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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초중고 온라인 개학, 임시변통 아닌 충분한 준비 거쳐 시행해야

송고시간2020-03-26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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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으로 초·중·고교 개학이 4월 6일로 거푸 연기된 가운데 교육부가 등교가 불가능할 경우에 대비해 온라인 개학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등교하지 않고 원격수업을 받는 방식으로 개학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세 차례 개학이 연기됐으나 해외에서 확진자 유입이 가속화하고, 집단 감염도 잇따르고 있어 4월 초 개학의 안전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역에 따라 개학이 어렵거나, 설사 개학했더라도 교내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 다시 수업이 중단될 수 있다. 현재 중국과 일본, 유럽, 미국 뉴욕주 등은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일부 특목고가 공식 수업일수로 인정되지는 않지만, 온라인 수업을 진행 중이다.

온라인 개학을 도입할 경우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는 교육상 필요한 경우 원격수업이 가능하다고만 규정돼 있을 뿐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 온라인 수업을 법정 수업일수, 수업시수로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부터 정해야 한다. 교사와 학생이 실시간으로 소통하면서 수업을 진행할 마땅한 원격수업 프로그램이 있는지, 원격수업 인프라는 어떻게 해결할지, 수업의 질은 담보할 수 있는지 상세한 계획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개학을 불과 열흘 남짓 남겨놓은 상황에서 과연 이런 우려가 충분히 해소될지 의문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디지털 격차'에 따른 형평성이다. 지역별, 학교별 온라인 수업 역량이 차이가 나고, 컴퓨터나 스마트 기기 등의 보유 상황에 따라 '디지털 접근성'이 달라진다. 저소득층이나 농어촌 학생 등을 중심으로 스마트폰이나 컴퓨터가 없는 학생 수가 13만2000여 명 정도로 추산된다고 한다. 장애 학생들은 차별 없이 교육을 받을 수 있을 것인지도 궁금하다. 예컨대 청각장애인은 수화작업이 병행되지 않으면 수업이 어렵다. 화면에 칠판만 나와 교사의 입 모양을 볼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원격수업 인프라도 불안하다. 지역에 따라 접속이 잘 안 되거나 수업 도중에 끊기는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최근 한국교육방송공사(EBS)가 'EBS 2주 라이브 특강'을 개설했으나 접속이 폭주해서 홈페이지 자체가 이틀 연속 마비되는 일이 벌어졌다. 온라인 수업의 질적인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현재 학교에서는 화상회의와 같은 쌍방향 수업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고, 영상녹화를 보는 방식 정도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교사와 학생이 대화하며 진행하는 학교 수업의 수준까지 맞출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온라인 개학을 할 경우 충분한 준비가 있어야 한다. 온라인 수업을 당장 시작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다양한 디지털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 자체를 완비해 놓지 못했고, 학교나 학생 모두 이런 방식에 익숙지도 않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분석에 따르면 한국 학생들의 디지털기기 활용 빈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중 29위였고, 디지털기기 활용 자신감 정도는 32개국 중 31위, 디지털기기 활용 자율성은 31개국 중 29위, 사회적 주체로서 디지털기기로 타인과 교류하는 사회적 활용 정도는 31개국 중 30위였다. 코로나 19사태가 아니라도 앞으로 온라인 수업 활용은 피할 수 없는 추세가 될 것이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이번 코로나 19사태가 종식되더라도 바이러스의 공격은 주기적으로 올 수 있다. 그때마다 우왕좌왕할 것이 아니라 차제에 제대로 된 온라인 수업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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