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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압 높이는 소금, 알고 보니 면역력도 떨어뜨린다"

송고시간2020-03-26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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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립 백혈구 기능 억제, 병원균 최고 1천배 증식

독일 본 대학 연구진, 저널 '사이언스 중개 의학'에 논문

과립 백혈구 기능 억제, 병원균 최고 1천배 증식
독일 본 대학 연구진, 저널 '사이언스 중개 의학'에 논문

장의 신호로 흥분한 생쥐 뇌의 갈증 제어 뉴런(녹색·붉은색)
장의 신호로 흥분한 생쥐 뇌의 갈증 제어 뉴런(녹색·붉은색)

[UCSF 나이트 랩 제공]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소금을 너무 많이 섭취하면 고혈압, 심근경색, 뇌졸중 등 성인병 위험이 커진다.

세계보건기구(WH0)가 권장하는 성인의 하루 소금 섭취량은 5g 이하다. 이는 대략 티스푼 한 개 분량에 해당한다.

그런데 과도한 소금 섭취가 우리 몸의 면역력도 떨어뜨리는 것으로 밝혀졌다. 소금(염화나트륨)이 세균을 퇴치하는 백혈구 기능을 억제한다는 것이다.

소금이 면역체계를 약하게 한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건 처음이다.

독일 본 대학 연구진은 관련 논문을 저널 '사이언스 중개 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 발표하고, 별도의 논문 개요를 25일(현지시간)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했다.

면역계가 약해지는 건, 신장이 소금을 걸러내는 과정과 맞물려 있었다.

신장에는 염분이 소변으로 배출되는 걸 활성화하는 센서가 있다.

이 센서가 글루코코티코이드(부신 피질 스테로이드 호르몬)의 체내 축적을 유도하면, 과립 백혈구(granulocyte) 기능이 억제된다는 게 이번에 확인됐다.

과립 백혈구는 대식세포처럼 식작용을 하지만 주로 박테리아를 공격한다. 과립 백혈구가 제 기능을 못 하면 심한 염증을 초래한다.

연구팀이 리스테리아균에 감염된 생쥐한테 고염분 먹이를 먹였더니 지라와 간의 세균이 적게는 100배에서 많게는 1천배까지 증식했다.

소금의 면역력 저하 작용은, 자원자를 대상으로 한 인간 실험에서도 확인됐다.

하루 6g의 소금(햄버거 2개 함유량)을 추가로 섭취한 피험자는 한 주만 지나도 과립 백혈구의 공격력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이런 피험자는 글루코코티코이드 수치가 올라가 면역계를 억제하기도 했다.

생쥐의 암 종양(청색·오렌지색)을 공격하는 T세포(녹색)
생쥐의 암 종양(청색·오렌지색)을 공격하는 T세포(녹색)

[파스퇴르 연구소 제공]

사실, 이번 발견은 과거의 연구 결과와 상치하는 의미가 있다.

예컨대 피부에 세균이 감염한 동물에 실험해 보면, 소금이 많이 든 먹이를 먹은 동물이 염증 치유가 훨씬 더 빠르다.

병원체와 이물질을 먹어치우는 대식세포(macrophage)도 염분이 있을 때 식작용이 더 활발하다.

논문의 제1 저자인 카타르취나 요빈 박사후연구원은 두 가지 관점에서 일반화의 오류가 있었다고 지적한다.

먼저 인체는 혈액과 다른 여러 기관의 염분 농도를 변함없이 유지하는데, 이게 잘 안 되면 중요한 생리 작용에 문제를 일으킨다.

그 예외의 하나가, 인체의 염분 저장소 역할을 하는 피부라고 한다. 염분이 증가하면 일부 피부 질환이 잘 치료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체의 다른 부분은 많은 양의 염분에 노출되지 않는다. 신장에서 염분을 걸러 소변으로 배출되기 때문이다.

이 연구를 주도한 본 대학 실험 면역학 연구소의 크리스티안 쿠르츠 교수는 "소금 섭취가 면역 결핍으로 이어지는 데 관여하는 복잡한 제어 회로를 발견하려면 유기체 전체를 연구해야 한다"라면서 "이번 연구 결과는 세포 배양 실험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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