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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색·불편해도 유일한 대안…온라인 개학 첫날 전국서 좌충우돌(종합)

송고시간2020-04-09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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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자 몰리자 EBS클래스 접속 차질…학생들, 집중력 저하 호소

아예 출석 않거나 수업 중 딴짓도…'집 아닌 학원서 수업' 부작용도

온라인 개학 첫날…카톡 출석체크
온라인 개학 첫날…카톡 출석체크

(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온라인 개학 첫날인 9일 오전 광주 서구 상일여고 3학년 교무실에서 교사들이 학생들의 출석체크 현황을 확인하고 있다. 2020.4.9 iny@yna.co.kr

(전국종합=연합뉴스) 새 학기 첫 수업을 집에서 온라인으로 접하게 된 학생들, 카메라로 제자들에게 첫인사를 건네고 수업을 진행한 교사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해 9일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을 체험한 전국 고3·중3 학생들과 교사들은 대체로 어색하고, 불편하고, 다소 산만한 개학 첫날을 보냈다.

이용자가 몰리면서 접속이 안 되는 등 시스템은 때때로 삐걱거렸고, 화상으로 접하는 정규수업에 학생들이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도 보였다.

충실한 준비와 참여로 부작용을 줄이고 기대 효과를 높이는 수업 사례도 있었다.

그러나 감염병 차단을 위한 조치임에도 집 대신 학원에 모여 수업을 듣는 등 온라인 개학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시도가 있기도 했다.

원격수업은 교사와 학생이 화상 연결로 수업하는 '실시간 쌍방향형', EBS 콘텐츠나 교사가 녹화한 강의를 보는 '콘텐츠 활용형', 독후감 등 과제를 내주는 '과제 수행형' 등 3개 유형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개학 첫날부터 시스템 부하 우려나 장비 보유 문제가 있는 실시간 쌍방향형 수업을 하는 학교는 많지 않았다.

유튜브로 보기

https://youtu.be/cEX4eCDyMp0

온라인 새 학기 시작…
온라인 새 학기 시작…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중3, 고3 학생들의 온라인 개학이 시행된 9일 서울 양천구 한 가정에서 개학을 맞은 중학교 3학년 쌍둥이 자매 박하늘, 박가을양이 온라인 수업을 듣고 있다. 2020.4.9 jjaeck9@yna.co.kr

◇ 이용자 몰리자 EBS 콘텐츠 접속 차질

이날 원격수업 플랫폼 중 'EBS 온라인클래스'를 사용한 전국의 중·고교는 수업 시작부터 진땀을 뺐다.

EBS 온라인클래스가 수업 개시 시점에 장애를 일으킨 것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EBS 온라인클래스 중학교용 사이트는 이날 오전 9시부터 10시 15분 사이에 접속 시스템에 일부 병목 현상이 일어났다.

이 때문에 1시간 15분 동안 중학교 교사와 학생들이 EBS 온라인클래스에 접속을 못 하거나 접속이 몇 분 동안 지연되는 문제를 겪었다.

접속 장애가 이어지자 EBS는 온라인클래스 홈페이지에 접속지연 안내문을 띄우고 학생들에게 자기주도 학습을 권장했다.

교사들은 교무실이나 교실에서 온라인으로 학생들과 소통하며 수업에 대한 질문에 답하거나 접속 장애 증상을 분석했다.

그러나 접속 장애 해결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해 답답함에 발만 굴렀다.

인천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1교시부터 아이들이 온라인클래스에 접속이 안 돼 수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접속되긴 했으나 원활하지는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EBS 온라인 클래스는 지난달 온라인 특강 때부터 급증한 부하를 잘 견디지 못하는 등 약점을 드러냈는데, 결국 개학일까지도 보완되지 않은 채 미비점을 드러내고 말았다.

온라인 개학 시작
온라인 개학 시작

(서울=연합뉴스) 고3·중3 온라인 개학일인 9일 경남 거창군 거창대성고등학교 교실에서 고3 수학 온라인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2020.4.9
[거창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경기도 A중학교는 개학식에서 교장 인사말을 사전에 영상 제작해 학생들이 접속한 온라인 클래스를 통해 올려줬는데, 교장의 음성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학교 내 동영상 촬영을 위한 전문적인 장비가 없어 스마트폰으로 제작했다가 결국 문제가 생긴 것이다.

A중학교 교사는 "전문 촬영 시설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장비도 없을뿐더러 충분한 준비 시간이 없다 보니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며 "그나마 우리 학교는 한달여 전부터 준비를 해온 건데도 크고 작은 어려움과 불편함이 크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쌍방향 수업이 어려우면 EBS 자료 등을 활용하면 된다고 하지만 EBS 동영상이 내 수업은 아니지 않느냐"며 "교사가 존재하는 이유는 학생들에게 단순히 지식만 전달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학습 노하우를 담아 자료를 만들려고 하는 것인데 충분한 장비가 없으니 정말 힘들다"고 말했다.

온라인 강좌 시범학교로 선정돼 준비를 차근히 해온 제주시지역 한 고등학교는 이날 수업 오전 수업을 모두 쌍방향으로 진행했다.

유튜브를 활용한 쌍방향 수업의 경우 유튜브가 교사의 데스크톱 바탕화면에 MS 윈도 표시를 감지한 탓에 저작권 문제로 오류가 발생, 수업을 시작하는 데 잠시 차질을 빚었다. 또 300명이 넘는 인원이 동시 접속한 탓에 중간중간 끊김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많은 학생이 수업에 동시다발적으로 참여하면서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가 학생 질문에 대한 피드백이 어려운 상황도 발생했다.

교실이 아닌 집에서 '집중 또 집중'
교실이 아닌 집에서 '집중 또 집중'

(고양=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온라인 개학일인 9일 경기도 고양시 화정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고등학교 3학년 이예지 양이 자택에서 온라인 강의로 수업을 듣고 있다. 2020.4.9 hwayoung7@yna.co.kr

◇ 제때 접속 안 하고, 수업 중 딴짓…교사가 전화로 잠 깨우기도

그동안 없던 학교 수업 방식에 집중하거나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도 많았다.

이날 서울여고 3학년 5반 학생 23명 가운데 화상회의서비스인 '줌'(Zoom)으로 진행된 원격조회에 참여해 '출석'을 실시간으로 확인받은 학생은 21명이었다.

나머지 2명은 교사에게 사전 연락 없이 원격조회에 접속하지 않았다. 교사가 조회가 끝난 직후 이 학생들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1교시가 절반이 넘게 진행될 때까지 연락이 닿지 않았다.

최성희 서울여고 교감은 "아침잠이 많은 학생이 있다"면서 "계속 연락을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 북서울중에서는 체육수업이 온라인으로 진행됐는데, 교사가 올린 10초짜리 체조 영상을 보고 학생들이 이를 따라 한 뒤 영상으로 녹화해 내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과제 내용과 제출방식을 이해하지 못한 학생들의 댓글이 이어졌고, 일부는 교사에게 전화를 걸어 질문하기도 했다.

광주광역시 상당수 학교는 콘텐츠 활용형을 채택했다.

광주 상일여고에서도 미리 찍어놓은 영상을 학생들이 각자 재생하는 방식으로 수업이 이뤄졌다. 교사는 카카오톡으로 학생들의 출결을 관리했다.

이 학교 고3 학생 227명 중 117명이 제시간에 맞춰 출석 확인란에 체크했지만, 50명은 결국 시간을 맞추지 못해 개학 첫날 '지각생'이 되기도 했다.

출석 확인만 하고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 학생들이 생겨나자 교사는 "다시 자는 거니? 이제 일어나서 학습 1강 들어야지"라고 재촉하기도 했다.

교사들은 수업 영상을 재생시키지 않은 학생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잠을 깨우거나 접속을 안내하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온라인 수업 효율을 높이려면 접속 오류 문제 등을 해결하는 것 못지않게, 제시간에 접속하도록 숙지시키고 접속 후에 수업에 집중하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현장에서 나왔다.

제주에서도 볼멘소리가 이어졌다.

제주시지역 한 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진모(15)양은 "첫 수업이라서 아직 잘 모르겠지만, 계속 이렇게 수업하는 것인가 하는 두려움이 생기긴 한다"며 "친구들도 이게 수업이 맞는 건지 많이 혼란스러워한다"고 말했다.

중3 자녀를 둔 김모(46·여·제주시 연동)씨는 "첫 수업이라 걱정이 돼 하루 연차를 쓰고 지켜보는 중인데, 백번 양보해 자기주도 학습이라고 생각하려 했지만 해도 해도 너무하다"면서 "동영상만 틀어주고 출결 체크도 제대로 안 되는데 이게 무슨 학교 수업이냐. 교사와 학생 간 주고받는 것이 하나도 이뤄지지 않는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다만 큰 불편함이나 어색함 없이 무난하게 수업을 진행하는 곳도 있었다.

대전 변동중학교 온라인 영어 수업은 대화방 기능이 있는 구글미트 플랫폼을 활용해 수업을 진행했는데, 이달 초부터 온라인 수업을 연습해 와서 학생들이나 교사 모두 별다른 어려움 없이 수업을 진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채팅방을 이용해 영어 작문을 하고 이를 읽기도 했으며 원활한 의사소통을 보이며 수업을 진행.

우수민 교사는 "실제 수업과 비교해 아이들 집중도나 현재 상황 같은 것을 일일이 확인하거나 파악할 수 없어 어려운 점이 있지만, 차츰 메뉴 개발 등을 통해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조만간 교실에서 만나자'
'조만간 교실에서 만나자'

(인천=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9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선학중학교에서 열린 온라인 개학식에서 새로 이 학교에 온 교사가 온라인으로 연결된 휴대전화 카메라를 통해 학생들과 인사하고 있다. 2020.4.9 tomatoyoon@yna.co.kr

◇ 집 대신 학원에서 수업 듣기도…온라인 개학 취지 무색

일부 학생들은 학원에 가서 학교 온라인 수업을 듣기도 했다.

교육계에 따르면, 수도권의 한 영어·수학 전문 보습학원은 최근 학부모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학교 수업 시간과 동일한 시간대에 학원을 오픈해 아이들이 학교 원격수업을 학원에서 듣도록 관리·감독해주겠다"고 알렸다.

이 학원은 "학교에서 정규 수업 시간표로 원격수업을 한다지만 아이들이 집에서 잘 들을지 걱정일 것"이라면서 "특히 맞벌이 가정에서 더욱 걱정되시리라 생각된다"고 학부모들 관심을 끌었다.

그러면서 "학교에서 출석 체크할 시간 이전인 오전 8시 30분까지 등원 시켜 주시면 발열 체크 및 손 소독 후 교실에 입장시키겠다"며 "교실에서는 개인 간 거리 2m를 유지할 것이고, 스마트기기 충전기도 제공하겠다"고 공지했다.

충남권의 한 보습학원도 학생들이 학원에서 학교 원격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이날부터 자습실을 열기로 했다.

이 학원 관계자는 "3월 중순까지는 정부 방침에 따라 휴원하다가 운영난 탓에 지난주부터 자율 등원으로 돌렸는데, 여전히 등원율이 60% 수준"이라면서 "원생이 더 떨어져 나가면 학원 문을 닫을 판이니 이런 방법이라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동네 보습학원뿐 아니라 대치동·목동 등 학원 밀집 지역의 유명 학원과 대형 프랜차이즈 학원까지 학교의 원격수업을 위한 '자습 공간'을 제공하기로 했다.

원격수업을 '실시간 쌍방향'으로 하지 않고 '단방향 콘텐츠·과제 제공형'으로 하는 학교에서는 아침 조회만 영상 연결로 확인하고 이후 수업은 과제만 내주는 탓에 학생들이 학교 과제를 오전에 끝내고 학원에 가는 현상도 벌어졌다.

이런 현상을 소개한 연합뉴스 보도 후 일선 교육청은 학원들에 '감염병으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하고자 하는 온라인 개학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부당한 행위일 뿐 아니라, 등록 외 교습 과정 운영 또는 거짓·과대광고 등 학원법 위반에 해당해 행정 처분을 받게 된다"고 공지했다.

(조성민 이영주 홍현기 손상원 백나용 양지웅 허광무 이효석 정래원 이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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