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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톡톡] 대구에 내린 그림자와 빛을 걷는 사람들

송고시간2020-04-0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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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시장 활기 찾을까?
서문시장 활기 찾을까?

박동주 기자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코로나19가 바꾸어놓은 시공간을 50여일 묵묵하게 살아내는 이들의 모습은 어쩐지 애달프고, 뭉클합니다. 지난 한 주 대구에서는 정신병원, 요양병원 등 집단 시설을 중심으로 산발적 감염이 이어졌지만 깊은 침체기를 씻어 내려는 듯 서문시장과 동성로가 조심스럽게 활기를 찾아가려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코로나19로 가장 큰 상처를 입은 대구. 대개 잿빛이었지만 가끔은 반짝였던 대구의 ‘그림자’와 ‘빛’을 담아봅니다.

서문시장 번데기 장수
서문시장 번데기 장수

박동주 기자

서문시장 초입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상인의 얼굴, 등 뒤, 손 위로 오후 햇살이 내려앉습니다. 북적이던 시장의 모습을 찾기까진 요원해 보이지만 무채색 덮개로 싸인 매대 사이사이 방역 요원들만이 가득했던 낯선 시장에 주인들이 자리를 지키기 시작합니다. 마스크를 쓴 시민들의 조심스러운 발걸음도 시장이 잃었던 온기를 더합니다.

손님을 기다리는 시간
손님을 기다리는 시간

박동주 기자

빛과 그림자 사이에 아슬아슬하게 걸터앉은, 아무도 찾지 않는 번데기 장수는 어쩐지 위태로워 보이지만 손님을 기다리는 시간 조용히 손 뜨개질을 하는 상인의 손놀림이 북적였던 시장의 활기를 재촉하는 듯해 안도감이 듭니다.

서문시장 만남의 장소
서문시장 만남의 장소

박동주 기자

만남의 장소 천장 모니터 속, 형형색색의 옷으로 무장한 참가자들의 화려한 무대처럼 잔뜩 조명을 머금으며 손님을 유혹하는 조화들, 어린 꼬마에게 호떡을 파는 노점상, 요가복 매대를 보기 좋게 진열하는 상인도 각자의 색채를 더해 갑니다.

조금씩 예전처럼
조금씩 예전처럼

박동주 기자

서문시장의 명물, 국수 거리의 가게들도 조명을 밝힙니다. 국수 말 땐 보이지도 않았을 양손을 주머니에 쿡 찔러 넣은 채 우두커니 서 있어야 할 시간을 견뎌야 합니다. 가게 앞에 꽂힌 ‘스마일’ 팻말만이 북적였던 점심시간 손님들을 바라보던 상인들의 미소를 기억하는 듯합니다.

봉리단길 사진 속에만 존재하는 인파
봉리단길 사진 속에만 존재하는 인파

박동주 기자

3월 대구
3월 대구

박동주 기자

내린 비로 축축하게 젖어 앉은 동성로 골목골목의 '임대', '휴점'을 알리는 문구들, 봉리단길에 붙은 사진 속에만 존재하는 인파가 마음을 더 가라앉게 합니다. 동성로 깊숙이 자리한 한 꽃가게에 붙은 달력이 눈길을 끕니다. 3월. 계절이 가는 줄도 오는 줄도 느낄 겨를이 없는 요즘입니다. 대출 상담을 받기 위해 머리 위 흐드러지게 핀 벚꽃 아래 줄지어 선 소상공인들에게 올해 봄은 달력 속 가지런하기만 한 숫자들처럼 삭막하게 느껴질 뿐입니다. “대구는 이만한 일로 죽지 않습니다. 더 강해질 뿐입니다”. 동성로 상점가 상인회에서 내건 현수막 뒤로 동성로의 상점들도 꿋꿋하게 일어설 준비를 합니다. 봄 분위기 가득 담아 쇼윈도를 꾸미는 주인, 상점을 빠져나가는 경쾌한 리듬의 음악, 점심시간 식당을 찾아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들 모두 하루 수십만 인파가 오가던 다시 만날 동성로를 꿈꾸는 듯합니다.

마스크 벗고 즐길 수 있었다면
마스크 벗고 즐길 수 있었다면

박동주 기자

2020년 봄꽃 촬영법
2020년 봄꽃 촬영법

박동주 기자

비가 그치고 완연한 봄 날씨를 보인 주말 대구의 벚꽃 명소로 손꼽히는 동촌 유원지. 본의 아니게 장기간 이어진 ‘집콕’에 지친 시민들이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내 달립니다. 유모차를 끌던 아빠도, 반려견과 산책하던 소녀도 온몸으로 봄을 만끽하려는 듯. 사진에 봄을 남기길 포기하기 힘든 한 아주머니는 장갑으로 무장한 손에 든 휴대전화에 조심스레 꽃을 담아봅니다. 강을 가로질러 나란히 선 벚나무 밑에는 물리적 거리를 두며 각자의 봄을 만끽하는 시민들도 보입니다. 연인, 가족과의 꽃놀이 중간중간 ‘코로나19 방역 중’이라고 적힌 방역차가 봄의 감성을 파괴하기도 합니다. 봄 내음 가로막는 마스크가 답답하고, 꽃 같은 웃음을 온전히 담은 기념사진도 올해는 없습니다. 벚꽃 터널 속 발걸음을 옮기며 답답했던 마음 달래는 사이, 코로나19라는 터널 끝에도 설 수 있길 바랄 뿐입니다.

제이미주병원 환자 이송 준비
제이미주병원 환자 이송 준비

박동주 기자

제이미주병원 환자 이송 준비
제이미주병원 환자 이송 준비

박동주 기자

집단 감염이 발생한 대실요양병원과 같은 건물을 사용하는 제2미주병원에서 지난달 27일 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왔습니다. 고요하게 짙어가는 밤. 환자들이 탈 '관광' 버스가 쏟아내는 전조등 빛이 알 수 없는 슬픔에 휩싸이게 합니다. 이송지연에 뻐근해진 다리를 굽혔다 폈다 이따금 고개를 푹 숙인 의료진 뒤로 무언의 무겁고 짙은 긴 그림자만이 드리웁니다.

대구동산병원의 빛
대구동산병원의 빛

박동주 기자

오늘도 다시 한걸음
오늘도 다시 한걸음

박동주 기자

코로나19 지역 거점 병원인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의 '빛'은 바로 의료진들입니다. 코로나19에 맞서 전국에서 모인 의료진의 사투가 50일을 바라보면서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지만 '영웅'이라 불리는 그들의 헌신으로 대구는 점점 '빛'이 넓혀지고 있습니다.

대구, 해 질 무렵에
대구, 해 질 무렵에

박동주 기자

해 질 무렵 대구
해 질 무렵 대구

박동주 기자

대구의 어느 하루가 집니다. 켜켜이 쌓인 난층운 사이로 빛줄기가 내립니다. 퇴근길 빛줄기 드리운 중구의 어느 한 골목에서 바이러스와 저마다의 사투를 벌이고 있는 시민들이 하나둘 지친 걸음을 옮깁니다. 보통은 잿빛이었지만 아주 잠시 반짝였던 순간. 그것이 주는 감동이란 삶이 계속해 이어지기 때문이지 않을까요. 영국 미술평론가 존 버거는 “누군가 진짜로 하늘을 올려다본다면 그 순간 마음속에 있는 두려움이나 희망과 관련한 소망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라는 글을 남겼습니다. 언젠가 다시 올려다본 대구 하늘에 내리는 빛줄기가 사진 속의 그것보다 더 밝고 거세지길 바라봅니다. 2020.4.5

pdj663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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