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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피처] 집단감염 공포에도 "교회는 왜 예배 강행할까"

송고시간2020-03-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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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정 기자
이은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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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OosPACaKRok

(서울=연합뉴스) '누구를 위한 신앙인가요. 예수님께 물어보고 싶습니다.'

'불교, 천주교, 이슬람교도 금지했는데 개신교만 왜 이러는 거죠.'

코로나19 확산 속, 일부 교회의 현장(교회당) 예배 강행이 누리꾼들로부터 비난 세례를 받았습니다.

지난 16일 경기도 성남시 은혜의강 교회에서 확진자가 대거 나와서였는데요. 이 교회 목사 부부와 신도, 접촉자 등 관련 확진자가 60명을 넘었습니다.

예배 강행 교회들은 마스크 착용, 손 소독제 비치, 거리 두고 앉기 등 방역에 최선을 다한다고 했지만, 은혜의강 교회에서 예배 참석 교인들 입에 분무기로 소금물을 뿌린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줬습니다.

집단 감염에 대한 우려는 거듭 강조돼 왔습니다. 대구를 코로나19 공포로 몰아넣은 신천지를 시작으로 요양병원, 콜센터 등 집단 감염 사례가 속출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부산 온천교회, 서울 동대문구 동안교회, 경기도 수원 생명샘교회, 부천 생명수교회 등 개신교 교회에서 확진자가 잇달아 쏟아져 지역 주민들 불안감이 커졌는데요.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는 종교 집회를 자제해달라고 수차례 호소했습니다.

대형 교회를 중심으로 많은 교회가 이에 동참했지만, 여전히 예배를 이어온 중소 교회들이 다수이고 온라인 예배를 하던 몇몇 대형 교회도 차츰 예배를 재개했는데요.

급기야 경기도는 감염예방수칙을 준수하지 않은 교회 137곳에 예배를 제한하는 행정명령을 내렸고, 정부도 지난 21일 종교시설과 유흥시설 등에 15일간 운영 중단을 권고하며, 감염예방지침을 지키지 않고 영업할 경우 집회·집합 금지 행정명령을 내린다고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왜 개신교 일부 교회는 현장 예배를 강행하는 걸까요.

개신교계에선 주일 예배를 교리에 있는 신성한 책무로 여깁니다. 미국 개신교 영향을 많이 받은 한국 교단의 보수성으로 온라인 예배를 예배의 중단, 단절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한국교회의 특수성도 꼽습니다.

예배학자인 정장복 한일장신대 명예총장은 "'모이는 열심, 성경 공부 열심, 전도에 열심, 기도에 열심, 십일조에 열심'이 한국 교회만이 가진 5대 특성"이라며 "그중 제일 먼저가 바로 모이는 열심"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중앙집권적 조직이 있는 불교, 천주교와 달리 다양한 교단이 존재하고 개별 교회 중심으로 행사가 진행된다는 점도 이유입니다. 예배 강행 이유가 여러 가지란 겁니다.

서울 대형 교회 한 관계자는 "첫째, 목사와 유력한 장로들이 주일 예배 형식을 바꾸고 결정하는 분들인데 이들 신앙이 오프라인 예배만이 진짜 예배라고 믿는 경우가 많다"며 "두 번째는 헌금 수입 등이 없을 경우 임대료 등에 당장 차질이 생기는 교회들이 있다. 또 내부 의견 일치가 안 되는 교회도 있는데 목회자 입장에선 말썽이 생기지 않도록 그냥 예배를 드린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개신교계 내에서도 주일 예배 중단에 대한 의견은 갈립니다.

한국교회연합은 최근 성명에서 "무조건적인 공예배(현장예배) 포기는 안 된다"면서 "사스, 메르스도 심지어 한국전쟁 때도 한국교회가 예배를 중단한 일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김명실 영남신학대 예배학 교수는 SNS에서 "종교 집회는 언제나 전염병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중략) 주일예배까지도 온라인 예배로 대체하는 것은 현 상황에서는 크게 무리가 없다고 본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논란이 되자 일부 누리꾼들 사이에선 헌금 등 교회 수입 축소를 우려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서울시는 중소 교회들의 현장 예배 강행 배경에 재정적 문제가 있다고 보고 상위 교단 등에 협조를 요청했고, 일부 대형 개신교 교단은 지원에 나섰습니다.

이에 개신교계에선 교회의 신뢰 회복을 위해 공공성을 재고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온라인 예배를 예배의 연속 선상으로 보고 이웃을 최대한 배려하는 것이 타인에 대한 사랑을 절대 교리로 가진 교회의 사회적 책임이란 겁니다.

한 대형교회 관계자는 "개신교에 대한 혐오가 우리 사회에 많이 나타나게 된 이유도 교회가 이웃에 대한 사랑, 배려 등 존재 목적을 가볍게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이렇게 본다면 지금은 감염을 피하기 위해 당분간 형식을 바꿔 예배를 드리는 게 맞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은정 기자 김혜빈 김정후 인턴기자 / 내레이션 송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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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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