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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저항하다 억울한 옥살이…56년 만에 재심청구

송고시간2020-05-04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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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 키스 혀 절단사건' 피해자 최말자 씨 "정당방위"

"가부장적 사회에 억눌린 여성 피해자에게 용기 주고파"

대법원 정의의 여신(CG)
대법원 정의의 여신(CG)

[연합뉴스TV 제공]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성폭행을 시도하려던 가해자 혀를 깨물었다가 중상해죄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여성이 56년 만에 정당방위를 인정해달라며 재심을 청구한다.

4일 부산여성의전화에 따르면 최말자(74) 씨는 오는 6일 부산지방법원에 재심을 청구할 예정이다.

최 씨는 18살이던 1964년 5월 성폭행을 시도하던 당시 21살 노모 씨 혀를 깨물어 1.5㎝가량 자른 혐의(중상해죄)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 과정에서 6개월간 옥살이도 했다.

최 씨는 당시 검찰 강압적인 수사를 견디며 정당방위였다고 주장했지만, 인정되지 않았다.

검찰은 당시 노 씨에게는 강간미수 혐의조차 적용하지 않은 채 기소했다.

법원에서도 2차 피해가 이어졌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법원은 최 씨에게 "처음부터 피고에게 호감이 있었던 게 아니냐", "피고와 결혼해서 살 생각은 없는가"라고 되묻는 등 심각한 2차 가해를 했다.

이후 이 사건은 법원행정처가 법원 100년사를 정리하며 1995년 발간한 '법원사'에도 '강제 키스 혀 절단 사건'으로 소개됐다.

당시 학계에서도 법원의 판단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최 씨는 2018년 미투 운동이 한창일 때 용기를 얻어 부산여성의전화와 상담했고 올해 재심청구를 결심했다.

최 씨와 변호인단, 부산여성의전화는 6일 재심 청구에 앞서 부산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기로 했다.

고순생 부산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당시에는 가부장적 사회 분위기에서 최 씨처럼 한을 품고 살아온 여성이 많을 것"이라며 "이런 여성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고 당당하게 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최 씨가 56년 만에 재심 청구를 결심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handbrother@yna.co.kr

유튜브로 보기

https://youtu.be/S_qO-73QQ9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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