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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근의 병영톡톡] 아파치헬기 300㎞ 날아 독도함에 내리다

송고시간2020-04-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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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시 해상 합동작전 능력배양…헬기조종사에 '함상착함자격' 부여

중국 항모, 코로나 틈타 종횡무진…견제 나선 미군 강습상륙함 역부족

독도함에 내리는 아파치 공격헬기
독도함에 내리는 아파치 공격헬기

(서울=연합뉴스) 육군항공작전사령부 1항공여단 소속 아파치 헬기(AH-64E)가 최근 남해 남형제도 일대 해상에서 해군과 합동으로 독도함에 이·착함 훈련을 하고 있다. 2020.4.25 [육군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태평양과 남중국해 등에서 임무를 수행하던 미국 항공모함 3척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습을 당해 작전을 중단하자 강습상륙함 1척이 공백을 메우고 있다.

미국 강습상륙함에는 수송·공격헬기, 수직이착륙 F-35B 전투기 등이 탑재되어 있다. '코로나 항모' 사태 이후 강습상륙함이 남·동중국해 등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며 중국 해군을 견제하고 있으나 힘에 부치는 형국이다.

미국 강습상륙함은 와스프급 8척, 아메리카급 2척 등 10척이다. 강습상륙함은 대대급 상륙부대를 수송할 수 있어 미군 상륙작전의 핵심 함정으로 꼽힌다.

미국 항모가 없는 틈을 노린 중국은 항모와 호위함 등을 동원해 남·동중국해와 대만 동부 해상 등에서 종횡무진으로 활동하고 있다. 미국 항모가 버티고 있었다면 대만 인근까지 진출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군사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국군에는 미국과 같은 강습상륙함이 없다. 아시아 최대 수송함으로 불리는 '독도함'(1만4천t급)이 상륙부대를 수송하는 임무를 할 수 있어 약간 비슷한 측면은 있지만, '강습함'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일본은 대한민국 영토인 독도 지명을 딴 독도함에 대해 종종 노이로제 걸린 듯한 과민반응을 보인다.

육군과 해군은 독도함에서 공격·수송 헬기가 뜨고 내리는 합동훈련을 착실히 진행하고 있다. 독도함이 유사시 헬기로 상륙군을 수송할 수 있는 능력을 꾸준히 키우고 있다. 비록 독도함은 함재기에 의한 공격 능력이 없어 '강습함'은 아니지만, 상륙부대를 수송하는 상륙작전의 핵심전력으로서의 임무에 대비하고 있다.

앞으로 건조할 3만t급 대형수송함 3번함의 비행갑판을 F-35B 전투기가 이·착륙하도록 설계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경항모급인 이 함정이 건조돼 공격헬기와 F-35B 등을 탑재하고 다닌다면 강습상륙함의 흉내를 조금이나마 낼 수 있을까.

◇ 바다에 떠 있는 독도함에서 아파치 공격헬기가 뜨고 내려

육군은 세계 최강의 공격헬기로 꼽히는 아파치 헬기(AH-64E) 36대를 보유하고 있다. 주·야간, 전천후 작전 수행이 가능하고, 최대 순항속도는 269㎞/h(145노트)이다. 무장은 헬파이어 공대지 유도탄 최대 16발, 스팅어 공대공 유도탄 최대 4발을 각각 탑재할 수 있고, 70㎜ 로켓 최대 76발과 30㎜ 기관총 최대 1천200발을 장착한다.

경기 이천의 육군항공작전사령부 소속 아파치 헬기가 최근 약 300㎞ 떨어진 부산 앞바다 남형제도 인근 해상에 떠 있는 독도함까지 날아가 이·착함 훈련을 했다.

지난 14일 진행된 이번 훈련에는 아파치 헬기 3대를 비롯해 시누크(CH-47)와 블랙호크(UH-60) 헬기 각각 2대도 참가했다. 아파치 헬기는 훈련 하루 전 진해까지 비행해 그곳에서 기름을 넣고 다음 날 남형제도의 독도함에서 이·착함 훈련을 했다. 편도 비행거리는 300㎞에 이른다.

시누크와 블랙호크 또한 충북 음성에서 진해까지, 진해에서 다시 남형제도의 독도함까지 편도 260여㎞를 비행했다. 훈련에 참여한 7대의 헬기는 같은 경로로 소속 기지에 복귀했다. 왕복 600㎞, 500여㎞ 거리는 헬기 비행거리로는 꽤 긴 편이다.

독도함에 내리는 시누크 헬기
독도함에 내리는 시누크 헬기

(서울=연합뉴스) 육군항공작전사령부 2항공여단 소속 CH-47(시누크) 헬기가 최근 남해 남형제도 일대 해상에서 해군과 합동으로독도함에 이·착함 훈련을 하고 있다. 2020.4.25 [육군 제공]

육군항공의 핵심 공격헬기가 하필 바다에 떠 있는 독도함에서 왜 이·착함 훈련을 했을까.

독도함은 해군이 보유한 함정 중 유일하게 5대의 헬기를 동시에 운용할 수 있는 비행갑판을 갖췄다. 독도함의 갑판은 F-35B 수직 이착륙 전투기가 뜨고 내릴 때 발생하는 고열을 견딜 수 있는 고강도 재질로 되어 있지 않아 공격 및 수송헬기, 해상작전 헬기 정도만 운용할 수 있다. 이 갑판에는 미국 해병대의 수직 이·착륙기 MV-22 오스프리 2대도 탑재할 수 있다.

아파치 헬기가 독도함에서 훈련하는 것에 대해 육군은 25일 "헬기 조종사의 자격 능력을 배양하고, 국가적인 지원 및 유사시 대(對) 해상작전 수행에 따른 해군과의 합동작전 체계를 완성하기 위해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훈련에는 조종사 21명이 참여했다. 육군항공작전사령부는 2011년 해군작전사령부와 양해각서(MOU)에 따라 헬기 조종사의 '함상착함자격'(DLQ:Deck Landing Qualification) 유지를 위해 분기 1회 이·착함 훈련을 한다.

육군 헬기 조종사들에게 이·착함 자격은 필수다. 정기적인 훈련으로 이·착함 비행 기량도 연마해야 하고, 해당 자격도 유지해야 한다. 이·착함 훈련은 주변 장애물이 없는 해상에서 하게 되어 있다.

해군은 육군과 공군 헬기 조종사에게 DLQ를 부여해 육·공군 헬기가 언제든 독도함에서 뜨고 내릴 수 있도록 했다. 이는 해상에서의 합동작전 능력을 배양하고 독도함을 '헬기 모함'으로서 작전에 활용하는 비중을 높이기 위함이라고 해군 관계자는 설명했다.

◇ F-35B·헬기 등 탑재 미군 강습상륙함, 코로나 이후 존재감

미국에서 '코로나 항모' 사태가 발생한 이후 소형 항모 격인 강습상륙함의 역할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미국 핵 추진 항공모함인 시어도어 루스벨트(CVN-71), 로널드 레이건(CVN-76), 칼빈슨(CVN-70)호가 코로나19에 승조원이 감염되면서 작전을 멈춘 사이 강습상륙함 1척이 공백을 메우고 있다.

아메리카함(4만5천t급·LHA-6)이 남중국해에 투입되어 있고, 마킨 아일랜드함(4만2천t급·LHD-8)은 동태평양 해역에서 투입 준비를 위한 몸풀기에 나섰다.

미국 태평양함사령부는 지난 22일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LHA-6가 남중국해에서 이지스 순양함 '벙커힐(CG-52)'과 이지스 구축함 '베리(DDG-52)와 함께 작전하는 사진을 올렸다. 이달 16일에는 필리핀해상에서 F-35B와 MV-22 오스프리 수직이착륙기 등이 비행갑판에서 뜨고 내리는 사진을 공개했다. 13일에는 동중국해에서 일본 해상자위대 호위함 '아케보노'와 공동훈련을 하기도 했다.

남중국해서 작전중인 아메리카함
남중국해서 작전중인 아메리카함

[미국 태평양함대사령부 트위터 캡처]

LHA-6의 외형은 항공모함과 비슷하다. 그러나 활주로에서 항공기를 발진시키는 캐터펄트(사출기)가 없다. 헬기와 수직이착륙 항공기만 운용할 수 있다. 중형 헬기와 MV-22를 이용해 병력을 육상에 상륙시키는 데 동원된다. 20대의 F-35B도 탑재할 수 있다. 2014년 10월 취역한 LHA-6은 아메리카급 강습상륙함 1번함이다.

최근 남중국해에서 작전 중인 아메리카함 주변을 여러 척의 중국 함정이 에워싼 위성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다.

또 2009년 취역한 와스프급 8번함인 LHD-8도 곧 남중국해로 갈 것으로 보인다. 태평양함대 소속인 LHD-8은 대대급 상륙부대를 수송할 수 있어 미군 상륙작전의 핵심 전력으로 꼽힌다. 20대의 F-35B를 탑재할 수 있는 비행갑판을 갖추고 있다.

CH-53·CH-46 중형 수송헬기, AH-1W 공격헬기, MV-22 오스프리 수직이착륙기도 탑재한다.

군사 전문가들은 핵 추진 항모가 코로나19로 홍역을 치르는 사이 존재감을 키우는 강습상륙함이 당분간 남·동중국해 등에서 중국의 해군력을 견제하는 힘겨운 노력을 계속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아메리카함에서 이륙하는 F-35B
아메리카함에서 이륙하는 F-35B

[미국 태평양함대사령부 트위터 캡처]

three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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