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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왔냐' 비웃고 히잡 벗기고…이주민 70% "인종차별 체감"

송고시간2020-03-1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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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한국사회의 인종차별 실태조사' 결과 발표

법원·일터와 출입국·외국인 사무소 등에서 겪어

국가인권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촬영 안철수]

(서울=연합뉴스) 장우리 기자 = "남편 회사의 공장장이 한국 사람한테는 욕을 안 하는데, 남편한테만 'X새끼 왜 제대로 일 안 하냐'고 말해요."

"동사무소에 가면 사람들이 '난민 왔냐'고 큰소리를 지르고 저를 보며 웃어서 기분이 나빴습니다."

"길을 가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제 히잡을 벗겼어요."

국가인권위원회가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에 의뢰해 진행한 '한국사회의 인종차별 실태와 인종차별철폐를 위한 법제화 연구 보고서'에 담긴 인종차별 피해 증언이다. 인권위는 지난해 7월 22일부터 9월 5일까지 이주민 3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심층 면접을 한 결과를 19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68.4%는 한국 사회에 인종에 따른 차별이 존재한다고 답했다.

체류 기간이 짧은 이들(1년 이하 54.3%, 1년 초과 3년 이하 60.8%)에 비해 한국에 오래 머문 이들(3년 초과 5년 이하 72.4%, 5년 초과 75.4%)이 인종차별을 더 많이 체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주민들이 생각하는 차별 사유(중복응답)로는 한국어 능력(62.3%)이 가장 많았다. 한국인이 아니라서(59.7%), 출신 국가(56.8%)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 사회의 인종 차별 유형
한국 사회의 인종 차별 유형

[국가인권위원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응답자의 56.1%는 반말이나 욕, 조롱 등 언어적 비하를 당한 적이 있었고, 사생활에 대해 지나치게 물어보거나(46.9%) 기분 나쁜 시선(43.1%)을 받았다. 성희롱이나 성폭행을 당했다는 응답도 전체의 7.1%였다.

이들은 법원(41%)과 일터의 관리자(38%), 출입국·외국인 사무소(35.2%) 등으로부터 차별을 당했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인종 차별을 경험한 이주민의 절반은 이에 대해 아무런 대처를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48.9%는 차별을 당했을 때 '무엇인가 하고 싶었지만 그냥 참았다'고 답했다. '이주민이기 때문에 무시당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28.5%), '나의 행동을 뒤돌아보았다'(28.5%) 등 피해의 원인을 자신에게 돌리고 차별적 관행을 받아들이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주민들은 인종차별에 대응하기 위한 법·제도는 물론 한국 사회 구성원들에 대한 이주민 관련 정보를 제공할 필요성에도 높게 공감했다.

이들 대부분은 '이주민을 존중하는 태도와 교류를 촉진하는 내용', '이주민 출신국의 역사·문화·전통에 관한 내용' 등을 한국인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한국인과 이주민 간에 위계적 구분이 존재한다는 인식이 바로 인종차별"이라며 "이러한 차별적 인식은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정부가 수립한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에서 100만 명에 가까운 이주민이 배제된 상황에서도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달 21일은 유엔이 선포한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이라며 "국적 등에 따른 차별과 소외 없이 인간 존엄성이 지켜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iroow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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