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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액티브] "코로나 겁나도 밥이 목숨줄"…무료급식소에 가보니

송고시간2020-03-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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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강다현 인턴기자 = "이봐, 기자 양반. 여기는 (말이야,) 오늘이나 내일 중에 누구 하나 안 보이지? 그 사람은 죽은 거야. 사람 많아서 코로나 걱정된다고 해도 받으러 오는 거야. 우리 목숨줄이니까."

지난 17일 오전 10시50분께 서울 종로3가 탑골공원에 있는 무료급식소.

배식을 받으려고 줄을 서 있던 김병익(가명·77)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걱정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김씨는 "(밥을) 일찍 받으려고 (오전) 7시40분쯤 도착했다. 지금 코로나 때문에 무료급식하는 데가 많이 줄었다. 여기는 밥 준다고 해서 일부러 전철 타고 여기까지 왔다"고 전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일부 무료급식소가 문을 닫자 서비스를 제공하는 급식소로 노숙인과 저소득층 노인 등이 몰리고 있다.

탑골공원 무료급식소 자원봉사자와 이용객들은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하면서도 배식을 이어가고 있었다.

지난 18일 오전 11시10분께 무료급식소 앞의 노인과 노숙자들.
지난 18일 오전 11시10분께 무료급식소 앞의 노인과 노숙자들.

[촬영 강다현, 제작 김유경·남궁선. 재판매 및 DB 금지]

하루 평균 200명의 노인이 이용하는 이 급식소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식당 내부 출입을 금지했고, 밥과 반찬이 나오는 일반식 대신 주먹밥이나 빵과 같은 간편식을 나눠주고 있다. 이날은 250㎖ 생수 한 병과 소금간이 된 주먹밥, 단무지 3장을 간편 식단으로 제공했다.

급식소 관계자는 "지난달 23일부터 간단하게 주먹밥과 간식을 제공하고 있다"며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급식소 이용객 대부분은 배급받은 주먹밥이나 빵으로 하루를 버티고 있었다.

노숙자 도모(74)씨는 "밖에서 노숙하는데 밥 안 먹으면 쓰러진다"며 "주먹밥 반만 먹고 비닐에 싸놨다가 남은 것은 이따 저녁에 먹는다"고 했다.

도봉구 창동에서 왔다는 윤귀남(가명·75)씨도 "여기서는 안 먹고 집에 가서 반찬이랑 같이 먹는다. 주먹밥을 아껴서 하루에 두 끼로 나눠 먹을 수 있다"며 웃어 보였다.

무료급식소에서 제공한 대체 식단
무료급식소에서 제공한 대체 식단

[촬영 강다현. 재판매 및 DB 금지]

윤씨는 "청량리 급식소에서 당분간 코로나 때문에 (급식을) 안 한다고 해 물어물어 종로구까지 왔다"며 "사람들이 많아져서 끝줄에는 새치기하는 사람들도 있고 서로 앞줄 차지하려고 엄청 싸운다"고 말했다.

이용객이 늘어나자 급식소도 평소보다 많은 분량을 준비하고 있다.

급식소 관계자는 "평소에는 200인분만 준비했지만 지금은 급식소를 찾는 분들이 늘어 300∼350명분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체식이라도 제공하는 급식소에 인파가 몰리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식단이 부실해졌다는 불평도 들렸다.

노숙자 정열상(87)씨는 "코로나 전 급식은 반찬도 있고 양이 많았는데 이제는 주먹밥밖에 안 나오니까 배가 안 찬다"며 "우리 같은 사람들은 (굶어) 죽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인파가 몰리면서 코로나19 확산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탑골공원 급식소 관계자는 "노인들이 모이는 과정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있으면 전염이 가능하기 때문에 배식을 받고 바로 흩어져 달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다른 급식소 관계자도 "지난달 23일부터 지난주 일요일(15일)까지 배식을 중단했으나 우리라도 배식을 하지 않으면 이분들은 하루 한 끼도 못 먹을 걸 알기에 다시 문을 열었다"며 "배식을 진행하면서도 코로나19 때문에 불안한 마음을 숨길 수 없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강북구에 사는 송용호(53)씨는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노숙자 등이 코로나19에 감염돼 돌아다닌다면 정말 속수무책일 것"이라며 "사전에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노출되기 쉬운 사회적 약자를 더 배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재훈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저소득층 노인이나 노숙자 같은 사회적 약자 계층은 사실상 '사회적 밀어내기'라는 사회적 배제를 당하고 있다"며 "지자체가 무료급식소 업체에 자원봉사 인력을 투입해 세밀하게 관리하도록 하거나, 배급 시간을 조정해 접촉을 더 줄임으로써 약자 계층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소외당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rkdekgus19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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