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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국면 주목받는 파우치-벅스 콤비…굿캅-배드캅 역할분담?

송고시간2020-04-04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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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맨 좋아하는 트럼프도 일단 스스로 '학생' 규정하며 '경청'…내부 견제도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소장과 데비 벅스 백악관 코로나19 조정관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소장과 데비 벅스 백악관 코로나19 조정관

(AP Photo/Alex Brandon)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과 데비 벅스 백악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조정관은 미국의 코로나19 대응 국면에서 스포트라이트를 가장 많이 받는 2인이다.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의 핵심멤버로서 감염병 분야 전문지식을 토대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방향을 이끄는 코로나19 핵심 참모 역할을 하고 있다. '예스맨'을 좋아하고 '쓴소리'를 못 견디는 것으로 유명한 트럼프 대통령도 적어도 아직은 이들의 조언을 경청하는 듯한 모양새이다.

미 CNN방송은 3일 '파우치와 벅스는 어떻게 트럼프 대통령으로 하여금 과학에 경청하도록 만들었는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수십 년 관록의 이들 감염병 전문가 2인의 '생존법'에 대해 풀어냈다.

CNN은 백악관 코로나19 TF를 이끄는 의학 전문가인 파우치 소장과 벅스 조정관이 현 코로나19 위기를 싸워나가는 와중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언하는 중심인물로 부상했다면서 잦은 참모 교체로 유명한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여러 가지 면에서 나름대로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비록 코로나19 대응과 관련된 트럼프 행정부의 초기 실책을 막지 못했고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경제 참모들과 때때로 불협화음을 빚기도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그의 '본능'을 버리도록 설득시키는 한편으로 대통령의 주장에 공개적으로도 반박하고도 적어도 현재까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정을 받아왔다는 것이다.

백악관이 전문가들을 소외시키고 충성파들을 전면 배치한 포스트 탄핵의 시대에 오랫동안 행정부에 몸담았던 이들 2인이 트럼프 대통령 주변부에 진입, 종잡을 수 없는 보스를 다루는데 능통한 오랜 측근들을 꺾고 자신들의 논리를 관철했다고 CNN은 전했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파우치 소장과 벅스 조정관이 지난달 29일 백악관 오벌 오피스(집무실)에서 '10만∼24만 사망자 발생' 예측 모델을 들이밀며 경제활동 조기 정상화를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쪽으로 기울었던 트럼프 대통령의 궤도수정을 끌어낸 일이다.

이들이 트럼프 대통령 설득을 견인하는데는 시각적 자료도 한몫했다고 한다.

CNN은 "트럼프의 고참 참모들이 신참자들에게 하는 조언 중 하나는 시각적 보조자료들을 가져가라는 것"이라며 파우치 소장과 벅스 조정관이 당시 잔뜩 싸 들고 간 형형색색의 각종 차트가 주효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그래픽 자료가 지루한 문서형 보고를 싫어하고 시각 자료를 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사로잡으면서 경제활동 조기 정상화를 주장하던 경제참모들의 주장을 누르는 '무기'가 됐다는 것이다.

백악관의 한 당국자는 CNN에 "그(트럼프 대통령)는 그들이 말하는 모든 것에 대해 경청한다. 지금까지 그 누구도 들어와서 그와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목을 끌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할지는 봐야 할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대부분의 현안에서 자신의 '본능'을 가장 믿는 것으로 유명한 트럼프 대통령이지만 이들 두 사람에 대해서는 자신을 '학생'으로 규정해왔다고 CNN은 전했다.

파우치 소장과 벅스 조정관은 서로를 '멘토'와 '멘티'로 부를 정도로 수십년간 알고 지내온 사이이다.

하지만 두 사람의 스타일은 확연히 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브리핑이나 인터뷰 등 공개적 공간뿐 아니라 TF 회의에서도 두 사람의 접근법 차이는 여실히 드러난다고 한다.

두 사람 모두 '방 안의 어른'의 역할을 하지만, 파우치 소장의 경우 인터뷰나 브리핑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과의 이견이 있을 경우 생각을 거침없이 밝히는 데 주저함이 없는 스타일이다.

반면 벅스 조정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과학적 근거가 결여된 의견이나 학설을 장황하게 늘어놓더라도 일단 인내심을 갖고 들어준다고 한다. 중간에 말을 자르지 않고 일단 다 들은 뒤 자신의 의견을 풀어놓는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차이기 때문에 두 사람 간에 '굿 캅·배드 캅'(좋은 경찰과 나쁜 경찰)의 역할분담론까지 나오고 있다고 CNN은 보도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파우치 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극우 진영 인사들의 '정치적 표적'이 됐고, 반대로 벅스 조정관은 반(反)트럼프 진영으로부터 '트럼프 대통령에게 아부하는 인사'라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두 사람 모두 트럼프 대통령과 개인적 인연은 없으며 파우치 소장의 경우 전염병 사태 때마다 TV 인터뷰에 자주 등장해 트럼프 대통령이 그에 대해 알고 있던 정도라고 CNN은 보도했다.

CNN은 "두 사람이 코로나 19 확산을 막는데 있어 트럼프 대통령을 추가로 설득하는 데 성공하더라도 그간의 정부 대응 실패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도 현재까지는 그들의 존재가 연방정부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대응에 대해 우려하는 미국 국민에게 안심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적어도 지금까지는 이 두 사람이 입지를 지키고 있다고 전했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소장과 데비 벅스 백악관 코로나19 조정관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소장과 데비 벅스 백악관 코로나19 조정관

(Photo by MANDEL NGAN / AFP)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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