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학생 관찰 어려운 '온라인 개학'에 학생부 부실 우려

송고시간2020-03-31 14:17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등교 더 늦어지면 지필평가 축소·수행평가 비중 증가로 '공정성 논란' 생길수도

가뜩이나 높은 사교육 의존도 더 상승할 수도

코로나19에 원격수업 준비하는 고교
코로나19에 원격수업 준비하는 고교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30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휘봉고등학교에서 교사가 온라인 원격수업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에 4월 6일 개학 여부를 조만간 결정해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2020.3.30 scape@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정부가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초유의 '온라인 개학'을 택하면서 학교의 학사운영 방식도 기존과 크게 달라진다.

초중고의 모든 학교가 혼란스럽지만, 특히 대학 입시를 앞둔 고등학교 3학년 학급은 그 정도가 심하다.

교육부는 31일 온라인 개학 방침을 발표하며 대입 일정도 조정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고등학교 3학년생 1학기 학교생활기록부 작성 마감일을 9월 16일로 기존 8월 31일보다 보름가량 미루고, 대학 수시모집 원서접수 기간도 9월 7~11일에서 9월 23~29일로 늦춘다. 수시모집에는 고3 1학기 학생부까지 반영된다.

일선 고교에서는 개학이 5주 넘게 늦춰지면서 기말고사도 한 달여 늦게 치를 수밖에 없는데 학생부 마감일을 유지하면 교사가 학생부를 입력하고 학생이 이를 검토한 뒤 교사가 다시 수정하는 데 시간이 빠듯하다는 우려가 나왔다.

예년에는 7월 초 기말고사를 끝낸 뒤 8월 말까지 두 달 정도 학생부를 입력·수정할 시간이 있었다.

고3 1학기 학생부 마감일이 늦춰지면서 일단 숨통은 텄지만, 교사와 학생이 대면할 수 없게 되면서 학생부 기재 내용이 부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는 남아있다.

대학들이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중요하게 보는 항목인 '교과학습발달사항'과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은 교사가 수업과 수행평가 과정에서 학생을 관찰해 작성해야 한다. 사실 학생부 전체가 '교사가 학생을 관찰·평가한 기록'이기 때문에 교사와 학생이 직접 만나서 수업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유튜브로 보기

https://youtu.be/ZYNlvpPqqR0

교육부는 온라인 수업은 원칙적으로 학생평가에 반영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화상회의식' 쌍방향 온라인 수업은 학생의 수업태도 등을 실시간으로 관찰해 평가에 반영하게 할 예정이다.

과제형 온라인 수업의 경우에도 온라인 수업으로 배운 내용을 나중에 다시 확인해 학생들이 실제 학습했다고 인정되는 경우 평가에 반영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그러나 웹캠 등 장비 문제로 학생 출석 확인조차 어려운 경우가 많고 학생들이 온라인 수업을 얼마나 집중해서 들었는지 확인할 방법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 온라인 수업을 평가에 반영할 수 있을지 우려가 제기된다.

학생들이 언제 등교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보니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아예 치르지 못할 수도 있는 상황에 부닥칠 수도 있다. 5월 말 이후 등교하게 되면 중간고사는 생략될 가능성이 크다.

중간고사를 수행평가로 대체할 수 있는데 학생은 물론 교사들도 수행평가의 비중이 높아지는 것을 꺼린다. 수행평가는 지필 평가보다 교사의 주관이 많이 개입되는 형태다 보니 '공정성 시비'가 일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교육 당국이 올해부터 집에서 해오는 '과제형 수행평가'를 전면 금지하기로 했지만, 집에서 수업을 듣는 온라인 개학으로 사실상 무의미하게 됐다.

교육계에서는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초중고생 사교육비 총액이 9조6천억원으로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사교육 참여율도 74.8%로 전년보다 1.9%포인트 늘어나는 등 가뜩이나 사교육이 확대되는 추세인데 개학 연기와 초유의 '온라인 개학'으로 학습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사교육을 찾는 학생이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정부의 강력한 휴원 권고에도 서울의 경우 학원과 교습소 15%가량만 휴원하고 있다. 교육계는 대부분 학원이 코로나19 확산 우려에도 문을 여는 이유는 학원 운영자의 생계난에 학습 공백을 우려한 일부 학생과 학부모의 강력한 요구가 겹쳤기 때문으로 본다.

누구도 겪은 적 없는 상황에 입시를 앞둔 수험생 불안이 커진 터라 이를 노린 사교육도 증가할 수 있다. 특히 수시모집에 지원하는 수험생은 개학 연기로 여름방학이 짧아지며 자기소개서 등을 준비할 시간이 줄어들어 조급한 마음에 이른바 '컨설팅학원'을 전전할 수 있다.

개학이 계속 연기되면서 맞벌이 부부 등이 '돌봄 한계'에 부딪친 점도 사교육을 늘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가족돌봄휴가는 연간 최장 10일까지 쓸 수 있다. 부부가 번갈아 쓴다고 해도 20일이 '한계'인 셈이다. 휴가를 다 쓴 부부는 집에서 아이를 돌봐줄 사람을 구하지 못하면 태권도장이나 미술학원 등 보육역할을 맡아주는 학원에 아이를 보낼 수밖에 없다.

반면 사교육이 개학 연기나 온라인 개학 탓에 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사회가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분위기로 변화했다는 이유에서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은 "학원들을 모니터링해보면 초등학생과 중학생은 부모들이 안전을 더 고려해 (학원이 열었어도) 보내지 않는 경우가 많다"면서 "고등학생들은 상당수 학원에 나온다"고 전했다.

그는 "일부 학원이 (개학 연기 기간을 활용한) 특강을 열었지만 '흥행'한 곳을 찾기는 어려웠다"면서 "개학 연기와 무관하게 사교육을 받는 학생이 많은 터라 개학 연기 때문에 사교육이 늘어났다는 논리는 성립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jylee24@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