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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제보] "대입 상담 어떡하나" "내신 관리는"…혼란스런 고3 교실

송고시간2020-03-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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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인천의 한 고등학교에서 3학년 담임 교사로 근무하는 이모씨의 제보를 토대로 연합뉴스가 취재해 작성했습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정윤경 인턴기자 = "4월이 마지노선입니다. (개학이) 더 연기되면 (정시에) 수능 보는 건 불가능하다고 봐야죠."

인천의 한 고등학교 3학년 담임 교사인 이모(37·인천시 미추홀구)씨는 최근 스마트폰을 붙잡고 산다. 매일 학급 학생 30여명에게 일일이 전화해 아픈 곳은 없는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준비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집에서 공부하는 데 어려움은 없는지 물어보는 게 주요 업무가 됐기 때문이다.

평상시라면 처음 치른 모의고사 성적을 두고 진로 상담을 할 시기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개학이 다음달 6일로 밀리며 수능 준비에 비상이 걸렸다.

이 교사는 "지난해 이맘때라면 1∼2학년 성적 등을 바탕으로 정시와 수시 중 어떤 방향으로 준비할지 정하고 대입 전략을 짜고 있었을 것"이라며 "일대일 상담을 통해 희망 대학과 학과 등을 듣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 나가야 하는데 그게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이 교사가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학생들의 '방향 상실'이다.

그는 "고3 1년을 통틀어 가장 중요한 시기가 2∼3월로 꼽히는 이유는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을 짜야 하기 때문"이라며 "통화한 학생 대부분이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답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 교사는 "아무리 늦어도 4월 안에는 개학해야 1학기 수업을 마칠 수 있다"며 "더 늦어지면 중간고사도 보기 힘들고 수행평가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합격 기원' 텅 빈 서울 한 고등학교 3학년 교실의 모습
'합격 기원' 텅 빈 서울 한 고등학교 3학년 교실의 모습

본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코로나 사태로 개학이 잇달아 연기된 데 이어 수능이 미뤄질 수도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고3 교실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개학이 추가로 연기될 경우 고3이 재수생보다 수능에서 불리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경기도 안산의 고3 담임교사 심정연(가명·46)씨는 "4월 이후로 개학이 연기된다면 수행평가와 기말고사로만 1학기 성적을 내야 해 하나를 망치면 손실이 크다"며 "내신 부담이 커진다는 사실은 고3 수험생에게 불리한 요소이므로 재수생이 상대적으로 유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온 대구·경북 지역은 더 고민이 깊다.

대구·경북 중·고교에서 20년 넘게 근무해 온 이모(51) 교사는 "다른 곳도 힘들겠지만 우리 지역 아이들이 겪는 어려움은 더 크다"며 "학교와 학원은 물론이고 시립 도서관과 사설 도서관 모두 폐쇄됐다. 개인 독서실도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그는 "3년 전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수능이 1주일 연기됐을 때보다 상황이 더 열악하다"며 "사실상 집에서 감금 생활 중인 학생이 얼마나 멘탈(마음)을 추스르고 있을지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언제쯤 열릴까' 서울의 한 고등학교 정문이 굳게 닫혀있다.
'언제쯤 열릴까' 서울의 한 고등학교 정문이 굳게 닫혀있다.

[촬영 정윤경. 재판매 및 DB 금지]

고민이 가장 깊은 이들은 당사자인 수험생과 학부모다.

고3 수험생 김모(19·경남 김해)군은 "담임 교사와 전화 통화로 5분 남짓 상담하는 게 전부라 대면상담에 비해 아쉬움이 많다"며 "수시로 갈지, 정시로 갈지 아직 정하지도 못해 막막하다"라고 말했다.

김군은 "지방 학교 특성상 수시 전형으로 입시를 준비하는 비율이 높다"며 "온라인 강의를 듣고 혼자 계획을 짜는 데 한계가 느껴져 빨리 학교에 가서 진로 상담을 받고 싶다"고 토로했다.

고3 수험생 학부모인 최모(54·서울시 관악구)씨는 "수차례 개학이 연기되고 다음 달 6일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아이가 많이 불안해하고 있다"며 "부모들이 안심하고 뒷바라지 할 수 있도록 확실한 계획을 알려 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교사들도 막연한 개학 연기보다 뚜렷한 대책과 명확한 일정을 주문했다.

이 교사는 "하루라도 빨리 학사 일정이 나와야 지금이라도 학생들을 다잡고 수능 대비 전략을 짤 수 있다"고 말했다.

심 교사는 "차라리 더 늦기 전에 학생과 유선상으로 입시 상담을 하고 인터넷 강의로 수업을 대체한 뒤 개학하고 나서 성적 평가를 들어가는 게 현실적이라고 본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교수학습평가과 관계자는 "온라인 강의 방안을 포함해 수험생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다양한 안을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교육부 대학정책과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수능 일정은 결정된 바 없다"며 "일단 개학한 뒤 확정한 학사 일정을 토대로 정시와 수시 등 세부 입시 일정이 정해지는 수순"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섣불리 수능 일정을 발표했다가 혼란만 가중시킬 가능성이 크다"며 "천재지변 등 납득할 수 있는 이유인 경우에 한해 수능 연기가 가능하다"라고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했다.

shlamazel@yna.co.kr

yunkyeong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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