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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개학 미뤄진 정규직 교사들, '무노동·유임금'?

송고시간2020-03-17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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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일 안 해도 월급 받는 그룹' 표현에 교사들 상황 주목

교사들 9일부터 재택·출근 병행…행정업무·원격상담 등 '有노동'

문 닫은 학교, 텅 빈 운동장
문 닫은 학교, 텅 빈 운동장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 지속으로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 개학이 2주 더 늦춰졌다.
3일 서초구 이수초등학교 입구를 막은 철문 사이로 텅 빈 운동장이 눈에 띈다. 2020.3.3
hama@yna.co.kr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김예림 인턴기자 = 유치원과 초·중·고교 개학이 4월로 미뤄지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야기한 '수업 부재'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일 안 해도 월급 받는 그룹' 표현이 논란을 불렀다.

조 교육감은 지난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개학을 더 연기할 필요가 있는지 댓글로 시민과 의견을 나누던 중 "학교에는 '일 안 해도 월급 받는 그룹'과 '일 안 하면 월급 받지 못하는 그룹'이 있는데 후자에 대해선 개학이 추가로 연기된다면 비상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적었다.

학교가 휴업할 때 무급상태에 놓이는 비정규직 교직원의 생계 대책이 필요하다는 취지였으나 대조적으로 정규직 교직원은 일하지 않고도 월급을 받아 간다는 말로 들릴 소지가 없지 않았다.

그렇다면 실제로 개학이 미뤄지고 있는 지난 2일 이후 정규직 교직원들은 '무노동·유임금' 생활을 하고 있을까?

현재 서울시교육청 지침에 따라 시내 유치원과 초·중·고 교사들은 지난 9일부터 2∼3일에 하루씩 출근하고, 출근하지 않는 날은 재택근무를 하는 방식을 적용받고 있다.

시 교육청은 2일로 예정됐던 개학이 처음 일주일 연기됐을 때는 교사들에게 교육공무원법 제41조(근무장소 및 연수장소 이외의 장소에서 연수받을 수 있도록 한 조문으로, 통상 교사들이 방학때 이 규정을 활용)에 따른 '연수'를 허용했고, 9일부터는 재택근무와 출근을 병행하는 식으로 근무를 시키고 있다.

월급이 나오는 상황에서 교사 노동의 '본질'격인 수업은 없고 출근도 띄엄 띄엄하고 있지만 시 교육청의 지침만 봐도 교사들의 '무노동'은 허용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일선 교사들과 교직원 단체 관계자들의 현장 상황 설명도 '무노동'과는 거리가 있었다.

서울시 구로구 소재 한 고등학교 교장은 1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일어난 곳과 학교가 가까운 점 등을 고려해 교사 중 필수요원만 출근하고 나머지는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데 재택근무를 하면서 교사들이 공문도 처리하고 전화로 상담도 하고 온라인으로 과제 제시, 생활지도 등을 하다 보니 무척 바쁜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내 한 초등학교 교사는 "3월 2일 이후 주중 2∼3일에 한 번씩 출근을 하고 있고 이틀은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며 "학교에 출근하면 학생 관리, 교실 환경 정리, 교육 과정 계획 및 업무 추진 공문 처리 등으로 하루 8시간 근무를 하고, 재택근무를 할 때는 원격 업무 시스템과 메신저를 통해 업무를 처리한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또 "학급별 온라인 학습 공간을 개설해 학습자료를 업로드하고 학생의 참여도를 확인하는 한편 학생과 학부모에게 개별 연락을 취해 상황을 체크하는 일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정현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지난 2일 이후 초·중·고 정규 교사들의 상황에 대해 "지역별 실정에 따라 근무 형태에 차이가 있긴 하지만 전국적으로 재택 근무와 출근 근무를 병행하고 있다"며 "개학 이후 해야 할 수업을 준비하고, 학사 일정을 조정하고, 평가계획을 재구성하는 등의 일을 교사들이 계속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대변인은 이어 "코로나19로 인한 비상시국이기 때문에 교사들은 재택근무를 하더라도 '비상대기' 상태이며, 코로나 관련 공문을 처리하느라 바쁘게 지내고 있다"며 "특히 초등학교의 경우 돌봄업무 담당 노동자들이 근무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교사들이 그 일을 상당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조희연 교육감이 16일 해당 글에 대해 공식으로 사과했다. 김현철 서울시교육청 대변인은 1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교육감의 페이스북 글은 수업이 없는 동안 월급이 없는 그룹에 대한 대책을 강조하면서 나온 것"이라며 "교사들을 비하하거나 폄훼하려는 의도는 전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조희연 교육감 '일 안 해도 월급 받는다' 글 관련 사과문
조희연 교육감 '일 안 해도 월급 받는다' 글 관련 사과문

(서울=연합뉴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1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로 시민과 개학을 추가로 늦추는 것이 필요한지 논의하는 과정에서 정규직 교직원을 '일 안 해도 월급 받는 그룹'이라고 지칭해 논란이 일자 페이스북 계정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2020.3.16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페이스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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