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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시대 폐허 된 동궁과 월지…우물 씨앗 분석에서도 확인됐다

송고시간2020-04-01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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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세 번째 동궁 조사보고서 발간

경주 동궁과 월지에서 나온 씨앗들
경주 동궁과 월지에서 나온 씨앗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제공]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신라 별궁터인 경주 '동궁과 월지'가 고려시대 이후 방치돼 사실상 폐허가 됐다는 사실이 우물 속 씨앗 분석으로도 확인됐다.

지난 2017년 고대 수세식 화장실 유적이 발견돼 화제를 모은 동궁과 월지 북동편 '가' 지구에서는 우물 3기가 조사됐는데, 그중 깊이가 7.2m인 한 우물에서는 인골을 비롯해 각종 씨앗과 동물 뼈가 나타났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1일 통일신라시대 말기와 고려시대 초기에 두 차례 폐기 행위가 이뤄진 것으로 추정되는 동궁과 월지 우물을 분석한 결과, 하부층과 상부층에서 나온 식물 유체 양상이 확연히 달랐다고 밝혔다.

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경주 동궁과 월지Ⅲ 발굴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통일신라시대 말기에서 고려시대 초기로 판단되는 하부층에는 소나무류가 많았으나, 고려시대 초기 이후에 쌓인 상부층에서는 소나무류가 줄고 덩굴식물이 증가했다.

경주 동궁과 월지 우물
경주 동궁과 월지 우물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제공]

안소현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나말여초(羅末麗初) 시기 나무 화분 중에는 소나무류, 참나무류, 느릅나무, 느티나무 비중이 컸는데, 이는 경주는 물론 전국에서 많이 확인되는 나무 종류라고 설명했다.

안 연구원은 "통일신라시대 말기에 동궁과 월지 주변 지역에는 소나무숲이 많았고, 산지에는 소나무와 참나무가 섞여 자랐을 것"이라며 "당시 소나무가 많아진 이유로는 고대 도시화에 따른 토지 이용 변화, 벌채 후 새로운 숲 조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추정했다.

그런데 상부층 식물 양상을 보면 노박덩굴, 개머루 같은 덩굴식물이 늘어났다.

이와 관련해 안 연구원은 "상부층에는 우물로서 기능을 완전히 잃어 '버려진 우물'을 나타내는 덩굴류 식물 유체가 특징적으로 많았다"며 "고려시대 이후에는 인위적 요인에 의한 식물 유체 유입은 거의 확인되지 않고, 덩굴식물이 우물 안팎을 뒤덮는 환경이 조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나말여초 시기 재배식물로는 복사나무, 대추나무, 감나무, 삼, 메밀, 오이, 우엉, 잇꽃 등이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연구소는 동궁과 월지 우물에서 발견된 9∼10세기 식물과 경주 월성(月城)에서 나온 5∼6세기 식물을 비교해 "통일신라시대에는 대추·메밀·잇꽃·비자나무가 새롭게 출현했다"며 "특히 비자나무는 따뜻한 제주도나 남해안에서 유입됐을 확률이 높다"고 추론했다.

또 월성에는 서늘하고 습윤한 기후에서 생장하는 참나무류가 많았으나, 동궁과 월지에는 온난하고 건조한 기후에서 잘 자라는 소나무류가 늘어난 데 대해서는 기후 변화 혹은 인간 활동에 따른 참나무 고갈이 원인일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보고서는 우물 속 인골 분석 결과도 다뤘다. 연구소는 인골에 대해 "30대 남성과 8세 소아, 3세 이하의 유아, 6개월 미만의 아이로 추정된다"며 "우물에서 나온 성인 인골은 벼, 보리, 콩을 주로 섭취한 것 같고, 아이들은 3세까지 모유를 먹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소가 2012년, 2014년에 이어 세 번째로 펴낸 동궁과 월지 보고서는 면적이 6천500㎡인 '가'지구를 종합적으로 고찰한 결과를 담았다. 건축 유구(遺構·건물의 자취) 구조와 배치 양상, 기와·벽돌·토기·도기 등 유물 약 600점에 관한 정보를 수록했다.

연구소는 동궁과 월지 '가'지구 기본정비계획을 2018년 마련해 지자체에 전달했다. 올해는 '나'지구 발굴조사를 시작한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제공]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제공]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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