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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日연구자 "이산화염소 목걸이, 바이러스 억제못해"

송고시간2020-03-10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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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다이의료센터 연구원, 2017년 4개 제품 검증한 논문서 "효과없다" 결론

美뉴저지 보건부, 이산화염소 유해물질 지정…"과다노출시 폐부종 유발할수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전자현미경 이미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전자현미경 이미지

(워싱턴 AFP=연합뉴스) 2월27일(현지시간) 미국국립보건원(NIH)이 제공한 것으로, 실험실에서 배양한 세포 표면(파란색/분홍색)에 나타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2019-nCoVㆍ노란색)의 전자현미경 일러스트레이션 이미지. leekm@yna.co.kr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이산화염소가 들어간 목걸이(펜던트)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예방에 효과가 있을까?

환경부는 시판 중인 '코로나 예방용 목걸이'의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며 지난주부터 주요 포털과 온라인쇼핑몰 등에서 유통을 차단하는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고 10일 밝혔다.

환경부는 "이산화염소는 일반용 살균제로 사용할 수 있으나 인체와 직접 접촉하는 형태로 사용해선 안 된다"며 "치명적인 성분은 아니지만, 목걸이로 착용해 소비자가 흡입할 경우 점막과 기도를 자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코로나 예방용 목걸이'는 이미 적잖이 유통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이런 부류의 목걸이에 바이러스 사멸 효과가 과연 있을까? '바이러스 예방 목걸이'의 원 제조국으로 알려진 일본에서는 효과가 없다는 취지의 논문이 나온 바 있다.

일본 국립병원기구 센다이(仙台)의료센터 임상연구부 바이러스 센터 소속 니시무라 히데카즈(西村秀一)씨는 2017년 4월 자국 학회지인 '환경감염지'에 실은 '신체 장착형 이산화염소 방출 제제(製劑)의 검증'이란 제목의 논문에서 '이산화염소 목걸이'의 바이러스 억제 효과가 없다는 결론을 제시했다.

논문 저자는 펜던트 모양과 주머니에 꽂는 펜 모양으로 일본에 시판된 4개사 4개 제품을 검증했다. 얼굴 가까이에 이산화염소 가스를 방출하도록 만들어진 제품들이었다.

저자는 겨울의 실내 생활공간을 상정, 기온 20도에 습도 25%의 폐쇄공간에서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방출한 다음, 이산화염소 함유 제품 위 20cm 떨어진 곳의 공기를 흡입해 활성 바이러스량을 측정했다. 이를 같은 조건에서 이산화염소 제품에 노출되지 않은 경우의 활성 바이러스 량과 비교하는 방식으로 검증한 결과, 제품이 표방하는 바이러스 억제 효과는 전혀 인정되지 않았다고 저자는 밝혔다.

더 나아가 저자는 제품으로부터 10cm 떨어진 곳에서 이산화염소 가스 농도를 측정했으나 거의, 또는 전혀 이산화염소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또 니시무라 씨 포함 4명의 일본인 연구자들은 같은 해 같은 학회지에 실은 논문에서 이산화염소의 바이러스 억제 효과를 습도 30%, 50%, 70%의 조건에서 검증한 실험 결과를 실었다.

생활 공간에서 사람이 견뎌낼 수 있는 한계치로 여겨지는 20∼30ppb(10억분의 1분자 단위)의 이산화염소가 공기 중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활성화를 얼마나 억제하는지 확인한 것이다.

저자들은 폐쇄 공간에 바이러스를 방출해 20분간 이산화염소 가스에 노출한 뒤 공기 속에 함유된 활성 바이러스량을 조사해 이산화염소 가스에 노출하지 않은 경우와 비교했다.

습도 30% 환경에서 이산화염소 가스에 노출한 뒤 회수한 바이러스량은 가스에 노출되지 않은 상황과 비교해서 통계학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다고 논문은 밝혔다.

그러나 습도 50%와 70%에서 이산화염소에 노출될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의 바이러스량을 비교하면 유의미한 차이가 있었다. 습도 50%에서 이산화염소에 노출되지 않은 경우는 바이러스량이 원래의 10% 수준으로 떨어진 반면, 이산화염소에 노출된 경우 바이러스량은 방출량의 0.3%로까지 떨어졌다.

또 습도 70%에서는 이산화염소에 노출되지 않은 경우 바이러스가 2% 수준까지 줄어든 반면 이산화염소에 노출된 경우 0.03% 수준으로 급락했다.

그러나 연구진은 감염 관리의 측면에서 이 같은 차이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밝혔다.

논문은 "습도 50∼70% 의 환경하에서라면 20∼30ppb 정도의 저농도 이산화염소에도 항 바이러스 효과는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논문은 "그것은 감염 관리의 관점에서 환자로부터 공기 중으로 방출돼 일정 시간 경과후 잔존하는 활성바이러스의 절대수로 보자면 습도 자체에 의해 이뤄지는 대폭적인 감염 리스크 저하에 약간 추가되는 정도의 효과 뿐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논문은 "습도 30%에서는 이 정도(이산화염소 20∼30ppb) 농도로는 감염 위험 저하는 거의 기대할 수 없는 것이 분명했다"고 부연했다.

바이러스 억제 효과와 별개로, 이산화염소의 독성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량이라도 유아에게는 좋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구 동산의료원 김대현 교수는 10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소독제에 사용되는 이산화염소의 독성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미국 뉴저지주 보건부의 경우 이산화염소를 유해물질(hazardous substance)로 분류하면서 흡입 시 폐를 자극해 기침이나 숨 가쁨을 야기할 수 있으며, 많이 노출될 경우 폐부종 등을 유발할 수 있음을 지적했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식수에 함유되는 이산화염소 허용량을 ℓ당 0.8mg으로 설정했고 미국 노동부 산하 기관은 8시간 일하는 근로자에게 1㎥ 당 0.3mg의 이산화염소 노출을 최대 허용 한도로 설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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