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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의원 꿔주기에 새벽 공천 뒤집기까지…끝없는 정당정치 퇴행

송고시간2020-03-25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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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비례의석 확보용 위성정당에 대한 거대 양당의 현역 의원 꿔주기 레이스가 급피치를 올리고 있다. 총선 후보자 등록 마감일인 오는 27일까지 최대한 이적시키려는 심산이다. 예상했던 꼼수 정치의 끝판이다. 비례 위성당을 투표용지 위 칸에 자리하게 하여 한 표라도 더 쉽게 받으려는 실리 계산에 안 그래도 부실한 정당정치의 명분은 공당의 체면 유지를 위한 장식품 취급조차 못 받는 형편이다. 현역 보유 수에 비례하는 순번은 25일 현재 민생당(21석), 미래한국당(10석.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 정의당(6석) 순이다. 더불어시민당(더불어민주당의 사실상 위성정당)이 이들 상위 3번에도 못 끼어 다급해진 민주당은 이날 의총을 열고 시민당으로 파견할 비례의원 3명을 제명했다. 비례의원이 당적 이탈 후에도 의원직을 유지하려면 자진 탈당이 아닌 제명처분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시민당에 적어도 7명 이상의 의원을 보내 기호배정에서 최소 3∼4순위 안에는 들게 하려는 계획이다. 스스로 주도한 개정 선거법 취지를 망가뜨린 집권당의 국민대표라는 사람들이 모여 앉아서 결정했다는 것이 고작 '의원 임대'라니 믿어지지 않는다. 아마도 민주, 통합당은 지역구 순번과 동일한 1, 2번을 차지하는 것이 나을지, 3∼4순위 안에 들기만 하면 족할지, 상대 당보다 위에 놓이면 괜찮을지 등을 놓고 막판까지 꿔주기 규모를 계산할 듯한데, 국민에 대한 도리를 생각하여 적당히 하기만을 바랄 뿐이다.

두 당이 위성당 의석수에 매달리는 또 다른 이유가 더 많은 선거보조금 타내기에 있다는 이야기도 별로 놀랍지가 않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총선 선거보조금은 총 440억원 수준으로 오는 30일 각 정당에 지급되는데, 20석 이상 교섭단체인 정당에 경상보조금과 선거보조금 총액의 절반을 우선 배분하므로 의원 보유 숫자가 관건 중 관건인 셈이다. 급조된 날림 정당이라고 실탄이 왜 필요하지 않겠는가. 외려 공천 명부 등 선거 사무를 급행 처리하려면 더 많은 돈이 소요될 수 있겠다. 국민 혈세가 위헌과 탈법의 경계에서 줄타기하는 이들 한철 정당에 더 많이 돌아가는 것을 지켜보는 심정은 참담과 분노 그 자체다. 정당은 그 목적·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하며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에 참여하는 데 필요한 조직을 가져야 한다고 규정한 대한민국 헌법 8조2항, 정당은 국민 이익을 위해 책임 있는 정치적 주장이나 정책을 추진하고 공직선거 후보를 추천 또는 지지함으로써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에 참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국민의 자발적 조직이라고 명시한 정당법 2조는 거대 양당의 탐욕 앞에 무참히 뭉개지고 있다.

민주, 통합당의 비례당 이전투구가 여론의 시선을 빼앗은 틈을 타, 비례대표로 재선을 노리는 전, 현직 의원이 는다고 하는 소식도 씁쓸하긴 마찬가지다. 한국당에서 비례 16번을 받은 정운천 의원이 그렇고 국민의당에서 2, 3번을 받은 권은희 의원과 이태규 전 의원도 그렇다. 민주당이 자기당의 위성정당 2중대가 아니라고 손사래 치며 오히려 비난까지 하고 나선 열린민주당에선 과거 통합민주당 비례대표였던 김진애 전 의원이 1번으로 나섰고 민생당에선 전날 비례대표 면접장에 박주현, 장정숙, 최도자 의원이 비례 재선을 위해 모습을 드러냈다고 한다. 그간 비례대표는 청년, 여성, 장애인 등 소수자 대표나 각계 전문가에게 배려되어온 전통이 이어져 왔다. 배려받은 그들이 사회 현안에 관한 안목과 입법 사무를 다룰 정치 능력을 갖춰야 마땅하다는 전제만 충족한다면 이 관행은 매우 바람직하므로 보전할 가치가 충분하건만 이마저도 후퇴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날 새벽 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지역구 4곳의 공천을 백지화한 것도 보기 드문 정당민주주의 유린 행위다. 총선을 앞두고 거대 양당의 과다대표, 소수당의 과소대표, 연합정치 부재, 협력정치 미미로 특징지어지는 한국 정당정치의 추한 몰골이 더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걸 조금이라도 낫게 바꾸고자 선거제도를 변경했지만, 결과적으로 더 나쁜 정치가 펼쳐지는 역설도 이어지고 있다. 지금 봐서는 좋은 정당정치, 더 나은 선거판은 가망 없는 이야기로 보인다. 다가오는 4월 15일 확인될 민심이 그나마 변화의 계기라도 만들어주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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