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OK!제보] 대학들 온라인시험 부정행위 막겠다지만…학생들 "여전히 불안"

송고시간2020-05-03 06:00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이 기사는 경기도에 사는 이모(25)씨가 보내주신 제보를 토대로 연합뉴스가 취재해 작성했습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정윤경 인턴기자 = 대학들이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피하기 위해 온라인 중간고사를 도입하자 부정행위 발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각 대학이 속속 부정행위 방지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효성이 의문시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기도 A대학교는 지난달 20일 게시한 '중간고사 부정행위 조치 안내문'을 통해 부정행위가 적발될 경우 이번 학기 성적을 낙제 처리하고 엄중 징계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대학 교무처 학사팀 관계자는 지난달 29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부정행위가 의심되는 학생에 대한 제보가 들어오면 진상 조사 후 징계 수위를 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온라인 시험의 부정행위를 막을 구체적인 방법은 언급하지 않은 채 "방지안을 내놨다면 그걸 피해 또 다른 부정행위가 나올 수 있다"며 "지폐에 위조 방지 기능이 수십 개 있지만 그중 대중에 공개된 것은 일부에 불과한 것과 비슷한 경우"라고 설명했다.

A대학이 부정행위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은 학내 익명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과 익명 게시판인 페이스북 '대나무숲' 페이지 등에 시험 문제를 오픈 카카오톡 방에서 공유하거나 해당 과목 시험을 친 적 있는 선배에게 대리 시험을 요구하겠다는 글이 잇달아 올라왔기 때문이다.

수도권 일부 대학 학생들 사이에서는 한자리에 모여서 온라인 중간고사를 치르자는 제안도 오가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교 간호학과 3학년생 양상모(가명)씨는 "학과 특성상 객관식 유형 시험이 많다"며 "과 친구들이 시험 범위를 나눠 공부한 뒤 함께 문제를 풀자고 권유했지만 거절했다"고 털어놨다.

대학들이 부정행위 방지책을 내놓고 있지만 학생들 사이에서는 처벌 강화 외에 구체적인 대책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A대학 경제학과 3학년 이모(25)씨는 "부정행위 문제를 학교 측에 제기했으나 '적발 시 엄벌에 처하겠다'고 할 뿐 구체적인 단속 방안은 알려주지 않았다"며 "경고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부정행위 방지 대책 중 일부만 공개했다는 대학측 설명에 대해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은 어느 정도 이해하지만 구체적인 설명이 없는데 학생들이 얼마나 경각심을 가질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대학 익명게시판에 올라온 중간고사 관련 글
대학 익명게시판에 올라온 중간고사 관련 글

[에브리타임 캡처]

일부 대학은 전공 서적을 펴놓고 시험을 치르는 '오픈북 방식'을 도입했지만 이 역시 부정행위에 노출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중앙대 3학년 심모(23)씨는 "전공과목 (시험) 3개 중 2개를 오픈북으로 치르는데 벌써 시험 범위를 나눠 공부한 뒤 시험을 같이 치르자는 얘기가 단톡방에서 나왔다"며 "결국 많이 모일수록 시험 보기가 수월해지는 건데 파트너를 못 구한 사람만 손해 아니냐"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학들이 온라인 시험의 표절 방지·검증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교육행정학회장인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표절 검증 프로그램 등을 통해 같은 중간고사 답안지에 일정 수 이상의 띄어쓰기 오류나 오탈자 등이 발견되면 표절로 간주하고 걸맞은 징계를 내리겠다는 사전 공지를 내려야 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학기 말인 7월에 접어들면 대면 수업을 할 가능성이 커지니까 1학기 성적 배분은 중간고사 비중을 줄이고 기말고사 비중을 높이는 게 낫다고 본다"며 "처음 맞는 온라인 시험에 대한 대비가 미흡했던 만큼 이번 일을 계기로 뚜렷한 기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학습권 피해 해결을 위한 대학생 단체 '코로나대학생119' 관계자는 "온라인 시험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대학 측도 어느 정도 예상했으면서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며 "시험 방식이나 평가 등을 대부분 교수 재량으로 넘겨서 제대로 된 가이드라인도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일부 대학이 내놓은 대책은 말 그대로 경고일 뿐 실효성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중간고사는 과도기로 보더라도 기말고사에서는 학생들과 충분히 소통하고 이번에 드러난 문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교육부 대학학사제도과 관계자는 "교육부가 모든 대학이 치르는 시험 방식을 일률적으로 정하기는 사실상 힘들다"며 "대리시험 등 부정행위 우려가 커지는 것에 대해 적절한 방지안을 세워달라고 각 대학에 권고한 상태"라고 전했다.

(CG)
(CG)

[연합뉴스TV 제공]

shlamazel@yna.co.kr

yunkyeong00@yna.co.kr

기사제보나 문의는 카카오톡 okjebo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