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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식중독 주범 노로바이러스, 난공불락 변형 외피로 무장"

송고시간2020-04-01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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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시로 모양 변하는 돌기 뒤덮여… 면역 공격·백신 개발 교란

영국 리즈대 연구진, 저널 'PLOS 생물학'에 논문

극저온 전자현미경으로 찍은 노로바이러스 이미지
극저온 전자현미경으로 찍은 노로바이러스 이미지

[리즈대 제공]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노로바이러스(norovirus)는 겨울 식중독을 일으키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세균성 식중독은 보통 여름철에 빈번한데 노로바이러스는 기온이 낮을수록 더 활발해진다.

건강한 사람은 길어야 사흘 정도 구토, 설사, 복통 등 증상을 보이다 회복하지만, 면역력이 떨어진 수술 후 환자나 영유아는 괴사성 장염 등 심각한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부분 경제 수준이 낮은 지역의 사례이긴 하나, 전 세계에서 매년 약 20만 명이 노로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생명을 잃는다.

안타깝게도 노로바이러스 감염병을 치료하는 항바이러스제나, 감염 예방 백신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노로바이러스는, 항바이러스제나 백신 개발을 어렵게 만드는 난공불락의 캡시드(바이러스의 단백질 껍질) 구조를 숨기고 있었다.

노로바이러스의 캡시드가 수시로 모양을 바꾸는 변형 돌기로 덮여 있어, 면역 공격이나 치료 물질 등의 결합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 연구를 수행한 영국 리즈대 과학자들은 1일 관련 논문을 저널 'PLOS 생물학(PLOS Biology)'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바이러스 표면에 붙어 증식을 억제하는 파지 캡시드
바이러스 표면에 붙어 증식을 억제하는 파지 캡시드

[라이프니츠 분자 약물학 연구소 Barth van Rossum 제공]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의 인터넷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에 따르면 노로바이러스의 캡시드 돌기는 고정된 형태를 유지하지 않은 채 하나하나가 독자적으로 또는 협응하는 방식으로 늘어나고 움츠러들고 회전한다.

연구팀은 생쥐에 감염된 노로바이러스를 극저온 전자 현미경으로 촬영한 뒤 슈퍼컴퓨터로 처리해, 상세하고 해상도도 높은 캡시드 돌기 이미지를 확보했다. 노로바이러스의 캡시드 돌기를 이렇게 고해상 영상으로 관찰한 건 처음이다.

캡시드 돌기의 이런 불규칙한 움직임은 숙주의 면역체계를 교란해, 노로바이러스가 소화관 등 특정 부위에 감염할 태세를 갖추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과학자들은 추정한다.

리즈대 분자 구조 생물학 연구소의 조지프 스노든 박사는 "분자적 형태를 바탕으로 작동하는 면역체계는 세포 감염을 막기 위해 병원체와 결합하는 단백질을 생성한다"라면서 "그런데 바이러스의 모양이 계속 바뀐다면 면역계는 효율적으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발견과 같은 바이러스 구조에 대한 통찰이 백신 개발에 도움을 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리드대 과학자들은 이른바 '바이러스 유사 입자(VLPs)'를 이용해 소아마비 바이러스 등의 백신 후보 물질을 찾는 연구에 오래전부터 매달렸다.

VLPs는 바이러스의 캡시드를 모델로 하는 무독성 단백질로, 면역계가 병원체의 침입으로 오인하게 유도해 면역 반응을 촉진한다.

논문의 수석저자 가운데 한 명인 모건 헤로드 박사는 "이번 연구에서 드러난 노로바이러스의 구조적 특성을 잘 흉내 내는 VLPs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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