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미술관 문닫고 국제행사 줄취소…세계 미술계도 '공황'

송고시간2020-03-29 09:00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코로나19 확산 여파…"세계대전 이후 최대 위기"

아트 바젤
아트 바젤

[EPA=연합뉴스]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스위스 아트바젤 개막이 6월에서 9월로 연기됐다. 사진은 행사장 건물 벽면의 아트 바젤 로고 모습.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미술계도 사실상 공황 상태 됐다.

코로나19가 미주와 유럽 대륙으로 급속히 확산하면서 대형 전시나 행사가 줄줄이 연기, 취소되고 세계 주요 미술관과 갤러리가 문을 닫았다. 시장 일각에서는 거장들의 작품이 '급매물'로 나온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번 사태로 세계 경제가 대공황급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는 가운데, 미술계에도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 세계 미술시장 '셧다운'…미술품 급매물도

세계 최대 미술장터인 스위스 아트바젤은 6월 18~21일 개최 예정이던 올해 행사를 9월로 연기했다. 9월 15~16일 프리뷰를 거쳐 17~20일 본행사를 열 방침이다.

스위스 아트바젤은 국제 아트페어 중에서도 가장 비중 있는 행사로 꼽힌다. 작년에는 290개 갤러리가 참여하고 관람객 9만3천명이 방문했다.

1970년 스위스 바젤에서 시작한 아트바젤은 홍콩과 미국 마이애미에도 진출했다. 이달 개최 예정이던 올해 홍콩 행사는 이미 취소됐다.

또 다른 대형 아트페어 프리즈는 올해 뉴욕 행사를 취소했다. 2003년 영국 런던에서 시작한 프리즈는 로스앤젤레스(2월), 뉴욕(5월), 런던(10월)에서 열린다.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에서 지난 7일 개막한 아트페어 테파프(TEFAF)는 코로나19 양성 판정 참가자가 나와 나흘 앞당겨 폐막했다. 테파프 뉴욕 행사는 5월에서 10월로 연기됐다.

다음 달 개최 예정이던 디자인전시회 이탈리아 밀라노 디자인위크도 연기됐다. 독일 아트 쾰른은 개막은 다음 달에서 11월로 미뤄졌다.

세계적인 경매사 크리스티가 4~5월 미국과 유럽 경매 일정을 여름으로 조정하는 등 경매시장에도 한파가 분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위기에 고가 미술품이 헐값에 팔리는 사례도 있다. 유동성 문제가 생긴 소장자들이 현금 마련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미술품을 내놓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모네, 르누아르, 피카소, 에드워드 호퍼 등 거장들 작품이 추정가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시장에 나오고 있다. 몇 달 전보다 약 35% 저렴하게 작품이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 비엔날레도 줄줄이 연기…실직자 발생도

세계 최대 건축 축제 베네치아비엔날레 국제건축전 개막은 5월에서 8월로 연기됐다.

남미 최대 예술제인 브라질 상파울루비엔날레는 개막 예정일이 9월이지만 이마저 한달여 뒤로 미뤘다.

지난 14일(현지시간) 개막한 시드니 비엔날레는 24일 조기에 막을 내렸다. 예초 폐막 예정일은 6월 8일이지만 오프라인 행사는 중단하고 온라인 전시로 전환했다.

그 외 다카르 비엔날레, 로스앤젤레스 비엔날레 등 수많은 미술 행사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미술관과 갤러리도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

뉴욕 현대미술관(MoMA)은 "지역 사회의 건강과 안전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며 휴관에 돌입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 구겐하임미술관도 휴관 중이다.

게티 뮤지엄, LA카운티미술관(LACMA), LA현대미술관(MOCA) 등 로스앤젤레스 지역 미술관들도 마찬가지다.

영국 테이트 미술관은 오는 5월 1일까지 폐관한다고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위기"라는 말이 나온다. 휴관이 길어지면서 해외 일부 미술관 비정규직 근로자가 직장을 잃는 등 한계 상황이 노출되고 있다.

국내 미술계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립현대미술관(MMCA)과 서울시립미술관(SeMA) 등 국공립 시설이 잠정 휴관했다. 사립 미술관도 70% 이상 휴관 중이다. 문을 연 미술관과 갤러리들도 사전예약제 등을 통해 제한적으로 관람객을 받고 있다. 아트부산, 아시아호텔아트페어 등이 연기되거나 취소됐다.

◇ 온라인 콘텐츠 확대…"미술계 구조조정 가능성"

미술계는 온라인 서비스를 확대하며 돌파구를 찾고 있다.

아트바젤 홍콩은 디지털 플랫폼 '온라인 뷰잉룸'을 18~25일 운영했다. 첫날 접속자가 몰려 서버가 다운될 정도로 호응을 얻었다. 온라인 방문객이 25만명에 달했다. 지난해 행사장을 찾은 방문객은 약 8만명이었다.

아트바젤 측은 스위스 행사 연기를 밝히면서 "온라인 뷰잉룸에 지속해서 투자해 기능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미술관과 갤러리들도 영상 콘텐츠와 VR(가상현실) 등을 통한 작품 관람 기회를 늘렸다. 경매에는 온라인 실시간 응찰이 도입됐다.

전문가들은 세계가 이번 사태가 미술계에도 상당한 후폭풍을 몰고 올 것으로 내다봤다.

미술사학자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모두 서로 연결된 세계에서 코로나19로 미술계뿐만 아니라 모든 일상 멈춰 섰다"라며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 미술에도 아주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이런 사태가 발생하면 강제적인 구조조정이 벌어지고 취약한 쪽이 당하게 된다"라며 "상업적인 면을 초월해서 예술이 가진 사회적 가치를 인식하고 미술의 건강한 영향력을 회복하는 계기가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미술평론가인 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은 "휴관으로 수익이 감소하고 경기 침체로 기부도 줄어 미술계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정부가 문화예술계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중저가 온라인 미술품 시장이 활성화되는 등 변화가 있겠지만 온라인이 근본적인 대안은 될 수 없다"라며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면 폭발할 문화 소비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욕 현대미술관
뉴욕 현대미술관

[AFP=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으로 휴관 중인 뉴욕현대미술관(MoMa) 모습.

double@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