양한 조치를 했다"면서 "(한국인에 대한 조치도) 중국의 지방정부와 협의해서 개선되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이와 관련, 다른 외교부 관계자는 외국의 조치가 해당 국가의 방역능력 등을 고려할 때 수긍이 되면 항의하고 철회를 요청하더라도 감안을 할 수 있지만, 수긍이 안 되는 나라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조치는 외교적 성격의 조치"라고 강조했다. 방역 대책으로는 수긍이 안 된다는 뜻이다.

정부는 일본에 대한 상응 조치를 늦어도 8일 이전에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한국에 대한 무비자 입국금지 등 조치가 9일부터 시행되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transil@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0/03/06 15:42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