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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In] 세계적인 해양 도시?…부산 북항 재개발지 주거단지 전락

송고시간2020-04-29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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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지구 3개 블록 모두 레지던스…해수부·부산시 티격태격

논란 속 2개 사업 진행 중…부산시 또 59층짜리 허가 내줘

관할 부산 동구청 "해운대 센텀시티 난개발 되풀이될 듯"

동그라미 표시된 부분이 상업지구, 왼쪽부터 D-1, D-2, D-3 블록
동그라미 표시된 부분이 상업지구, 왼쪽부터 D-1, D-2, D-3 블록

[부산항만공사 홈페이지 캡처]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세계적인 해양 관광·문화도시 및 시민 친수공간 개발을 비전으로 내세운 부산 북항 재개발이 부산시를 비롯한 공공기관들의 근시안적이고 무책임한 행정 때문에 난개발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북항 재개발 상업지구의 경우 고급 아파트 단지로 전락할 처지에 놓였다.

이 때문에 멀쩡했던 국제항만을 들어내고 고작 짓는다는 게 아파트냐는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29일 부산 동구에 따르면 부산시는 지난 23일 북항 재개발 지역 내 상업지구 D-3블록에 생활형 숙박시설(레지던스) 건립을 허가했다.

사업자는 부산오션파크(한국투자증권 컨소시엄)이며, 시공은 롯데건설이 맡는 것으로 되어 있다.

부산오션파크와 롯데건설은 이곳에 지하 5층, 지상 59층 규모 레지던스를 지을 계획이다.

내부에 판매, 문화·집회 시설, 업무시설이 일부 들어선다고는 하지만, 1천221실 규모 숙박시설이 전체 90% 이상을 차지한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관할 기초단체인 동구는 레지던스 건립은 국제해양관광 거점 육성을 위한 항만 재개발 기본계획 취지와 부합하지 않는다고 반발한다.

최형욱 동구청장은 "공동주택 건립이 불허된 지역인데도 사실상 아파트나 다름없는 생활형 숙박시설을 내줬다"면서 "부산을 상징하는 공간을 일부 부자들을 위한 주거공간으로, 또 다른 부동산 기획상품으로 전락시켰다"고 반발했다.

구가 이렇게 반발하는 데는 이미 상업지구 나머지 2개 블록에 레지던스가 지어지고 있었거나, 지어질 가능성이 커서다.

현재 D-1블록에 협성르네상스가 1천28실 규모(지하 4층, 지상 61층) 레지던스인 '협성마리나 G7'을 짓고 있고, 동원개발 컨소시엄이 사업자인 D-2블록도 레지던스와 관광호텔이 혼합된 건물을 지을 것으로 알려졌다.

최 구청장은 "이렇게 되면 상업지구에 레지던스만 4천세대가 들어서게 된다"면서 "당초 북항의 재개발 유형과 관련해 논쟁이 있을 때도 해운대 센텀과 같은 아파트 중심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시민적 공감대가 있었다. 지금이라도 부산시가 허가를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 북항 재개발지역
부산 북항 재개발지역

[부산항만공사 제공]

문제는 부산시가 지난해 9월 레지던스 건축과 관련해 건축위원회 심의를 열었을 때 해양수산부가 반대의견을 밝혔음에도 허가했다는 점이다.

당시 해수부 공문을 보면 "생활 숙박시설은 호별 분양을 할 경우 사실상 고급 주거 용도로 전용될 우려가 크므로, 생활 숙박시설 규모를 최소화해 북항 재개발 사업 목적에 부합되도록 협조 바란다"고 적었다.

이에 대해 부산시는 해수부가 모든 책임을 시에 떠밀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부산시 한 관계자는 "북항 재개발 사업구역 내 건축 용도를 규정하는 지구단위 계획은 해수부가 결정한 것이고, 부산항만공사가 상업지구 땅을 매각할 때 사업자는 생활형 숙박시설로 사업을 신청해 이를 이미 상세하게 인지하고 있었다"면서 "부산시가 '논란이 있으니 지구단위 계획 변경을 해달라' 요청했는데 해수부가 손을 놓고 있어 법령에 따라 허가해 줄 수 밖에 없었다"고 반발했다.

동구는 상업지구 건물 높이가 평균 200m로 배후에 있는 수정산 산복도로 고도보다 2배 이상 높아 조망권도 심각하게 훼손할 것으로 예상했다.

구는 또 상업지구와 관련한 개발이익이 지역에 제대로 환원되는지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겠다고 밝혔다.

구는 "상업지구가 원래 준공업 지역에서 주거·상업지역으로 바뀌면서 사업성이 확보된 만큼 개발이익은 당연히 시민에게 돌려줘야 한다"면서 "상업지구에 레지던스가 분양될 경우 2조원의 개발 이익이 예상되며 개발 이익 환수는 보통 25% 정도 이뤄진다"고 밝혔다.

부산항 북항 재개발 사업은 부산항 연안과 국제여객부두, 중앙·1∼4부두 일대 153만2천419㎡에 총 8조5천19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진행되고 있다.

상업·업무지구, 해양문화지구(오페라하우스), IT·영상·전시지구, 복합도심지구, 복합항만지구(국제여객터미널), 정부부산지방합동청사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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