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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코로나발 실업대란 조짐, 사회 안전망 촘촘히 가다듬어야

송고시간2020-03-2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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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장기화하는 코로나19 사태가 실업대란을 부를 조짐이다. 이번 사태 이전에도 재정에 기댄 노인 일자리를 제외하면 제조업을 중심으로 이른바 좋은 일자리는 줄어드는 추세였지만 코로나 바이러스가 국내는 물론 글로벌 팬데믹으로 번지면서 상황은 그야말로 악화일로다. 글로벌 셧다운으로 사람과 상품의 이동이 끊기면서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매출이 바닥으로 떨어져 생존을 위협받게 된 자영업과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산업 전반에서 인력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불고 있다. 전대미문의 위기 상황에서 한 번 일자리를 잃으면 새 일자리를 찾기란 사실상 어렵다고 봐야 한다. 실업은 가정 경제의 파탄을 의미한다. 생계가 막히고 자녀 양육에도 문제가 생기며, 소비력 저하 등으로 국가에 미치는 사회·경제적 충격이 막심하다. 정부는 당연히 실직자들이 생계를 유지하면서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사회 안전망을 단단하고 꼼꼼하게 펼쳐야 한다.

실업자 양산 조짐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지역 고용복지센터에는 신규 실업자에게 지급되는 실업급여를 타려는 신청자와 고용유지 지원금을 받으려는 사업자들로 연일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고 한다. 각 지방고용노동청의 집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19일까지의 실업급여 신청자는 10만3천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0% 이상 급증했다고 한다. 올해 들어 지난 20일까지 전국에서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한 사업체는 1만7천800여곳으로 이미 작년의 11배에 달하는 폭발적 증가세를 보인다는 소식도 들린다. 코로나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소규모 관광, 숙박, 음식, 운송업 등에서 실업급여와 고용유지 지원금 신청이 많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서비스업과 제조업 전반으로 실업이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 중소·중견기업을 넘어 대기업에까지 번진 고용 악화는 우려스럽다. 생존 위기에 몰린 항공사는 물론 자동차, 제철, 조선, 디스플레이 대기업에까지 광범위하게 희망퇴직이 번지고 있다. 산업의 버팀목인 제조업에서 대량 실업이 발생하면 고용 대란은 피할 길이 없을 것이다. 정부도 자금난 해소와 규제 완화 등 정책적으로 도울 방법을 찾아야 하지만 여력이 있는 기업들이 경비 절감의 손쉬운 수단으로 감원을 택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정부는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지금까지 1, 2차에 걸쳐 모두 100조원 규모의 긴급 기업 구호 대책을 내놨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중소기업은 물론 중견기업과 대기업에까지 금융기관을 통한 대출과 정책자금 지원을 확대했다. 우선은 이들 자금을 신속히 수혈, 한계 상황에 처한 사업체를 살려내고 고용을 유지하는 일이 시급하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창구 병목으로 지원을 받기까지 하세월이라는 비명이 들린다. 행정 절차와 대출이 원스톱으로 이뤄질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절실하다. 실직자 급증에 대비한 넉넉한 실업급여 예산 확보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정부는 올해 예산으로 9조5천억원을 책정했지만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추경 편성 때 보완해야 할 것이다. 실업급여 기준을 완화해 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는 계약직 노동자나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등을 흡수하고 현행 한 달에서 최장 9개월인 지급 기간을 연장할 필요가 있다. 고용유지 지원금도 대폭 확대해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1천억원 규모인 고용유지 지원 예산을 5천억원으로 크게 늘리겠다고 했지만 가중하는 기업 경영난을 감안하면 이 역시 조기에 동날 가능성이 크다. 사태의 장기화에 대비해 제도의 구멍을 메우는 한편 안전망에서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대책 마련도 서둘러야 한다. 축적된 자산이 없는 저소득층과 일용직 근로자, 비정규직 등 취약계층에게는 실업에 따른 고통은 더욱 가혹할 것이다. 이들의 생계 지원과 재정을 통한 일자리 지원에 특히 각별히 신경 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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