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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돈 받기 쉽지 않소∼잉" 생계비 접수에 정보소외층 긴줄

송고시간2020-04-06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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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코로나 긴급생계지원금 현장 접수…글 모르고, 인터넷 못하는 노인층 다수 방문

생계지원금 신청도 '사회적 거리두기'
생계지원금 신청도 '사회적 거리두기'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광주시 긴급 생계 지원금 현장 접수 첫날인 6일 오전 광주 북구 양산동주민센터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며 현장 접수를 하기 위해 시민들이 줄을 서고 있다. 2020.4.6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천정인 기자 = "옴마 기자 양반, 남의 돈 한 푼 받기 쉽지 않소∼잉. 여간 힘든 게 아니구먼요."

6일 광주시청과 5개 구의 각 동주민센터 등에서 광주시 코로나19 긴급 생계 지원금 현장 접수가 시작됐다.

광주시는 지원 대상은 중위 소득 100% 이하를 대상으로 긴급 생계 지원금 30~50만원(가구 구성원 수에 따라 차등)을 지급한다.

지난 1~5일 인터넷 접수만으로 28만명이 훌쩍 넘는 시민들이 접수했지만, 인터넷 신청이 어려운 이들을 고려해 이날부터 현장 접수를 시작했다.

현장 접수 첫날 주차장에 임시 접수처를 만든 양산동주민센터에는 종일 10~20여명의 대기 줄이 생겼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광주 북구 양산동 주민 성모(88) 할머니도 꾸깃꾸깃한 마스크를 얼굴에 걸치고 '광주시가 지원금을 준다'는 말을 듣고 주민센터를 찾은 이들 중 한명이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위해 약 1m 간격으로 청테이프로 선을 그어놓은 기다란 대기 줄을 수십여분 기다린 성 할머니 손에는 동주민센터 직원이 뿌려주는 소독 약품을 손으로 힘겹게 비비며 한숨부터 쏟아냈다.

성 할머니가 들고 온 신청서류에는 이름 한자도 적혀있지 않았다.

"아이고 글을 알아야 이름이라도 적지…. 나가 까막눈이여."

안내하는 동주민센터 직원에게 푸념한 할머니는 접수대 앞에까지 갔지만, 결국 신청도 못 하고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기초생활 보장 수급자인 성 할머니는 다른 지원을 받게 되는 탓에 이번 긴급 생계 지원은 중복 수혜란 이유로 대상자에서 제외됐다.

"누가 이런 내용 안내해주지 않아 헛걸음하셨냐"는 물음에 "사정 모르는 통장이 우편함에 들어 있는 신청서류 들고 가보라고 하길래 와봤지, 난들 뭔 말인지 알간디?"이라고 되물었다.

그리고는 "남의 돈을 받기 쉽지 않다"며 혀를 차며 구부정한 자세로 발걸음을 옮겼다.

긴급생계지원 신청하러온 시민들
긴급생계지원 신청하러온 시민들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광주시 긴급 생계 지원금 현장 접수 첫날인 6일 오전 광주 북구 양산동주민센터에서 시민들이 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2020.4.6

이날 동주민센터를 직접 찾은 노인이나 취약계층 대부분이 글을 모르거나, 인터넷 이용이 쉽지 않은 정보 소외계층이었다.

특히 자신이 지원급 지급 대상인지도 아닌지도 정확히 모르고 지원을 해준다는 소식에 무작정 찾아왔다가 발길을 돌리는 이들도 상당수였다.

양산동주민센터에서 신청을 마친 김모(80) 할머니는 "몸이 아픈데 약값이라도 받아볼까 해서 나왔다"고 말했다.

노인정에서 몸이 더 불편한 다른 노인을 보살피는 공공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며 용돈 벌이하던 김 할머니는 코로나19 여파로 노인정이 폐쇄되면서 일자리도 잃었다. 그는 "코로나 때문에 굶기야 하겠냐"며 "근데 항상 궁핍한 사람들은 이번 감염병으로 더 손가락만 빨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시청에 마련된 접수대에는 각 주민센터에 비해 비교적 한산해서 한 시간에 10여명이 찾고 있었다.

일용직 노동자 김모(49)씨는 지원금을 신청하기 위해 오늘 하루 일거리를 포기하고 시청을 찾았다.

한 달 평균 20여일 일했지만 코로나19로 일거리가 줄면서 인력소개사무소에 나갔다 다시 집으로 되돌아오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김씨는 말했다.

김씨는 집 근처에 광주시가 긴급 생계 지원금을 준다는 내용의 전단을 보고 시청을 찾았다.

그는 "지원 대상이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지원금을 받게 되면 그나마 숨통이 트일 거 같다"고 말하며 마스크를 고쳐 썼다.

광주 각 자치구는 95개 동 행정복지센터에 1천96명의 전담인력을 배치해 긴급 생계 지원급 접수창구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지난 1~5일 진행된 인터넷 접수 기간에는 광주 약 62만 가구 중 45%가량이 28만여가구가 지원금 지급을 신청했다.

광주시는 심사를 거쳐 최대 2주 안에 지원금을 각 가구에 지급할 계획이다.

광주시, 긴급생계비 현장접수 시작
광주시, 긴급생계비 현장접수 시작

(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코로나19 긴급생계비 신청을 시작한 6일 오전 광주 서구 광주시청 1층에 마련된 현장접수 창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인다. 2020.4.6 iny@yna.co.kr

pch8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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