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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사활 걸자 지역 감염 주춤…산업도시 울산 지킨다

송고시간2020-03-10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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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조선·화학 대기업들 '뚫리면 끝장' 각오 코로나19 총력 방어

인구 대비 근로자 비중 높아…'회사 피해 안 돼' 가족도 솔선수범

식탁 칸막이 사이에서 '혼밥'
식탁 칸막이 사이에서 '혼밥'

(울산=연합뉴스) SK울산콤플렉스 구내식당에서 직원들이 칸막이가 설치된 식탁에서 옆자리를 비운 채 지그재그로 앉아 식사하고 있다. 이 회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해 점심시간 3부제 운영, 식당 칸막이 설치 등 조처를 시행하고 있다. 2020.3.10 [SK울산콤플렉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hkm@yna.co.kr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김근주 기자 = 울산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피해가 심각한 대구·경북과 인접한 지리적 여건에도 비교적 코로나19를 잘 방어하고 있는 배경에는 '뚫리면 끝장'이라는 각오로 스스로 엄격한 단속에 나선 기업과 근로자들의 노력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울산에서는 지난달 22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총 24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달 4일부터 사흘간 확진자가 없다가 7일 1명 발생했고, 이후 10일 오전까지 다시 사흘째 발생 환자가 없는 상태다.

대구·경북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데다 인적·물적 교류가 적지 않은 울산임을 고려하면, 이런 환자 규모와 추세는 애초 우려를 밑도는 수준이라는 평가가 많다.

이런 배경에는 물론 '사회적 거리 두기'를 비롯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예방활동 동참, 관계 기관과 종사자들의 헌신 등이 주요 요인으로 우선 꼽힌다.

거기에 더해 산업도시답게 기업체들이 엄격한 수준의 방역을 시행하고, 근로자들이 그 조치에 솔선수범해 동참하는 것이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통계청 '전국사업체조사'를 보면 2018년 기준 울산 제조업 종사자 수는 17만5천990명으로 전체 산업 종사자(52만7천85명)의 33.4%를 차지한다.

이는 전국 제조업 종사자 비율(전체 2천223만명 중 제조업 411만명)인 18.5%보다 월등하게 높은 수준이다.

한국노총 울산지역본부는 제조업 종사자가 부양하는 가족까지 포함하면, 울산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45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가스·운수·금융·건설 등 다른 업종도 대부분 제조업과 연관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울산의 제조업 의존도는 다른 지역보다 더 높다.

통근버스 식별번호·방역복 확보…기업들 장기전 채비(CG)
통근버스 식별번호·방역복 확보…기업들 장기전 채비(CG)

[연합뉴스TV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런 여건에다 울산에는 조선·자동차·석유화학 등 3대 주력산업을 중심으로 대기업과 협력업체, 중소기업이 밀집해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산업현장이 멈추면 기업 차원의 막대한 손해는 물론이고, 국가 차원에서도 기간산업이 차질을 빚는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이에 따라 울산의 기업들은 국내 어떤 기관이나 시설보다 엄격한 수준으로 코로나19를 차단하고 있다.

대형 사업장들은 예외 없이 출입 시 체온 검사, 구내식당에서 한 자리씩 띄워 앉고 대화 자제, 점심 식사 3∼4부제 운영 등을 지난달부터 시행하고 있다. 국내외 출장이나 여행을 자제하도록 하고, 회의도 화상회의로 대체했다.

장례식 참석 등 불가피하게 대구·경북을 방문해야 한다면 사전에 부서장에게 보고하고, 방문 후 집에서 2주가량 자체 격리한 뒤 증상이 없으면 출근하라는 지침도 운영 중이다.

만에 하나 이런 지침을 어겼다가 코로나19 확진자로 판명되면 회사 차원에서 무거운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역학조사 과정에서 GPS를 통해 동선이 추적되기 때문에 사실상 거짓말을 할 수도 없다.

그러나 이런 통제적 장치가 아니라도, 근로자 스스로 코로나19를 막아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높다.

세계 1위 조선소인 현대중공업, 국내 최대 완성차 생산공장인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정유시설과 화학공장이 밀집한 석유화학공단과 온산공단의 기업체들이 단 하루라도 멈추면 그 손해는 수십억원대에 그치지 않는다.

특히 석유화학은 하루 24시간 공정이 연속해서 이어지는 장치산업 특성으로 공장이 잠시라도 멈추면 생산 차질에 따른 피해는 당연하고, 공정 내 원료가 굳으면서 이를 제거하고 재가동을 준비하는 등 막대한 비용과 아까운 시간을 허비해야 한다.

울산에서는 근로자의 코로나19 확진 판정으로 현대차 울산2공장이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일까지 가동을 중단했고, 현대건설기계가 3일 밤부터 이튿날까지 공장을 폐쇄한 바 있다.

이들 외에는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사업장이 멈춘 사례가 아직 없다.

하언태 사장(오른쪽) 등 현대차 임직원들이 9일 울산공장에서 단체 헌혈하고 있다. 2020.3.9 [현대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하언태 사장(오른쪽) 등 현대차 임직원들이 9일 울산공장에서 단체 헌혈하고 있다. 2020.3.9 [현대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근로자가 솔선수범해 방역을 철저히 하고 그 영향이 근로자 가족들에게 미치는 효과가 선순환하면서, 산업수도 울산이 도시 차원의 방역 효과를 누리는 셈이다.

온산공단에서 일하는 한 근로자는 "우리 공장이 하루 멈추면 매출 차질 등 피해가 200억원이 넘는다"면서 "코로나19 장기화로 다소 지치는 것도 사실이지만 행여 회사나 동료에게 피해를 줄 수 없다는 생각에 스스로 조심하면서 가족들까지 단속하고 있으며, 이런 근로자들의 노력이 모여 도시 전체적으로 방역 수준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 같다"고 밝혔다.

hk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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