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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K리그 구단들 위기…수입은 '뚝'·연봉은 '줄줄'

송고시간2020-03-31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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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폰서 계약 협의는 올스톱…판매된 시즌권도 환불 문의"

선수단 연봉은 계약 사항이라 감축 불가…"구단·선수 공감대 필요"

'프로축구 개막은?'
'프로축구 개막은?'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무기한 연기된 프로축구 K리그 개막과 운영 방식을 협의하기 위해 K리그1 대표자회의가 열리고 있다. 2020.3.30 jieunlee@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현재 수익도 없고 모기업 지원금도 줄어들 형편이라 걱정이 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시즌 개막전이 무기한 연기되고 리그 일정 축소마저 불가피해지면서 프로축구 K리그 구단들이 심각한 경영 위기를 호소하고 나섰다.

K리그1(1부리그) 12개 클럽의 대표자들은 30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대표자 회의를 열고 정규리그 일정 축소에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줄지 않아 개막 일정은 논의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올해 K리그는 '33라운드+스플릿 5라운드'로 치러졌던 기존 방식 대신 스플릿 라운드 없이 33라운드만 치르는 방식과 정규리그 22라운드에 스플릿 10라운드를 더 치르는 32라운드 방식 가운데 하나가 유력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올 시즌 개막전조차 치르지 못하는 상황에서 K리그 구단들은 스폰서 계약은 물론 시즌권과 스카이박스 등 주요 수입원이 막히면서 '경영 압박'에 봉착했다.

더구나 구단의 가장 큰 '지출'인 선수들의 연봉은 계약 사항이라 선수들이 자진해서 삭감하지 않으면 줄일 수 없어 경영에 어려움이 쌓이고 있다.

대구FC 선수들의 훈련 장면
대구FC 선수들의 훈련 장면

[연합뉴스 자료사진]

◇ "스폰서 계약 올스톱…시즌 개막해야 재협상"

최근 각 구단 마케팅 담당 직원들은 스폰서 업체로부터 '언제 시즌이 시작될 것 될 것 같으냐'라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난감하기만 하다. 리그 개막 시기를 예측할 수 없는 상태에서 대부분 구단의 스폰서 계약 업무는 '멈춤' 상태다.

이 때문에 일부 구단은 스폰서 업체들의 브랜드 노출을 위해 자체 청백전의 인터넷 방송까지 시도하고 있다.

수도권 K리그1 구단의 관계자는 연합뉴스 전화 통화에서 "현재 스폰서 계약을 위한 협의는 전면 중단됐다. 아직 스폰서 계약액을 깎겠다는 말은 나오고 있지 않지만 리그 일정이 축소되면 삭감이 불가피할 것 같다"고 걱정했다.

다른 K리그1 구단의 마케팅팀 관계자도 "아직 스폰서 계약 해지나 금액 축소에 대한 요청은 없지만 경기 수가 어느 정도 줄어들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라며 "지금으로선 확정된 것이 없다는 말밖에 못 하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지방의 K리그1 구단 마케팅 담당자 역시 "다행스럽게 스폰서 계약은 마무리했지만 리그가 열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스폰서 업체들이 이탈하지 못하도록 막는 게 중요하다. 스폰서 업체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K리그2 시민구단의 한 단장은 "2부리그 구단은 애초 스폰서 계약액이 적어 큰 걱정은 하지 않고 있지만 시(市)가 코로나19 방역으로 정신이 없는 상태여서 구단에 전혀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다"라며 "시도 코로나19 때문에 재정 지출이 커서 지난해 통과된 예산이 올해 제대로 반영될지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마스크 쓰고 경기장 찾은 축구 팬들
마스크 쓰고 경기장 찾은 축구 팬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 "시즌권 환불 문의도 증가세…스카이박스 판매도 저조"

구단 수익에 또 다른 한축인 시즌권과 스카이박스 판매도 적신호가 켜졌다.

팬들의 구단 충성도가 높은 일부 구단들은 지난해만 해도 이미 시즌권 '완판'으로 큰 걱정을 하지 않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리그 개막 일정이 연기돼 시즌권 판매가 중단된 데다 환불 요청도 고개를 들고 있어 난감한 상황이다.

지방의 한 K리그1 구단 관계자는 "지난해 이맘때면 이미 시즌권이 완판됐겠지만, 지금은 판매가 중지된 상태"라며 "간간이 환불 문의도 들어오고 있다. 시즌 일정이 줄어들면 환불해주는 쪽으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K리그1 구단 관계자는 "시즌권 구매는 물론 스카이박스 판매 문의도 끊겼다"라며 "스카이박스는 그동안 모기업 계열사에서 고객 접대용 등으로 구매해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지금은 모든 기업이 숨을 죽이고 있는 터라 판매를 못 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스크 쓴 K리그 대표자들
마스크 쓴 K리그 대표자들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무기한 연기된 프로축구 K리그 개막과 운영 방식을 협의하기 위해 열린 K리그1 대표자회의에서 김광국 울산 단장(오른쪽 두번째) 등이 참석하고 있다. 2020.3.30 jieunlee@yna.co.kr

◇ 구단 경영 악화에 커지는 '선수단 연봉 부담'

K리그가 개막조차 하지 못해 구단들의 수익이 사실상 '제로'인 상황에서 선수단 인건비는 가장 큰 부담 요인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에 따르면 구단과 선수들이 작성하는 표준계약서에는 천재지변에 따른 연봉 삭감 조항은 없다.

해외 빅리그 클럽들의 스타급 선수들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구단의 재정 부담을 줄이는 차원에서 연봉 자진 삭감에 나선다는 뉴스도 이어지면서 K리그 구단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만 연봉은 구단과 선수의 계약 관계인 만큼 구단이 일방적으로 삭감을 주장할 수는 없다.

지방의 한 K리그1 구단 관계자는 "선수 연봉 문제는 민감한 사안이다. 어떤 구단도 선제적으로 나서 결정하기 어려운 주제"라며 "선수와 K리그 전체가 연봉 삭감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K리그1 구단 관계자는 "선수 연봉을 깎는 것은 어렵다. 이미 올해 초부터 훈련을 계속해왔다. 선수들을 집으로 돌려보낸 것도 아닌 만큼 급여는 계속 지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수도권 K리그2 구단의 단장은 "연봉 삭감의 부분이 강제성을 띠게 할 수는 없다"라며 "구단 경영이 어려운 만큼 고통 분담 차원에서 선수들이 자진해서 급여 일부를 반납하는 방식을 생각해볼 수는 있다"고 말했다.

horn9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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