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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세상] n번방 쇼크…"성교육 '피해 예방→가해 예방' 바꿔야"

송고시간2020-04-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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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조성미 기자 강다현 정윤경 인턴기자 = 성 착취물 공유 텔레그램 대화방인 'n번방' 사건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뜨거운 가운데 청소년 성교육의 초점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선 성교육 관계자 사이에서 나온다. '성폭력 피해 예방' 중심에서 '가해(범죄) 예방'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성착취 'n번방' (PG)
성착취 'n번방' (PG)

[정연주 제작] 일러스트

젠더 교육 모임 '아웃박스'에서 활동하는 황고운(경기도 고양 지역 초등학교 교사)씨도 그중 한 사람. 황 교사는 지난 1일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그동안 학교 현장에서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하면 안 돼요. 싫어요. 하지 마세요'라고 말하게 하는 전형적인 피해 예방 교육을 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단톡방에서 불법 촬영물을 돌려보거나 아니면 (다른 사람의) 사진을 공유하면서 품평을 했을 때 (교사나 어른이) 방관하지 말고 '잘못된 일'이라고 말하거나 '신고하라'고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폭력 가해 아동이 '(피해 아동이) 좋아하는 줄 알았다'는 식으로 주장하는 점을 고려할 때 "지금까지처럼 단순히 피해 예방에 대해 가르치는 것은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4세 이상의 아이가 있는 가정에 성 평등 교재를 배송하는 스타트업 '딱따구리'의 유지은 대표처럼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이도 있다.

유 대표도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여성과 남성을 동등한 시각에서 바라보는 성 인지 감수성을 기반으로 '동의 없이 상대의 사진을 공유나 유포하지 않아야 한다'는 등 기초적인 가해 예방 교육이 필요하다"며 '남녀가 서로의 경계를 존중하고 (성적 행동에서) 상대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존 성교육에 대해서는 "대부분 여학생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예방 교육과 2차 성징 등 신체라는 표면적인 부분에 집중한 교육의 성격이 짙었다"며 "언제까지나 잠재적 피해자를 단속해서 될 일이 아니란 것이 이번 n번방 사건을 통해 확인됐다"고 한계를 지적했다.

젠더 교육 중인 경기 백양초교 학생들.
젠더 교육 중인 경기 백양초교 학생들.

기사와 직접적 연관 없음. [촬영 이세연.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러나 일부에서는 '가해 예방' 성교육에 대해 '모든 남학생을 예비 가해자로 보는 것 아니냐'고 반발하기도 한다.

내년쯤 일선 학교에 배치될 예정인 한 남성 예비 교사(27)는 "가해 예방 교육이라는 말만 보고 불편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수용력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현직 교사 가운데 (가해 예방 교육에)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현재 군 복무 중이라는 이 교사는 "지난해 군인 성인지 교육을 받은 적이 있는데 수강자 반응이 반으로 나뉘어 반은 이해하고 반은 '불쾌하다'고 하더라"며 "현직 남교사들도 의견이 분분할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 남학생(25)도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사법부의 판단에 따라 처벌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남자는 모두 잠재적 가해자라고 매도하는 것은 기분이 나쁘다"고 했다.

이 같은 반응에 대해 손경이관계교육연구소 손경이 대표는 "코로나 감염증 등을 예방하는 공중 보건 방식에도 1차·2차·3차가 있는데 "1차는 전 국민을, 2차는 고위험군인 노인이나 아동을, 3차는 감염자·보균자를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라며 "가해 예방 교육은 이 가운데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1차 예방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비판하는 사람들은 가해 예방 교육이 마치 3차 예방에 해당한다고 생각한 것 같은데 남자, 여자가 아닌 모두가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라면서 "직장 내 성희롱 예방 교육 등을 학교에 적용해 성 인지 감수성을 길러주는 젠더 교육을 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교육 전문 스타트업 '유니콘' 오지연 대표는 "용어만 보면 반발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가해 예방 교육'이라고 하는 것보다 (기존) 성폭력 예방 교육에 성 인지 감수성 관련 부분을 넣어 남녀 모두 부담 없이 교육받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경기 군포시에서 초등학생 자녀를 키우는 정민경(39)씨는 "아들과는 일부러 6∼7살 때부터 인권, 젠더 등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며 "아이들이 '무엇이 혐오이고 잘못된 행동 또는 생각인가'를 스스로 고민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가장 필요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cs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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