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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드그렌상' 백희나 "저작권 갑을 관행 바뀌었으면"

송고시간2020-04-01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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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떨떨하고 실감 안나…구름빵 상처 힘들어서 아직 끝이 아니에요"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얼떨떨하고 실감이 안 나요."

아동문학계 최대 상금 규모로 알려진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을 한국인 최초로 받은 백희나가 1일 연합뉴스에 밝힌 수상 소감이다.

백희나는 현재 개인적 사정으로 태국에 장기 체류 중이다. 대표작 '구름빵' 저작권을 둘러싼 출판사와 소송에서 1심과 2심 모두 패하고 너무 지쳐 이국에서 피폐해진 심신을 달래는 중이라고 한다.

그는 전화 인터뷰에서 "상을 받을 줄 전혀 몰랐다"면서 "구름빵 관련 소송 중인데 1월에 2심 판결이 처참하게 나와서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만큼 아팠다. 후보에 오른 것도 몰랐고 발표가 3월에 있는 것도 몰랐다"고 했다.

이번 수상에 고무되긴 했지만, 소송 패소의 충격이 너무 커서 온전히 기쁨을 누리기 힘들어 보였다.

"이게 아직 끝이 아니에요. 고생 끝에 낙이 온 게 아니냐는 분들도 있는데, 아직 끝난 게 아닙니다. 구름빵이 준 '곪아 터진 상처'가 너무 힘들었어요. 좋은 소식이 있기는 하지만 이로 인해 '구름빵'이 다시 이슈가 돼서 또 다른 타격과 상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출판사가 '구름빵' 저작권을 돌려주겠어요? 그러면 또 상처가 될 거 같아요."

그는 "구름빵 문제로 처음부터 사람에 대한 신뢰를 잃었고 그 여파로 7년간 작업을 못 했다"면서 "잃어버린 시간이 안타깝고 가장 큰 손실"이라고 했다.

구름빵은 세계 8개국에 수출되는 등 45만부가 팔렸고 애니메이션, 뮤지컬 등 2차 콘텐츠로 가공돼 수천억 원의 가치를 창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백희나가 신인 시절 저작권을 인정받지 못하는 '매절(買切)' 계약을 맺는 바람에 실제 그가 받은 돈은 1천850만원에 그쳤다.

백희나 작가
백희나 작가

[연합뉴스 자료사진]

백희나는 최근 저작권 소송 상고를 냈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중이다.

그는 "어차피 승산이 있어서 시작한 싸움이 아니었다"면서 "신인 작가들에 저작권 계약 조건이 너무 불리하다는 것을 알리려고 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인 것을 알면서도, 이런 일들이 만연하다는 걸 알리고 싶어서 소송을 시작했어요. 조금이라도 작가들의 목소리에 보탬이 될까 해서 시작한 소송이었죠. 2020년이 됐는데도 아직 변화가 전혀 없어요. 신인 작가들한테는 갑을 관계 개선이 전혀 안 돼요."

백희나는 "스웨덴 국민의 세금을 걷어서 주는 린드그렘상의 취지가 아동청소년 문학 작품의 중요성을 알리고, 종사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상이라고 하더라"면서 "그런데 아동청소년들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가 이것밖에 안 된다. 이걸 계기로 우리나라도 이런 관행이 바뀌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돈으로 6억원가량 되는 상금은 "좋은 일에 쓰겠다"고 말했다. 다만 소송 비용으로 일단 많은 부분이 들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아직 차기작 계획은 없다고 했다. 소송에서 잇달아 패소하면서 작업할 정신적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1년에 1권씩 꾸준히 작품 했는데 작년부터 하지 못했어요. 1심, 2심에 패소해서 심신을 추스르느라 정신이 없었고 그냥 견디자는 순간으로 버티고 있어서 작업은 생각도 못 했죠."

유튜브로 보기

https://youtu.be/h8AR7k-GWjg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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