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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제보] "'카톡 감옥' 아세요"…벼랑끝 내모는 사이버 괴롭힘

송고시간2020-04-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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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 이 기사는 이한나(가명·17)양의 제보를 토대로 연합뉴스가 취재해 작성했습니다.]

(서울=연합뉴스) 조성미 기자 = 이한나(가명·17)양은 지난 2월부터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다고 말했다. SNS에서 함께 '멤버놀이'를 하던 사이버 지인들과 불화가 생기면서부터다.

멤버놀이는 SNS상에서 만난 이들끼리 연예인인 척 연기하는 내용으로 채팅을 하면서 온라인에서 사생활을 공유하고 종종 오프라인 모임도 갖는 새로운 형태의 유희를 말한다. 10대가 주로 즐기지만 20대도 꽤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등학교 때부터 멤버놀이를 하던 이양은 올 초부터 함께 어울리던 이들 중 몇몇과 사소한 다툼을 하면서 사이가 멀어졌다. 이때부터 사이버불링(가상 공간에서 특정인을 따돌리거나 괴롭히는 행위)이 시작됐다고 했다.

이양은 지난달 31일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사이가 나빠지자 몇몇 멤버가 제 얼굴 사진과 이름, 학교, 전화번호 등 신상 정보를 카카오스토리 같은 SNS에 마구 뿌렸다"며 "그러자 익명의 다수가 모인 단체 카톡방에 일방적으로 초대됐고 모욕적인 말이 끊임없이 날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행위를 일명 '카톡 감옥'이라고 표현했다. 단체 채팅방을 나가고 또 나가도 끝없이 초대됐다. 견디다 못한 그는 최근 전화번호를 바꿨다.

괴로운 마음에 자살 시도도 했다는 그는 '경찰에 신고해 본 적 있느냐'는 질문에 "처음엔 가해자들에게서 도망치고 싶은 마음에 카카오톡을 비롯한 모든 SNS 계정을 탈퇴하기 바빴다"며 "미처 대화 내용을 캡처해두지 못해 신고도 어려웠고, 신고하더라도 조사 과정에서 가해자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다리가 후들거려서 못한다"고 털어놨다.

그는 자신이 유일한 피해자가 아니라고 말했다.

이양은 "멤버놀이 채팅창에는 다수가 괴롭히기로 마음먹은 한 명을 찍어놓고 협박 등을 하는 일이 허다하다"며 "n번방 사건이 알려지는 것을 보고 사이버상에서 이뤄지는 크고 작은 괴롭힘이 사라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용기를 냈다"고 제보 이유를 밝혔다.

멤버놀이에서 당한 괴롭힘으로 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며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요구한 청와대 국민청원도 있었다.

2018년 7월 세상을 뜬 김모양의 아버지라고 밝힌 청원인은 지난해 6월 올린 국민청원 글에서 "카카오스토리에서 5명 이상의 얼굴도 모르는 학생들에게 입에 담기도 어려운 욕설과 모욕적인 발언을 듣고 얼굴 사진 7장과 학년, 반 정보가 공개된 후 외동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글에서 "'**이 얼굴 사진 더 털릴까 봐 무서워서 **이노', '처음부터 빌빌 기었으면 끝났을 일을 꼭 자존심 세우노', '**아, 내일 찾아가서 죽을 때까지 팬다'라고 5∼10명이 돌아가면서 딸에게 욕설했다"며 "가해자들을 고소한 이후 아직도 해결된 것이 하나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 청원은 1만4천여명이 참여한 채 종료됐다.

청소년 간 사이버 괴롭힘으로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가해자와 피해자가 같은 학교 소속이 아닐 경우 학교 폭력으로 다뤄질 수 없다. 협박이나 명예훼손 등 혐의가 입증되더라도 처벌 수위는 높지 않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n번방 사건 때도 그랬듯 우리나라는 사이버상 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없다"면서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불법 행위에 대해 현행법으로는 규율이나 처벌이 쉽지 않은 점을 인정하고 이제라도 법체계를 세밀하게 정비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cs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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