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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피처] 징역 1년 vs 20년…너무나 다른 아동 음란물 처벌

송고시간2020-04-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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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H0ALqA5QP00

(서울=연합뉴스) 국내에선 징역 1년, 미국에선 징역 20년.

아동 대상 성착취물 범죄에 극명하게 대비된 처벌. 이런 차이는 왜 발생하는 걸까요?

텔레그램 성 착취 공유방의 창시자인 '갓갓'으로부터 'n번방'을 물려받아 운영했던 닉네임 '켈리' 신모(32)씨.

신씨는 지난해 11월 1심에서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음란물을 저장하고 이를 판매한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받았습니다.

"1심 형량이 무겁다"며 항소했던 신씨. 하지만 최근 검찰이 n번방 사건과 관련돼 추가 기소를 예고하자 급히 항소를 취하했는데요.

'원심판결의 형보다 중한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고 규정한 형사소송법의 '불이익변경의 금지'에 따라 신씨는 1심 형량인 징역 1년을 받게 됐습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를 운영했던 손정우(24)씨는 27일 형기 만료로 출소를 앞두고 있었는데요.

미국 법무부의 강제송환 요청에 서울고법이 지난 20일 범죄인 인도 구속영장을 발부함으로써 석방이 불가능해졌죠.

하지만 이미 국내에서 미성년자 음란물 제작·배포 등 혐의로 복역을 마친 손씨. 그는 범죄인 인도 조약 등에 따라 미국에서 '국제자금 세탁' 혐의에 대해서만 처벌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손씨가 미국에서 성범죄 관련 처벌을 받으면 종신형 등 중형이 점쳐지기도 했죠.

미국에서는 아동·청소년이 등장한 음란물을 판매 또는 배포할 경우 5년 이상 2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데요.

단순 소지 및 시청 목적으로 접근해도 10년 이하 징역 또는 벌금에 처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웰컴 투 비디오 사이트에서 아동 음란물을 다운로드한 니콜라스 스텐걸은 징역 15년 형을 받았습니다.

1회 접속, 1회 시청한 리처드 그래코프스키는 징역 70개월 보호관찰 10년을 선고받았죠.

이에 비해 한국은 아동·청소년 음란물죄의 처벌 수위가 약한 편인데요.

청소년성보호법 제11조에 따르면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제작·수입 또는 수출한 자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양형위원회에 따르면 2014년 1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청소년성보호법 11조 위반으로 처벌받은 50건 중 6건만이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소지할 경우에 받는 형량도 미국보다 현저하게 낮습니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양형기준이란 법관이 형을 정할 때 참고할 수 있는 기준으로 관련 범죄에 대해 양형기준이 없을 경우 판사의 재량에 따라 형을 선고하게 됩니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이사인 김영미 변호사는 "양형기준이 없더라도 법정형은 충분히 높게 설정돼 있다"며 "하지만 수사기관이나 재판부가 아동 청소년 대상 음란물에 대한 위법성이라든지, 심각성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지금까지 낮은 형이 선고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n번방 사건으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거세지자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판례보다 높은 양형기준을 설정하기로 했는데요.

지난 23일에는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나서서 디지털 성범죄 처벌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김영미 변호사는 "디지털 성범죄가 점점 늘어나면서 양형기준을 설정하려는 움직임이 생기고 있다"며 "양형기준이 마련된다면 성범죄 영상 유포 등 심각하고 죄질이 안 좋은 범죄에 대해서 좀 더 높은 형이 선고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피해자를 두 번 울게 만들던 솜방망이 처벌. 미성년자 디지털 성범죄를 뿌리 뽑기 위해 강력한 처벌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박성은 기자 진민지 인턴기자 / 내레이션 김정후 인턴기자

[뉴스피처] 징역 1년 vs 20년…너무나 다른 아동 음란물 처벌 - 2

junep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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