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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선수 출신의 '에이전트 사기'…피해자들 또 있다

송고시간2020-03-19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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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화성, 유럽팀 입단시켜주겠다며 계약금 등만 받아 챙겨

전직 프로축구 선수 도화성씨
전직 프로축구 선수 도화성씨

[연합뉴스 자료사진]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축구선수 아들을 둔 A(54)씨는 2018년 전직 프로축구 선수 도화성(40)씨와 에이전트 계약을 했다.

그는 당시 서울 모 대학교 축구부 4학년인 아들을 그리스 프로축구팀의 대체 용병으로 뛰게 해주겠다는 도씨의 제안에 3천여만원을 건넸다.

도씨는 그리스 리그에서 대체 용병으로 뛰면 1억2천만원을 받을 수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A씨 아들은 그리스가 아닌 크로아티아 2부 리그 팀으로 갔고 제대로 뛰지도 못한 채 3개월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도씨가 언급한 1억2천만원도 받지 못했다.

A씨가 따지자 도씨는 "한국 프로팀 관계자들을 아니깐 국내에서 입단을 도와주겠다"며 국가대표 출신인 한 구단 관계자와의 친분을 과시했다.

그러나 그는 구단 사정 등을 핑계로 대며 계속 일을 미뤘고 A씨 아들은 지난해 축구선수 생활을 접었다.

A씨는 19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3년간 도씨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했는데 최근 도씨가 에이전트 사기로 재판을 받았다는 기사를 보고 고소를 결심했다"며 "조만간 경찰서에 가서 고소장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때 프로축구 선수로 활약한 도씨가 에이전트 사기로 최근 벌금형을 선고받은 사실이 알려진 뒤 전국 곳곳에서 유사한 피해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축구선수를 자녀로 둔 피해 학부모들은 아들을 해외 프로축구팀에 입단시켜 주겠다는 도씨의 말에 속아 큰돈을 날렸다.

부산에 사는 B(55)씨도 2016년 12월 경남 지역 한 신문사 기자의 소개로 도씨를 처음 알게 됐다.

당시 고등학교 1학년인 축구선수 아들과 함께 경남 양산의 한 커피숍에서 그를 만났다.

도씨는 "아드님이 이제 고등학교 1학년을 마쳤으니 앞으로 2년은 외국에 있어야 한다"며 "1년에 3천만원씩 총 6천만원이 드는데 그 외 다른 비용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돈으로 2년간 외국에서 집을 계약하는 등 의식주를 모두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B씨는 "열심히만 하면 유럽 무대에서 뛸 수 있다"는 도씨의 말에 결국 에이전트 계약을 맺었고 계약금도 보냈다.

B씨와 도화성씨가 쓴 계약서
B씨와 도화성씨가 쓴 계약서

[제보자 B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6천만원 외 다른 비용은 드는 게 없다던 도씨의 태도는 계약 후 돌변했다. 없던 일을 자꾸 만드는 듯했다.

"아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했으니 필리핀에 있는 학원에 다녀서 졸업장을 따는 게 좋겠다"며 300만원을 보내라고 했다. 300만원을 송금했더니 졸업앨범비라며 200만원을 더 요구했다.

B씨는 "아들에게 다 도움이 되는 일"이라는 생각에 계속 도씨에게 돈을 보냈지만, 졸업장도 앨범도 모두 손에 쥐지 못했다.

그의 아들은 다니던 고교를 자퇴한 뒤 2017년 5월 크로아티아로 출국했지만 한달여 만에 돌아왔다.

크로아티아에 있는 동안에도 사비로 밥을 사 먹어야 했다.

"왜 아이에게 식사를 주지 않느냐"는 말에 도씨는 "돈을 맡긴 크로아티아 관계자가 도망갔다"고 핑계를 댔다.

도씨는 2018년 8월 "세르비아에서 1년에 1억원씩 2년 동안 2억원을 벌 수 있다"며 성공보수금으로 1천500만원을 또 요구했다.

B씨는 그 말을 믿고 재차 돈을 줬지만, 도씨가 세르비아로 데려간다던 아들은 수도권 모 고등학교 축구부 숙소에 있었다.

B씨는 "도씨가 우리 아들에게 '세르비아로 출국하지 않은 사실을 부모님한테는 말하지 말라'고 하면서 '말하면 다시는 축구를 못 하게 하겠다'고 겁을 줬다"고 토로했다.

이어 "총 1억2천만원을 도씨에게 줬는데 현금은 제외하고 계좌로 입증 가능한 7천500만원을 피해 금액으로 고소했다"며 "계약서도 가짜였고 모든 게 사기였다"고 울먹였다.

B씨가 고소한 사건은 현재 도씨의 주소지 관할 법인인 인천지법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도씨로부터 유사한 사기를 당한 피해자는 A씨와 B씨뿐 아니라 3명가량 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미 도씨를 경찰에 고소했으나 증거 부족 등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이 내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도씨는 이미 에이전트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달 벌금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인천지법 형사14단독 김은영 판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도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도씨는 2018년 10월 경기도 광명시 한 커피숍에서 한 축구선수의 부모 C씨로부터 1천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2003년 프로축구 K-리그 부산 아이콘스(현 부산 아이파크)에 입단해 2009년 시즌을 앞두고 인천 유나이티드로 이적했고, 2011년 승부 조작에 가담한 사실이 드러나 은퇴했다.

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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