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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NHL리거 기대되는 무탈라 "어머니 나라에서 부른다면"

송고시간2020-04-10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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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NHL 신인 드래프트서 5라운드 지명받은 '하프 코리안'

올 시즌 WHL에서 독보적인 활약으로 NHL 입성 기대

사샤 무탈라와 그의 한국인 어머니 김지영씨
사샤 무탈라와 그의 한국인 어머니 김지영씨

[사샤 무탈라 제공. 재배포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유지호 신창용 기자 = 한국계 선수로는 21세기 들어 처음으로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입성이 기대되는 특급 유망주가 등장해 눈길을 끈다.

캐나다 밴쿠버에서 태어난 '하프 코리안' 사샤 무탈라(19·콜로라도 애벌랜치)가 그 주인공이다.

캐나다인 아버지(돈)와 한국인 어머니(김지영)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박용수(44·영어명 리처드 박) 이후 끊긴 한국계 NHL리거의 명맥을 이을 선수로 주목받고 있다.

서울에서 태어나 3세 때 미국으로 이민을 한 박용수는 1994년 피츠버그 펭귄스에서 데뷔해 2012년까지 NHL 무대를 누볐다.

박용수는 한국인 최초로 NHL에서 뛴 백지선(53·영어명 짐 팩) 감독과 함께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코치를 맡아 선전을 이끌었다.

지금까지 NHL 무대를 밟은 한국계 선수는 백지선과 박용수 등 2명뿐이다.

최근 연합뉴스와 이메일 인터뷰에 응한 무탈라는 훗날 어머니의 나라를 대표해 '태극마크'를 달 기회가 온다면 기꺼이 응하겠다고 밝혔다.

무탈라는 "국제대회에서 한국을 대표해 뛸 기회가 찾아온다면 큰 영광일 것"이라며 "특히 어머니가 무척 자랑스러워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어머니는 내게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을 심어주기 위해 항상 애쓰셨다"며 "한국 대표팀의 일원이 된다면 우리 가족에게는 무척 뜻깊은 일이 될 것"이라고 했다.

키 185㎝, 체중 89㎏의 당당한 체격을 지닌 무탈라는 세계 3대 메이저 주니어리그 중 하나인 웨스턴하키리그(WHL) 트리-시티 아메리칸스에서 뛰는 공격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WHL이 시즌 막판 취소되면서 현재는 미국 워싱턴이 연고지인 팀을 떠나 고향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는 "시즌을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해서 아쉽긴 하지만 덕분에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다"며 "집에서 어머니와 빵 굽기에 도전하고 있는데, 정말로 이 시간이 즐겁다"고 했다.

그가 가족과 지내는 이 시간을 다른 어떤 누구보다 특별하게 여기는 데는 그럴만한 사정이 있다.

무탈라는 아이스하키의 본고장인 캐나다에서도 어릴 때부터 촉망받은 유망주 출신이다.

그의 스승이 바로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를 지낸 허정우씨다. 허씨는 2003년 가족과 함께 캐나다 밴쿠버로 이주해 아이스하키 지도자로 일하고 있다.

WHL에서 1라운드 전체 6순위로 트리-시티 아메리칸스의 지명을 받은 것만 봐도 무탈라의 잠재력을 엿볼 수 있다.

2018년 8월에는 월드 주니어 챔피언십에 버금가는 힐링카-그레츠키 컵에 캐나다 대표로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WHL 트리-시티 아메리칸스에서 뛰는 사샤 무탈라
WHL 트리-시티 아메리칸스에서 뛰는 사샤 무탈라

[사샤 무탈라 제공. 재배포 및 DB 금지]

하나뿐인 외아들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헌신적으로 뒷바라지했던 부모님의 희생도 보답을 받는 듯했다.

NHL 드래프트 시즌을 앞두고 그의 가족에 엄청난 불행이 닥치기 전까지는 그랬다.

2017년 8월 어머니가 유방암 판정을 받았다. 항암 치료는 2018년 가을까지 이어졌다.

어머니를 돌보느라 팀이 있는 미국 워싱턴과 고향인 캐나다 밴쿠버를, 6시간이 걸리는 그 거리를 수시로 오가야 했던 무탈라에게 불행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2018년 9월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무탈라는 또 그렇게 몇주간을 수술실 옆을 지켜야 했다.

무탈라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큰 일들이 한꺼번에 일어났다.

훈련에 빠지는 날이 잦아지면서 WHL에서의 성적은 떨어졌고, 2019 NHL 신인 드래프트 지명 순위도 함께 내려갔다.

애초 상위 라운드 지명이 기대됐던 무탈라는 예상과는 달리 5라운드 전체 140순위로 콜로라도의 지명을 받았다.

하지만 비 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지듯 무탈라는 시련을 딛고 더 강해졌다.

그는 올 시즌 화려하게 부활했다. 2019-2020시즌 WHL 62경기에서 28골, 39어시스트로 도합 67포인트를 수확했다.

득점과 어시스트, 포인트 모두 팀 내 최다다. 그야말로 독보적인 활약을 펼치며 지금은 WHL 최고의 유망주로 손꼽힌다.

문전 앞에서 치열한 몸싸움을 이겨낼 수 있는 피지컬과 슈팅력, 스케이팅 실력과 함께 무탈라가 높은 평가를 받는 데에는 강인한 정신력도 한몫했다.

NHL 무대를 누빌 날이 멀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는 그는 "다행히 부모님께서는 잘 계신다"며 "하루하루 좋아지고 있고,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고 소개했다.

무탈라의 NHL 입성이 주목받는 것은 비단 그가 한국계 선수여서만이 아니다.

NHL을 누비는 그의 모습을 통해 아이스하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이것이 국내 아이스하키 인기로 환원되길 많은 이들이 기원하고 있다.

다만 콜로라도의 공격진에는 젊고 재능 있는 선수들이 많아서 그 틈을 얼마나 파고드느냐가 무탈라의 NHL 입성 시기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어머니께서는 항상 내게 한국인의 피가 흐른다는 점을 잊지 말라고 당부하셨다"며 "나 역시 한국인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만약 NHL에 뛰는 한국계 선수로서 한국에서 많은 응원을 얻을 수 있다면 내게도 큰 의미가 될 것"이라며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더욱더 정진하겠다"고 했다.

그는 2018년 평창올림픽을 관심 있게 지켜봤다면서 특히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에 큰 인상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NHL 토론토 메이플리프스의 간판 센터 오스턴 매슈스를 가장 좋아한다는 그는 한국이 코로나19를 잘 이겨내길 기원한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2018 평창올림픽에서 한국 대표팀을 이끈 백지선 감독(오른쪽)과 박용수 코치
2018 평창올림픽에서 한국 대표팀을 이끈 백지선 감독(오른쪽)과 박용수 코치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제공. 재배포 및 DB 금지]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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