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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된 병원서 쪽잠 자며 버틴 간호사…"흔들리지 않으려 노력"

송고시간2020-03-11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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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근호 기자
차근호기자

치료실서 이불 깔고 16명이 동거생활…가족상에도 참석 못 해

집단 격리 해제, 해운대 나눔과 행복 병원 '클린존'
집단 격리 해제, 해운대 나눔과 행복 병원 '클린존'

[차근호 기자]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제가 흔들리면 후배들이 갈피를 못 잡을까 봐 표시 내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지난달 물리치료사와 간호조무사가 잇따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며 병원 5∼6층이 2주 동안 집단 격리됐다가 11일 0시를 기해 해제된 '해운대 나눔과 행복병원'의 배연정(43) 수간호사는 격리 기간 자신의 마음을 다잡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했다.

5층 병동을 책임지는 간호사이자, 맏언니이기도 한 자신이 흔들리면 안 된다고 몇번이나 되뇌었는지 모른다.

배 씨는 "(확진자) 선생님께 처음 전화를 받았을 때 머리에 아무런 생각이 안 나고 눈물이 났다"면서 "제 책임 같고 이를 어떻게 감내를 해야 하나 걱정이 컸다"고 말했다.

그날부터 5층 간호사 16명의 치료실 동거 생활은 시작됐다.

집단격리 통보에 3교대 간호 인력이 모두 병원에 집결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환자들 상태를 일일이 살피기 시작했다.

다행히 기존 확진자 2명을 제외하고는 환자와 의료인력 모두 음성이 나왔다.

남성 물리치료사와 간호조무사 등 일부 인력은 이틀간 병원 내에서 숙식하다가 이후부터는 보건소 차량 지원으로 출퇴근이 가능해졌다.

배 씨는 "이불을 깔고 치료실에서 쪽잠을 자고 쉬다가 다시 나와서 근무하는 방식으로 생활했다"면서 "다들 얼굴 한번 안 찡그리고 힘들다 내색하지 않고 묵묵히 버텨줘서 고마운 마음뿐이었다"고 말했다.

간호사들이 숙식한 치료실
간호사들이 숙식한 치료실

[차근호 기자]

가장 걱정되는 것은 환자들 상태였다.

일반 병원에서 치료 후 재활을 위해 입원한 환자들이라 다른 격리된 병원처럼 환자들 상태가 나쁘지는 않았지만, 마비 증상이 있는 환자들도 나왔다.

배 씨는 "처음에는 환자들도 힘들어하고, 환자분 보호자들도 힘들어했는데 2∼3일을 지나고부터는 안정이 되기 시작했다"면서 "이후에는 병원으로 보내오는 물품 등에 '힘내라'는 격려가 쏟아지기 시작했고, 환자분들도 평소보다 더 침착하게 의료진을 대하며 아프다는 소리도 안 하셨다"고 말했다.

배 씨는 격리 사흘째 시어머니가 세상을 떠났지만, 임종은 물론이고 상가를 지키지도 못했다.

배 씨는 "고등학생 큰딸이 저를 대신해 역할을 했다"면서 "마음이 편치 않았는데 시댁 형제들도 많이 위로해주시고 마음을 편하게 해줬다"고 말했다.

해운대 나눔과 행복병원에서는 지난달 25일과 26일 2명의 확진자가 잇따라 나오며 병원 5, 6층이 통째로 격리됐다.

병원은 입원환자 전체 170명과 직원 150명에 대한 두차례 코로나19 검사를 해 모두 음성 판정을 받고 이날 격리 해제됐다.

백선미 병원장은 "마지막 2차 검사는 새벽에 결과가 나왔는데 긴장감에 잠을 잘 수 없었다"면서 "하루 14시간 이상 고된 근무를 하며 긴 기간을 버텨준 직원에게 감사하다"고 밝혔다.

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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