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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포착] 만우절에 홀연히 떠난 '나쁜 남자' 장궈룽

송고시간2020-04-0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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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본색', '아비정전', '패왕별희' 등 명작 남겨

배우 장국영 11주기
배우 장국영 11주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발 없는 새가 살았다. 이 새는 나는 것 외에는 알지 못했다. 새는 날다가 지치면 바람에 몸을 맡기고 잠이 들었다. 이 새가 땅에 몸이 닿은 날은 생애에 단 하루, 그 새가 죽는 날이다"(영화 '아비정전' 중)

매년 4월 1일만 되면 소환되는 홍콩 배우가 있다. 1980년대 홍콩 영화 전성기를 이끈 장궈룽(장국영)이다. 그는 이날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세월이 꽤 흘렀지만, 그가 떠났다는 사실은 지금도 거짓말 같다. 그날이 바로 만우절이었던 것처럼.

장궈룽은 2003년 4월 1일 오후 6시 40분께(현지시간) 홍콩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에서 영화 '아비정전' 독백 속 '발 없는 새'처럼 땅으로 향했다. 몸에서 발견된 유서에서 그는 우울증을 언급하며 "마음이 피곤해 세상을 사랑할 마음이 없다"고 했다. 직전 빅토리아항구가 내려다보이는 호텔 헬스장 발코니에서 유서를 썼다고 한다.

팬들은 그의 사망 소식에 "만우절 거짓말"이라며 믿지 못했고, 당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전 세계에 확산해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에서도 호텔 앞에 모여 꽃을 놓고 울며 애도했다.

첫 번째 사진은 2014년 4월 1일 11주기에 팬들이 장궈룽을 추모하며 홍콩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 앞에 놓은 패널이다. 새하얀 점퍼를 입은 장궈룽을 담은 사진에는 '一生一世 LESLIE 永遠愛戀(한평생 레슬리 영원히 사랑해요)'란 글귀가 적혀 있다. 장궈룽의 영어 이름은 레슬리 청(Leslie Cheung)이다.

영화 '아비정전'
영화 '아비정전'

[엔케이컨텐츠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956년 홍콩의 부유한 양복재단사 아들로 태어난 장궈룽은 중학교를 마치고 유학을 떠나 영국 리즈대학 섬유관리학과를 졸업했다. 1977년 홍콩 ATV가 주최한 아시아뮤직콘테스트에서 2위로 입상하며 가수로 데뷔했고, 2년 뒤 '열화청춘'으로 영화계에 발을 디뎠다. 이후 1986년 우위썬(오우삼) 감독의 '영웅본색'을 시작으로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국내는 물론 아시아권 최고 스타로 떠올랐다.

장궈룽은 '영웅본색' '천녀유혼' '아비정전' '종횡사해' '동사서독' '패왕별희' '해피투게더' 등 수많은 명작을 남겼다. 이 중 최고작은 단연 '영웅본색' '아비정전' '패왕별희'일 것 같다.

1986년 개봉해 홍콩 누아르 영화의 전성시대를 연 '영웅본색' 시리즈에서 그는 암흑가의 형을 둔 경찰 자걸 역을 맡아 강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영웅본색2'(1987)에서 피투성이가 된 채 공중전화부스에서 죽어가는 모습은 잊지 못할 명장면으로 꼽힌다. 그가 부른 주제곡 '당년정'(當年情)도 귀에 아련하다.

왕자웨이(왕가위) 감독의 '아비정전'(1990)은 연기 변신을 보여준 또 하나의 명작이다. 그는 치명적인 매력의 나쁜 남자 아비 역을 맡았다. 속옷 바람에 거울 앞에서 맘보춤을 추며 슬프면서도 자유로운 영혼을 묘사한 장면은 그야말로 백미다.

제46회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천카이거 감독의 경극 소재 영화 '패왕별희'에서는 중성적인 캐릭터의 감정을 세밀하게 표현하고 예술적인 부분까지 완벽하게 소화하며 배우로서의 매력을 한껏 보여줬다.

전 세계 팬들은 매년 4월 1일에 상영회, 전시회 등을 마련해 그를 추모해 왔다. 올해 팬들은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 앞에 헌화했지만 추모 행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온라인에서만 진행했다. 팬들은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진과 글을 올리며 장궈룽을 추억했다. 국내 한 케이블 채널은 '장국영 17주기 추모 특집'을 마련해 '최가박당' '성월동화' 등을 방영하기도 했다.

원래 '패왕별희'(1993)의 15분 확장판인 '패왕별희 디 오리지널'이 기일에 맞춰 개봉하려 했지만 코로나19로 내달로 미뤄졌다.

영화 '패왕별희 디 오리지널'
영화 '패왕별희 디 오리지널'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dkl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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