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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코로나 공백' 채운 미등록이주민 60만명 체류권 검토

송고시간2020-05-07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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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 이탈리아가 자국에 머무는 미등록 이주민 60만명에게 체류와 노동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7일(현지시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담당 장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봉쇄조치 기간 미등록 이주민들이 고령자 보살핌과 농작물 수확에 필수인력임을 보여줬다며 이 같은 방안을 정부안으로 제시할 계획이다.

실제로 텔레사 벨라노바 농업장관은 이탈리아인들의 농장과 가정에서 일하고 있는 60만명에게 6개월간 체류를 허용하고 연장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을 최근 제안했다.

이탈리아 로마 인근의 한 농장에서 일하는 아프리카 이주민의 모습.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이탈리아 로마 인근의 한 농장에서 일하는 아프리카 이주민의 모습. [AP=연합뉴스 자료사진]

더타임스는 이러한 대책이 이탈리아 정부의 임시 법령에 포함될 수 있다면서 임시 법령은 60일 이후 의회 승인이 필요하지만, 즉각 발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여기에는 이주민들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는 내용도 들어갈 것이라고 신문은 부연했다.

벨라노바 장관은 코로나19 발생집단이 억제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당국을 피해 이주민들을 숨게 하는 것은 의료적, 윤리적 문제를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인들은 최근 2개월간 봉쇄조치로 외부 출입을 못 하고 자택에 머물러야 했는데, 이때 미등록 이주민들이 현장에서 일하며 식량 공급을 보장했다고 한다.

남북 격차 해소 정책을 주도하는 주세페 프로벤차노 남부 장관도 "우리 식탁에 오르는 음식들이 이러한 현장에서 왔다"며 "지금 우리는 그들에게 부정된 권리들을 넘겨줘야 한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6일 온라인으로 중계된 수요 일반 알현 훈화에서 불법 이주민이 대부분인 이탈리아 농장노동자들에 대한 착취 문제를 거론하기도 했다.

교황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이주민을 포함한 노동자의 존엄이 지켜져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탈리아 정부의 한 소식통은 농장노동자들을 합법화하는 것은 현실적 측면이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농작물이 익어가는 시기에 코로나19로 인한 여행 규제로 이탈리아인들은 자택에 머물러야 한다는 것이다.

이 소식통은 "이탈리아는 인도인, 파키스탄인, 아프리카인들을 필요로 한다"며 "이들이 지금 그 격차를 채울 것이고 이것이 그들의 합법화를 도울 것"이라고 신문에 말했다.

이탈리아는 최근 10여년간 유럽 국가 중 북아프리카로부터 선박을 이용한 이주민들이 가장 많이 찾은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미등록 이주민들의 합법화 제안에는 주세페 콘테 총리가 이끄는 연립정부 내에서도 일부 강경한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반체제 정당인 오성운동의 비토 크리미 임시 대표는 합법화 제안에 반대하며 그 대신에 이탈리아인들에게 실업 수당을 지급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벨라노바 농업장관은 자신의 제안이 실현되지 않을 경우 사임할 것이라며 "이 나라에서 많은 사람이 인기를 좇지만 우리는 투표하지 않는 사람들(미등록 이주민들)을 위한 싸움을 벌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j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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