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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스타 가장한 미 노숙자, 호텔 점거시위…코로나19 대책 요구

송고시간2020-05-04 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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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섭 기자
정윤섭기자

하루 숙박비 490달러 객실서 항의 시위 벌이다 경찰에 체포

미국 노숙자, LA 시내 고급 호텔 객실 점거시위
미국 노숙자, LA 시내 고급 호텔 객실 점거시위

[미 노숙자 인권단체 트위터 캡처·재판매 및 DB 금지]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20대 노숙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대책을 요구하며 고급 호텔 객실에서 항의 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붙잡혔다.

3일(현지시간) 일간 LA타임스(LAT)와 인터넷매체 데일리비스트 등에 따르면 LA의 노숙자 에이번 브라운(29)은 지난 1일 노숙자 인권단체와 함께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리츠칼튼 호텔의 스위트룸을 점거했다.

LA의 스포츠·엔터테인먼트 복합단지인 'LA 라이브'에 자리를 잡은 리츠칼튼 호텔은 유명인들이 애용하는 고급 숙박시설 가운데 하나다.

브라운은 코로나19로 고급 호텔 객실은 비어있는데 노숙자들은 길거리를 전전하는 현실을 고발하기 위해 현지 시민단체와 손을 잡고 항의 시위를 계획했다.

고급 호텔에 들어가기 위해 브라운은 코로나19 온라인 자선 콘서트를 준비 중인 유명 팝스타로 가장했고, 시민단체 회원들은 브라운의 매니저와 경호원, 백업 댄서, 여자 친구 역할을 맡았다.

유명 팝스타와 그 일행으로 가장한 이들은 호텔로 찾아가 열흘 동안 방 3개를 빌리겠다고 말했고, 호텔 직원은 하루 숙박비가 490달러인 스위트룸으로 이들을 안내했다.

미국 노숙자, 코로나19 대책 촉구
미국 노숙자, 코로나19 대책 촉구

[미 노숙자 인권단체 트위터 캡처·재판매 및 DB 금지]

브라운은 호텔 방에 무사히 도착하자 자신이 팝스타가 아닌 노숙자라고 신분을 밝혔고, 에릭 가세티 LA시장에게 코로나19 방역 대책을 촉구하는 시위에 들어갔다.

LA시가 이달 초 노숙자에게 빈 호텔 방을 제공하는 '프로젝트 룸키' 대책을 도입했지만, 수혜자를 기저질환을 가진 65세 이상 노숙자로 한정하고, 호텔업주에게 객실 제공을 의무화하지 않아 '속 빈 강정'이 됐다는 게 브라운의 주장이다.

브라운은 6만명의 노숙자가 LA 길거리에 있다면서 '프로젝트 룸키'는 오히려 "노숙자들을 한 방 먹이는"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팝스타로 가장해 호텔 직원을 속인 데 대해선 "돈이 사람을 만드는" 현실을 고발하려 한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운은 한때 팝스타 레이디 가가가 만든 향수 브랜드의 모델 일을 하는 등 전문 모델로 활동했지만, 일감이 끊기면서 지난 6월부터 노숙자 신세로 전락했다.

브라운과 그 일행은 호텔 측의 시위 해산 요구에 불응하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체포됐다.

jamin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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