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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경기도의 보편적 재난기본소득 도입, 생산적 공론화 계기 되길

송고시간2020-03-24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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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경기도가 24일 코로나19 비상경제 대책으로 전 도민에게 재난기본소득 10만원씩을 지급하기로 했다. 지급 대상을 선별하지 않고 전체 주민에게 주는 보편적 기본소득 개념이다. 서울시가 선별적 재난소득을 추진하긴 했지만, 전국 17개 시·도 중 보편적 재난소득을 주기로 한 건 경기도가 처음인 데다 최다 인구를 가진 광역자치단체에서 시행되는 실험적 정책이어서 크게 주목된다. 도는 1천300만여명에게 모두 1조3천여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필요 재원은 재난관리기금 3천405억원, 재해구호기금 2천737억원, 자동차 구입채권 매출로 조성된 지역개발기금 7천500억원으로 마련하며, 사용 기한 3개월의 지역화폐로 지급할 예정이라고 한다. 도의 재난기본소득 시행은 전날 도의회 안전행정위원회가 지급 조례안을 의결하면서 예고됐다. 재난기본소득 지급 근거를 둔 조례안은 전국 최초로서 25일 도의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최종 처리된다.

경기도형 재난기본소득은 코로나 위기에 맞선 긴급 처방 성격이 강하다. 경제와 민생 타격으로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도내 주민과 자영업자, 기업을 지원한다는 데 주목적이 있다. 가계의 가처분소득 여력을 늘려 소비로 연결 짓게 하면 자영업자와 기업의 매출도 덩달아 늘어 경제충격을 다소나마 완화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다. 재원 마련은 쉽지 않았다고 한다. 중앙정부 배려로 재난관리기금과 재난구호기금을 활용할 수 있게 돼 문제를 풀었다고 이재명 경기지사는 말했다. 기본소득 '전도사'를 자임했던 이 지사는 코로나 국면에서 모든 국민에게 100만원의 재난기본소득을 주자고 중앙정부에 제안해왔다. '재난'이라는 수식어에서 보듯 이번 재난기본소득은 코로나발 경제위기에 맞선 비상 대응이고 소액이며 일회적이지만 전 사회적 차원에서 기본소득 논의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겠다. 그런 만큼 전체 국민의 4분의 1을 대상으로 한 이 초대형 정책은 신청 방식, 지급 체계, 사용처 배분, 체감 경제 효과, 민생 개선 효능 등 하나에서부터 열까지에 걸쳐 객관적 관찰과 평가의 대상이 되어 이후 중앙정부와 다른 지방정부에 참고자료로 활용돼야 마땅하다. 코로나 장기전 준비를 고려할 때 다른 자치단체의 재난기본소득 정책 고려에도 모범 사례로든, 반면교사 사례로든 도움이 된다면 바람직할 것이다.

문제는 정책이 노린 소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다. 예산 투입 대비 경제충격 완화 및 민생개선이라는 효능의 측면으로서 정책의 '가성비'가 관건이다. 한국은행 산업연관표를 적용한 경기연구원의 경제적 파급효과 분석으로는 생산유발 효과 1조1천235억원에 부가가치유발 효과 6천223억원, 취업유발 효과 5천629억원이 기대된다고 한다. 하지만 여느 정책효과 분석과 마찬가지로 이는 장밋빛 전망일지 모르니 앞으로 더 지켜볼 일이다. 지자체 간 형평성 시비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같은 재난 상황에서 유독 경기도민만 지방정부 재정의 혜택을 보는 것이니 뒤따르는 논란거리다. 지방 분권과 자치 정신에 따라 여력이 되는 지자체가 나름대로 필요한 독자적 정책을 시행할 수는 있겠으나 '상대적 박탈감'이라는 정서적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 향후 중앙정부 차원에서 유사한 정책이 입안될 때 그런 정서가 고려될 필요가 있다.

마침 다음 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하는 3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재난기본소득 지급 이슈에 관한 중앙정부의 정책 방향이 나온다고 하니 이 과정에서 여러모로 충분한 검토와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 이 지사가 차기 대선주자이기에 더욱 거세게 이는 포퓰리즘 비판도 그 스스로 극복해야 할 난관이다. 기본소득 정책 성안의 기회가 오기만을 기다리던 그가 코로나 정국의 틈새를 노려 여론에 영합하여 무리한 정책을 밀어붙였다는 시각에서 비롯된 비판이다. 이 지사는 코로나 대응 과정에서 '사이다' 언행으로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를 크게 끌어올리며 입지를 탄탄하게 다졌다. 내친김에 큰 거 한 방을 날렸다는 지적은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이 지사는 결국, 정책의 성과로써 이에 대답하는 수밖에 없을 듯하다. 이런저런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여론의 시비 다툼이 이어질 테지만, 기본소득 정책 실험은 큰 걸음을 내디뎠다. 지금은 과거 위기 때마다 되풀이했던 틀에 박힌 해법과 기계적 접근으로는 답이 안 나오는 초유의 비상시국이다. 경기도의 이번 선택이 재난시를 포함해 기본소득 담론에 관한 생산적인 공론화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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