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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 처리'된 n번방 방지법…국회에 남은 숙제는 여전

송고시간2020-04-29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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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n번방 방지법 졸속처리 비판에 캐비닛속 법안까지 무더기 꺼내

정보통신망법 등 남은 입법 과제도…21대 국회 몫 될 가능성

성착취 'n번방' (PG) [정연주 제작] 일러스트

성착취 'n번방' (PG) [정연주 제작] 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 이른바 '텔레그램 n번방 방지법'이 29일 국회 본회의를 무더기로 통과하면서 성착취물 등 온라인 성범죄에 대한 처벌 범위가 대폭 확대되고 처벌 수위 역시 무거워질 전망이다.

통과된 n번방 방지법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 형법 개정안,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이다.

이중 핵심은 성폭력처벌법 개정안으로, 불법 성적 촬영물 등을 소지·구입·저장 또는 시청한 사람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하는 등의 내용이다.

이에 따라 '박사', '갓갓' 등과 같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는 않았지만, n번방에서 타인이 만든 성착취물을 공유한 가담자들도 처벌할 수 있게 됐다.

이 법은 자신의 신체를 직접 촬영한 촬영물에 대해서도 촬영 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타인과 공유한 사람은 처벌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현행법은 촬영 주체가 본인일 경우 타인이 이를 유포해도 처벌할 수 없다. n번방 사건처럼 피해자들이 직접 영상을 찍어 보낸 경우에도 처벌이 어려워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나아가 성적 촬영물을 이용해 사람을 협박·강요한 사람은 각각 1년 '이상',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징역 1년, 3년이라는 '하한선'을 두면서 그만큼 실질적인 형량도 무거워질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이날 n번방 방지법들의 통과는 '지각 처리'라는 비판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성폭력처벌법 개정안의 경우 20대 국회 중 발의된 유사 내용의 개정안 19개를 하나로 통합한 것인데, 실제 n번방 사건을 염두에 둔 것은 사태가 불거진 뒤 올해 발의된 6개에 그친다.

뒤집어보면 n번방 사태 이전에도 아동 상대 성범죄, 불법 촬영 관련 범죄, SNS 이용 범죄 등을 근절하려는 다수의 법안이 발의됐음에도 그간 캐비닛에서 잠자고 있었던 셈이다. 19개 법안 중엔 빠르게는 2017년 6월 발의된 것도 있다.

n번방 사태 등 사이버 공간 성범죄를 처벌해달라는 '국회 국민청원 1호'가 10만명의 동의를 얻어 올해 2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넘어왔지만, 법사위는 관련법을 대대적으로 정비하는 대신 연예인 등의 사진을 합성해 불법 영상물을 만드는 '딥페이크' 처벌 규정을 추가하는 데 그쳤다.

이에 사태를 이해하지 못하고 해결하는 흉내만 낸 졸속 입법이란 비판이 나왔고 결국 n번방 사건 등 사이버 성범죄를 처벌해달라는 두 번째, 세 번째 청원이 각각 10만명의 동의를 얻어 법사위로 다시 넘어왔다. 법사위가 이날 속전속결로 법 개정에 나선 배경이다.

그럼에도 아직 'n번방 방지법'의 입법이 모두 완료된 것은 아니다.

특히 남은 입법 사안은 논란이 예상된다. 정보통신 서비스 제공자에게 불법 촬영물 유통 방지에 대한 책임과 피해자 보호 의무를 부여하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방법)이 대표적이다.

법안은 카카오톡이나 네이버와 같은 서비스 제공자들이 n번방 촬영물과 같은 불법 게시물을 신속하게 삭제하지 않을 경우 과징금을 물리거나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업계에서는 이용자의 모든 대화를 감시할 수 없는 만큼 비현실적인 법안이라는 비판과 함께 국내에 법인이 없는 텔레그램과 같은 해외사업자에게는 실질적인 조치를 할 수 없어 역차별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날 본회의가 20대 국회의 마지막 국회라는 예상도 있는 만큼 남아있는 n번방 방지 제도를 만드는 것은 결국 21대 국회의 몫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bangh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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